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느낌과 생각으로부터 나의 주장이 시작된다. ⓒ이지현

한동안 프랑스 육아 철학 이야기를 담은 책 「프랑스 아이처럼, 저 파멜라 드러커맨. 북하이브」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독립적이고 사랑스러우면서 부모가 힘들지 않은 육아를 가능케 하는 아이. 얼마나 달콤한 인생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것과 참 멀다.

발달지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 간단한 말로 된 의미 전달이라도 기쁨으로 행복으로 여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지게 되는 자율성이 점점 제어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고, 부모들은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좌절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다’는 것이 [이기적이다] 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라 한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정답부터 이야기 하자면 ‘아니다’이다. 나의 주장이 타인에게 어려움을 주는지 미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나의 주장을 조절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우리를 떠올리게 된다. ⓒ이지현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면서 자기주장이 생긴다.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지고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의 정서적인 반응을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발달이라고 한다.

서로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수이지만 그런 경험이 결여되어 있거나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한다.

게다가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발달이 느린 아이들의 사회성은 아이 스스로 발달하기엔 너무나 어렵고 힘든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곳은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편하고 즐거운 방향을 고민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이기적인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언제나, 무엇이든, 언제까지 나만 생각하는 것은 ‘너’에게 어려움을 주게 되고 결국 ‘나’에게도 힘든 상황이 되어 ‘우리’가 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특히 상황 파악에 느린 속도를 보이는 발달지연 아이들에게 이러한 대응방식은 많은 오해를 사게한다.

부모들이 토로하는 어려움들은 다음과 같다.

‘지는 걸 못 참아요.’, ‘못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이기적인 것 같아 걱정이에요.’, ‘버럭 버럭 화내지 말아야 할 사람들에게 화를 내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가 없어요.’

한국문화권에서는 남녀노소, 상하의 구분, 사제지간의 격식 등 차려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우리 아이들은 영아기부터 느린 발달을 채워가느라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집중하기 때문에 많은 발달영역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결과물과 같은 사회성은 당연히 상대적으로 느리게 발달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정말 복잡한 인간관계와 상황에서 발생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꼭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야하거나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지만 누구가의 감정에 상처를 준다던지, 아이가 스스로에게만 고립되어 있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함께 겪게 되는 가족들은 크게 공감할 것이다.

치료사, 교사, 부모님들이 영유아기 때부터 발달을 채워가는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계획된 중재를 통해 아이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역할에서도 또래와 꾸준히 긍정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어쩌면 ‘우리’에서 멀어지는 순환을 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성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편안하게 학교와 사회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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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칼럼리스트
현재 나너우리사회성연구소 대표직과 양천어린이발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회성 그룹언어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며, 발달장애아의 생애주기별 사회적 어려움을 풀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사회성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즐거운 언어지도에 대한 강의를 다니기도 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달장애아의 사회성에 대한 편견을 글로 하나씩 풀어보면서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여 우리가 되는 세상을 꿈꿔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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