낭만 시인 장 명 훈

“나 비록 장애인이지만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름 석자는 남기고 가야 되잖아요.”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름 석자를 남기고 가겠다는 사나이가 있다.

누구나 그런 결심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다.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왔지만 그런 삶의 목표를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

장애인의 몸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기겠다는 그 각오가 얼마나 대단한가?

그가 바로 장명훈 시인, 필자는 그를 낭만 시인 장명훈이라고 한다.

그의 ‘봄의 일기장’이란 시로 장명훈 시인의 인생의 봄을 살짝 열어 볼까 한다.

봄이 오면

내 씨앗을 흙속에 심어본다

바람이 불면

내 씨앗들은 하나하나 나비가 되어

뒤섞여 숨 쉬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여름이 올 때

나뭇잎들은

푸르게 웃고 있었다

그는 1974년생으로 뇌병변 1급 장애인이며 언어장애도 심하고 보행도 매우 불편하다.

고등학교 때 백일장에서 우수상을 받으면서 시를 시작하여 ‘그대 가는 길’과 ‘바람이 살아온 이야기’ 두 권의 자작 시집을 발간했는데 언어장애로 인해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얀 종이 위에 ‘시’라는 언어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는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2003년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에서 은상, 2005년 지방분권 신문사에서 당선, 2008년 전국문화예술대상위원회에서 우수상, 2013년 대전시 장애인 투게더에서 대상, 2016년 전국장애인고용인식개선에서 가작을 수상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많은 수상을 하면서 자신의 영광도 얻고 있지만 그 보다 그가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일은, 장애인들로 구성된 옥합문학회와 시자조모임 ‘샘’에서 후배들과 동료들을 이끌고 있는 데에 있다고 한다.

글을 쓴 다는 것, 그것도 아주 작은 공간 안에 아름다움과 슬픔과 때로는 즐거움을 담아야 하는 시를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어 하고, 그런 후배들을 일으켜 세워서 매년 1회씩 회원들의 글을 모아 작은 시집을 만들고 있다.

비장애인들도 그렇겠지만 장애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기에 자작 시집이 출간될 때면 회원들은 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희망을 얻는다.

배가 무사히 항구에 닿기까지는 선장의 노고가 없다면 닿을 수 없는 것처럼 어떤 모임을 이끌어가는 데도 회장의 역할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시를 쓰다가 힘이 들 때면 어떻게 할까?

그는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현충원을 간다고 한다.

현충원 안에 있는 충혼지에 가서 마음을 달래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또 가을이 되면 셔츠의 깃을 세우고 낙엽 위를 뒤뚱뒤뚱 걸어보기도 하면서 시심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더 멋진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장명훈 시인의 꿈은, 물론 늘 좋은 작품을 써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기는데도 있지만 어두운 세상살이에서 바람처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또 장애인들에게 등대 같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장애로 인해서 비틀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아도 뇌성마비 시인으로 혼을 담아 노래하고 싶다고.

장명훈 시인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장애는 크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또 그 정신이 어머니와 할머니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며 살고 있다.

끝으로 어머니께 드리는 시 한편을 들려드리고 싶단다.

눈물 꽃

한 잔 술에

사연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우리 엄마

청춘의 서약은

한 가락

바람 속으로

사라진 세월

어느 새

늙은 껍데기로 살아온 지난 세월

죽고 싶었지만

장애인 아들 때문에 한으로

눈물 꽃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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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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