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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열차예매 중증장애인은 하늘의 별 따기

코레일이 도입한 예매시스템 문제점 여전

제대로 된 편의 기능 대상자 설정 등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11 09:52:34
kTX.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kTX. ⓒ에이블뉴스DB
대국민 수강 신청이라 불리는 명절 열차승차권 쟁탈전 1라운드 2019년 코레일 설 승차권 예매가 지난 8일과 9일 인터넷과 지정 역·대리점에서 진행됐다.

긴 연휴 부모와 형제가 있는 고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과 열차를 통해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아마 이 쟁탈전에 참전했을 것이다.

글쓴이가 ‘쟁탈전’, ‘참전’이라는 다소 딱딱한 수식어로 명절 열차승차권 예매를 표현하는 이유는 그만큼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장애인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명절 열차승차권 쟁탈전에 중증 장애인들이 본격적으로 참전 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중증장애인들이 명절 승차권 예매를 시도라도 해본 시기는 지난 2017년 추석 명절 열차승차권 예매 때부터였다.

당시 코레일은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비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명절 열차승차권 사전 예매시스템을 적용한 명절 열차승차권 사전예매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코레일이 도입한 예매시스템은 명절 열차승차권 사전예매 홈페이지에 여행 정보(출발역, 도착역, 승차시간 등)를 사전에 입력하고 예매 당일 미리 기재한 정보를 통해 열차 승차권을 예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명절 승차권 예매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며 “시각장애인을 우롱한 코레일은 즉각적인 사과를 하고 진정성 있는 공식적인 입장 및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코레일은 2018년 설에는 신청한 시각장애인만 여행 정보 사전 입력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지난 추석에는 철도회원 중 시각장애인으로 등록한 고객은 예매 시간을 연장(기존 3분에서 15분 / 여행 정보 저장하기 기능 총 4건까지 저장 시 30분)했다.

또 올 설에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제공되었던 예매 편의 서비스가 예매 사이트 이용이 불편한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됐다.

물론 여행정보 사전 입력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들이 명절 열차승차권을 예매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공정성을 위한 시스템이 오히려 명절 승차권을 예매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겐 큰 불편으로 다가오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① 여정 사전 입력 시스템 불안

장애인들에게 주어진 편의 기능인 여정 사전 입력 시스템은 코레일에 장애인 인증만 하면 시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예매일 4일 전 오픈한 명절 승차권 전용 홈페이지에서 미리 여정을 저장할 수 있다.

글쓴이도 이 기능을 이용해 명절 승차권 예매를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미리 저장했던 여정이 초기로 돌아가 버리다 보니 새로 여정을 지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스템 장애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났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공정한 예매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다면 공정함이라는 객관성은 결여될 수밖에 없는 만큼 좀 더 완벽한 시스템을 코레일이 구축했어야 했다.

② 여정 사전 입력 비장애인에게도 허용?

이런 불편을 겪은 글쓴이는 명절 승차권예매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과 통화를 나눴다.

이 통화에서 김훈 연구원은 해당 불편을 겪은 것에 대해 분개하며 “코레일 측이 장애인에게 적용돼야 할 여정 사전 입력 시스템을 비장애인들에게도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며 “지금도 이렇게 예매가 어려운데 이 시스템이 비장애인들에게도 적용된다면 아예 중증 장애인들은 열차를 타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여정 사전 입력이 모두에게 편리한 건 맞다. 그러나 그 편의 기능이 모두에게 적용될 경우 중증 장애인들은 가고 싶은 고향에 내려가고자 하는 마음만 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계적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역역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다.

소리로 글자를 확인하고, 키보드로만 인터넷을 서핑해야 하는 중증 시각장애인, 키보드를 빠르게 조작할 수 없거나 아예 쓸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 지체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라는 건 공정성을 가장한 차별일 수도 있는 것이다.

③ 편의 기능 대상자 제대로 설정해야

글쓴이는 이번 명절 승차권 장애인 편의 기능이 중증 장애인에게만 한정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훈 연구원은 “여정 사전 입력 시스템은 코레일에 인증을 마친 모든 시각장애인과 뇌병변 및 지체장애인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매우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분명 시각장애인 중에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기능을 가진 시각장애인이 있을 것이고, 지체 및 뇌병변장애인 중에도 손이 자유로운 장애인이 있을 것인데 중증 장애인들이 써야 할 편의 기능을 왜 경증 장애인도 써야 한다는 말인가?

이건 명절 승차권을 간절히 원하는 비장애인들에게도 큰 피해로 다가올 수 있는 오류다.

손과 눈이 자유로운 경증 장애인이 여정 4건을 저장하고, 30분의 시간 동안 명절 승차권 예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3분이라는 시간밖에 쓸 수 없는 비장애인들은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 편의 기능 확대가 비장애인에게 역차별로 다가왔다고 지적하지 않을까?

명절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모든 사람이 품고 있는 소망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모든 사람에게 충족시키진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이해 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완벽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정된 철로와 한정된 열차로 모든 사람이 열차를 통해 고향에 내려갈 순 없다.
그렇다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합리적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무차별적인 기계적 공정성은 고향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에게 행하는 소리 없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코레일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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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순철 (kscwin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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