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최근 발간한 ‘2018척수장애인욕구·실태조사’에 의하면 척수손상 후 입원치료기간은 평균 30.77개월, 약 2.5년이었고, 병원 생활은 3곳 경험이 27.4%로 가장 많고, 6곳 이상 다수의 입원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3.1%였다.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환재활전문기관인 일상홈에서 사회복귀훈련을 받은 32명의 평균 입원기간도 24개월(최대 54개월) 이고 평균 4.5곳(최대 10군데)의 병원을 거쳐 다녔다.

이는 선진 외국의 경우 하반신 마비인 흉수는 3~4개월, 전신 마비인 경수는 6~7개월 만에 퇴원의 경우와 비교하면 최대 10배의 병원생활을 한다.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에게 매우 중요한 병원생활을 의료적인 관점에서만 시간을 보내다가 아무런 준비없이 지역사회로 내 팽겨지는 이 현상은 필자가 다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더 슬프다.

의료적 접근은 초기 1~2개월이면 충분하다. 이후에 심리, 사회, 직업, 가족재활 등 종합적인 재활을 통해 본인의 장애를 수용하고 사회로 나가 일상의 삶을 살게 해야 하는데 지금의 의료시스템은 너무나 부족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보건복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작년 10월부터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회복기(1~6개월) 동안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보장하고 조기 일상복귀 및 지역사회 재활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등 재활의료서비스 기반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15개의 병원을 지정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의 대상 질환내역. ⓒ이찬우

뇌손상, 척수손상, 근골격계, 절단 환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입원기간을 제공하여 조기에 사회로 복귀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척수장애인들은 9개월이면 지역사회로 복귀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다.

척수장애인에게 사회복귀란 무엇일까? 병원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장소만 이전하는 것이 사회복귀는 아니다. 이는 매우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직 병원에는 그러한 시스템도 프로그램도 없다.

척수장애인들의 장애수용을 위한 프로그램도 없다. 동료상담을 위한 외부와의 연계도 부족하다. 휠체어를 효과적으로 잘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사회에서 필요한 생활기술을 현실적으로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척수장애인과 같은 중증의 장애인들을 배제되고 있다. 서비스 운용을 위한 인력의 부담이 그 이유이다.

어차피 지역에 나가야 되는 환자라면 지역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데 병원 밖을 나가면 위험하고 책임소재로 극히 소극적이다. 그런 훈련에 합당한 수가도 없으니 필요한 줄은 알면서도 소득감소와 책임회피로 손을 놓고 있다.

대부분 사회활동을 하다가 다친 증도장애인들을 위한 직업상담도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직업복귀를 꿈꾸며 동기부여를 가질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척수장애인은 재활체육을 통해서 사회복귀의 동기부여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퇴원을 해야 대상이 된다고 하니 장기입원을 하는 척수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의 재활손상 환자의 분포도(척수는 9%가 채 안 된다). ⓒ이찬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장애유형에 따른 세분화된 맞춤형 사회복귀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2018년도 2분기까지 재활의료기관의 환자유형을 보면 척수장애인은 8.9%로 10%가 채 안 된다. 뇌질환 관련 환자가 88.8%로 90%에 가까운 것을 알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뇌질환과 척수손상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은 확연히 다른데 그와 관련한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실행을 할 계획인지 묻고 싶다.

전문적인 전환재활프로그램의 실행 없이는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전문시설과 전문인력, 전문프로그램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이다.

필자는 이 시범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부서에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척수손상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척수특화 재활전문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척수장애인들의 준비된 사회복귀를 제대로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

종합재활을 위한 다양한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관련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수가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타 장애 유형과의 확연한 차별성을 가지고 척수장애인을 사회로 보낼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민간과 긴밀한 협력을 촉구한다. 척수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환재활프로그램인 일상홈에 꼭 견학을 와서 함께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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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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