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송년 모임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 요즘은 쉬면서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저녁 시간에 외출하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모처럼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저녁식사도 하다 보니 어느덧 밤 9시를 지나고 있었다.

모임 장소가 집과는 거리가 좀 있는 지역이어서 자정 전에 귀가하려면 서서히 출발할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한동안 도보와 지하철만을 이용하며 최대한 많은 거리를 걷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날은 좀 편하게 귀가하고 싶었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에 차량연결을 요청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차량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요즘 생활이동지원센터의 복지콜을 '로또콜'이라 부를 정도로 차량 연결이 어렵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바우처 택시가 있으니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낮에 받았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떠올랐다. 택시총파업으로 인해 바우처택시 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메시지였다. 그래도 거리가 있어 3만원정도의 요금이 나오기에 비교적 차가 잘 잡히던 것을 떠올리며 큰 무리 없이 차량이 연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과는 달리 바우처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업체 모두 차량이 연결되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10시 30분을 지나고 있어 서둘러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귀가해야 했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는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어두운 밤길을 조심스레 걸어오며 이렇게 바우처택시 이용도 어려울 것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 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안내메시지만 보낼 것이 아니라 비상인력을 투입하거나 해서 좀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정을 조금 앞두고 집에 도착했다. 택시 파업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그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나니 무슨 일인가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들을 검색해 보니 그날 카카오의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서비스 반대 3차 집회를 열었고 경찰추산으로는 4만여명이 참여하는 집회가 여의도에서 있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택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이야기 되고 있었고 사납금이니 완전월급제이니 하는 말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 완전월급제라는 단어가 유독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카풀서비스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는 굳이 이 글에서 다룰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전월급제'라는 제도가 시행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서울 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복지콜 서비스가 완전월급제를 시행했다. 완전월급제 시행 이후 차량 이용 시 좀 더 안전한 운행과 친절한 안내가 이루어진다는 의견도 있는가 하면 차량연결이 너무 어렵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좀 더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기사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처우개선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쉴 틈 없이 배차가 이루어지며 오히려 더 근무환경이 악화 되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바우처택시 제도가 시행되며 차량 연결이 잘 되지 않는데서 오는 어려움은 조금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것도 꼭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요금이 2~3만원에 이르는 이들은 바우처택시가 잘 연결되며 이동에 도움이 되지만 1만원 미만의 근거리 이동이 필요한 이들은 바우처택시도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에 대한 완전월급제가 시행된다면 바우처택시를 이용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들도 결국 차량 연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여러 가지 보완책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손님을 덜 운송하던 더 운송하던 급여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야 애써 더 많은 이들을 태우려 하는 기사는 소수일 것이다. 특히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굳이 바우처 고객을 운송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택시운송이 생업인 이들에게 카풀서비스가 위협이 되고 이들이 생존권 확보를 위해 총파업을 하고 하며 겪는 불편까지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해결책으로 완전월급제 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그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이동권에 대한 위협 등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택시와 카풀서비스 간 갈등을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대안들을 찾아갈 때 그 대안으로 인해 우리 장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있음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장애 당사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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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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