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장애계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었다, 20여년 전만 해도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였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신변보조를 비롯한 활동 보조서비스가 제도화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도 완벽히 보장되지 않지만, 그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했다. 이동권이나 활동보조, 교육권 등 ‘생존권’이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문화생활이나 여가활동은 제대로 이야기 되지 않았다.

요즘 많은 이들에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욜로(You only live once)가 트렌트가 되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맛집 투어를 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일상의 여유를 찾아가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연애나 섹슈얼리티(sexuality)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토크쇼, 서적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장애인 관련한 주제는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2019년, 나는 장애인의 생존권을 넘어 이야기 하고 싶다. 생존권은 그야말로 인간의 ‘기본권’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기본적인 삶이자 또한 최소한의 삶이다. 하지만 누구나 최소 이상의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나에게 장애란 극복하거나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일생을 함께 하는 존재이며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역할 한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장애가 있는 몸으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한다.

어떤 이는 ‘장애인의 생존권이 보장되니 모든 게 해결되었다’라는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됐다고 해서 모든 삶이 해결된 게 아니다.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권리,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생존을 넘어 다양하고 매력적인 삶을 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연애나 사랑, 섹슈얼리티(sexuality)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사회. 임신했을 때 아이를 낳지 말라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잘 기를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사회. 내가 좋아하는 전시회와 콘서트를 보며 행복해할 권리,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에 가서 풍경을 즐기고 휴식을 할 수 있는 권리. 이런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제도나 인식이 준비되길 바란다.

아직도 매스컴에서는 결혼을 하거나, 꿈을 이룬 장애인의 모습이 성공담처럼 이야기 된다. 왜 풍요롭고 매력적인 장애인의 삶의 서사가 이야기되지 않을까? 누구나 공평하게 워라밸, 욜로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단지 생존권을 보장하는 삶에서 나아가, 동등하게 매력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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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칼럼리스트
전 장애인권운동 활동가이며, 지금은 장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매력적인 삶을 위해 기존에 틀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것들에 시도하려고 한다. 장애인이자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여행, 미디어, 일상을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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