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이 손바닥 필담을 나누는 장면. ⓒ박관찬

지난 칼럼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 중 ‘촉수어’와 ‘근접수어’를 설명했습니다.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촉수어’나 ‘근접수어’로 한다면, 수어를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시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 걱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두 가지의 의사소통 방법 외에도 시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손바닥 필담’입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의사를 전달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필담’이 있습니다. 하고싶은 말을 종이나 폰 등 어디에든 글로 적어서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에도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을 눈으로 읽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종이나 폰 대신 하고자 하는 말을 시청각장애인의 손바닥에 글로 적어서 전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손바닥 필담’입니다.

‘손바닥 필담’은 시청각장애인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고, 시청각장애인은 자신의 손바닥에 느낌으로 오는 촉감을 통해 어떤 글이 적혀지고 있는지를 읽으며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 ‘손바닥 필담’은 ‘필담’보다 의사소통의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필담’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글을 적는 동안 청각장애인은 기다려야 합니다. 다 적은 글을 보여주면 그 내용을 확인하고 대답을 하는 흐름으로 대화가 진행됩니다.

반면 ‘손바닥 필담’은 시청각장애인의 손바닥에 글을 적는 동안 시청각장애인도 따라서 글을 읽기 때문에 적어도 대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청각장애인의 손바닥에 “안녕하”까지만 적어도 우리는 뒤에 무슨 글(“세요”)를 적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 가지 의사소통 방법 중 ‘손바닥 필담’을 가장 선호하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분이라면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점도 있고, 이 방법을 20년 넘게 사용하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글씨체와 글을 쓰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바닥에 글을 적을 때도 사람들마다 글을 적는 방식이 다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저의 손바닥에 글을 적어주는 ‘스타일’을 보면서, 그들의 성격을 유추해보곤 합니다.

저의 넓은 손바닥에 한 글자씩 큼직큼직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글을 적어주는 사람은 성격이 쿨하고 배려심이 많은 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반면 성격이 급한 분들은 글씨를 날려쓰기도 하고, 글을 적는 속도가 워낙 빨라 이 의사소통 방법을 많이 사용해서 손의 인지기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저조차도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할 때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손바닥의 구석진 곳에 작게 글씨를 적기도 하는데, 그런 분은 소심한 것 같습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말’이 아니라 ‘글’로 손바닥에 다 적어서 전달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손바닥 필담’ 역시 하나의 소통방법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손바닥에 적고 있는 글이 무슨 내용인지 충분히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적고, ‘^^’ 등의 이모티콘까지 적으며 ‘말’로 하는 대화와 다름없이 대하는 그런 자세 말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점화’를 비롯한 다양한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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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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