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안정될 때 발달을 시작하는 아이. ⓒ이지현

너도 나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한 마음이 된다는 것은 참 괜찮은 느낌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위와 같은 비슷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딱 한 사람과 찐하고 강한 감정적 유대를 경험하는 것을 ‘애착’이라 한다.

‘애착’은 어떤 이론의 발달단계를 설명하던지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단계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철커덕 걸려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 관계 맺고 함께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보는 우리의 문화권에서 발달장애 아이들은 관계 맺기에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고 혼자가 더 안정적으로 보이며 실제 그러할 수도 있다.

블록만 있으면 두 시간은 조용히 굴리며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손톱 끝을 가늘게 나누어 닳고 또 닳게 만져 보며 스스로를 탐색하기도 한다.

대부분 발달장애아동의 초기발달 상태에 대해 ‘갇혀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나는 ‘내적 탐색’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어진다.

다만 ‘내적 탐색’에는 저마다의 방법과 그 과정을 마치는 시간이 다를 뿐이라 믿는다.

관계 맺는 즐거움 대신 선택하는 시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작은 외부 자극이나 환경적 변화에도 죽을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이를 수 있다는 마음 상태의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

그 차이를 제대로 인정 한 후 왜 혼자가 더 안정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받아들이고 그 시작점부터 같이 고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탐색하고 싶은 욕구, 즐거워지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환경 안에서 안전하게 성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탐색의 이상, 나만의 즐거움 이상의 경험들이 궁금해지는 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과 가족 안에서 탐색하기에도 불안정한 상황일 때 가족과 신뢰를 주는 사람과의 환경 안에서 진정하는 법 배우는 것도 관계 맺기에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발달 수준에 맞춘 지도와 적절한 놀이와 같은 경험은 감정을 시작하고 조절하고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한다.

조절부터 가르치려는 것은 감정의 시작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충분히 내적 탐색을 거친 아이는 감정의 피어오르게 되고 이런 과정 끝에 조절과 통제를 스스로 해낼 수 있어질 테다.

스스로 통제에 이르게 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으로써 인정해 줄 수 있는 수준 있는 사회가 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아직은 버릇없고, 통제 불가능한, 불편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현실이 참담할 때가 많다.

언젠가는 그때가 이르리라 믿고 그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이해하려 노력하고 애 써보는 수준있는 사람이 되도록 고민하자.

나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 사는 이 나라가 발달 수준에 맞춘 적절한 경험을 평생 아낌없이 주는 사회가 되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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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칼럼리스트
현재 나너우리사회성연구소 대표직과 양천어린이발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회성 그룹언어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며, 발달장애아의 생애주기별 사회적 어려움을 풀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사회성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즐거운 언어지도에 대한 강의를 다니기도 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달장애아의 사회성에 대한 편견을 글로 하나씩 풀어보면서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여 우리가 되는 세상을 꿈꿔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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