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장애인단기보호센터 이용 장애인들의 단체 사진. ⓒ꿈이 있는 장애인단기보호센터

“너는 꿈이 뭐니?”

우리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 선생님,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며 나의 꿈(미래)이 과연 무엇일까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왔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어른들이 바라는 대통령, 과학자, 의사, 변호사와 같은 꿈을 이야기 했었고 중학교 때까지는 예술가, 운동선수, 가수, 배우 등의 활동적인 꿈을 이야기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내가 정말 원하고 이루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너무 높은 꿈을 꾸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현실적인 상황에 맞는 꿈을 꾸어야만 했다.

몇 년 전부터 평소 잘 아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원장님께 전화가 와서 자신의 시설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인권지킴이단에 합류해 볼 것을 나에게 권하였고 나는 흔쾌히 수락하여 지금까지 해당 시설의 인권지킴이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분기별로 한 번씩 진행되는 인권지킴이단 회의에서 진행된 많은 사업들을 확인하며 이용인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보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곤 한다. 그러다 이용인들과 상담을 할 때면 깜짝 놀랄만한 사실들을 알게 된다.

“우리 이용인 분은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나의 단순한 질문에 이용인들은 ‘있다’, ‘없다’의 단답형 대답이 아닌 구체적이고 확실한 자신들의 욕구를 말한다. 흔히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용인들은 그런 꿈조차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많지만 정말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제시한다.

“결혼을 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경제독립을 하고 싶어요.”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어디든...”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들이 꿈꾸는 것을 향해 성취하려는 노력을 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생명체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결혼을 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경제독립을 하기 위해 작업장을 다니며 열심히 돈을 저축하고 있어요.”

“여행을 다니기 위해 가끔 텔레비전에서 소개되는 관광지를 기억해 두어요.”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특이하거나 특별한 것은 없다. 현재 자신의 사정과 환경,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저 거주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인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종종 만나는 다른 장애인들은 그저 낙이라는 것이 없이 무언가를 바라고만 있을 뿐이었지만 또 다른 집단의 장애인들은 확고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모습에 진한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상담이 끝나고 돌아오는 나의 차 안에서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묻는 날이 있다.

“넌... 꿈이 뭐니?”

거울 속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특별하게 답변할 대답을 찾지 못하고 만다. 저들이 바란 결혼도 했고 경제적 독립도 했으며, 여행도 자주 다니기에 꿀 수 있는 꿈이 없는 것인가.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에 보이는 ‘꿈이 있는 장애인 단기보호센터’라는 글자를 보며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유명한 위인들만 부러운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라도 자신의 꿈을 꾸며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무언가를 배워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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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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