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를 부르는 또 다른 단어들이 담긴 이미지. ⓒ박관찬

눈과 귀, 즉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유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이미 앞서 두 번의 칼럼에서 저는 ‘시청각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즉 시각과 청각에 둘 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시각+청각’으로 해서 ‘시청각’으로 표현하면 되는 걸까요?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진 유형에 대해 현재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따로 정의하고 있는 개념이 없습니다.

즉 이러한 유형의 장애를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법적인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사용하는 ‘시청각장애’는 저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경향이 큽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각과 청각, 두 가지 장애를 가진 유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름으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시청각장애’ 뿐만 아니라 ‘시청각중복장애’, ‘농맹인’, ‘맹농인’, ‘시청인’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잘 살펴본다면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먼저 ‘농맹인’이나 ‘맹농인’이라는 표현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중에서 ‘맹’과 ‘농’의 특성을 가진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전혀 보지 못하고 전혀 듣지 못하는 유형입니다.

저의 경우는 시각장애가 ‘저시력’이기 때문에 ‘농맹인’이나 ‘맹농인’ 두 가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농맹인’이나 ‘맹농인’의 단어에 제가 가진 장애의 특성을 대입한다면, 저의 장애는 ‘저시력농인’ 또는 ‘농저시력인’이 됩니다.

다음으로 ‘시청각중복장애’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복’이라는 단어가 포인트입니다. 시각과 청각에 ‘중복’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한 표현이 더욱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2016년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12기 ‘달팽이날다’팀으로 미국연수를 다녀올 당시의 연수주제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자립지원 교육”이었거든요.

‘중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거듭하거나 겹침’이라는 뜻입니다. 시각에도 장애가 있는데 청각에도 거듭하여(또는 겹치게 되어) 장애를 가지게 되었으니 ‘중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중복’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상황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 시험에서 장애인 편의제공을 신청하기 위해 선택하는 장애유형을 보면, ‘시각장애’가 독립된 장애유형으로 있듯이 ‘기타 중복장애’도 있습니다.

또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때,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 바우처 등급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요건이 됩니다. 실제로 제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초기에 이 방법을 적용받았습니다.

‘중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잘못하면 장애유형이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습니다. ‘시청각중복장애’ 이외에도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만 있으면 모두 ‘중복장애’로 하나의 새로운 장애유형으로 규정해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시각과 지체장애를 동시에 가지게 되면 ‘시각지체중복장애’가 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중복’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는 시각과 청각 두 가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유형을 ‘DeafBlind’라고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규정하고, 그 틀 안에서 장애의 정도와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농’이나 ‘난청’, ‘맹’이나 ‘저시력’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단어로 통일하고 있으며, 그 단어에 거듭하거나 겹친다는 뜻의 ‘중복’이라는 영어단어가 따로 포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을 줄이면 ‘시청인’이 되는데, 이는 TV를 ‘시청’하는 경우와 어감에서 혼란스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는 단어 그대로 시각과 청각에 장애가 있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맹농인’이나 ‘농맹인’도 포함하고 ‘시청각중복장애’도 포함하며, ‘시청인’ 역시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인 개념으로 통일하고자 한다면 ‘시청각장애’가 적합하지 않을까요? ‘시청각장애’라고 하고, 그 안에서 장애의 정도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