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A군은 지적장애인 1급이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이유는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현재 26세였을 것이다.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었던 A군은 집에만 있어야 했다.

A군은 ADHD(주의력결핍)로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자주 방황하곤 하였다. 그리고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끔 자해행위를 하였다. A군의 어머니는 오로지 A군의 보호를 위해 항상 곁에 있어야 했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과로가 너무 심하여서인지 어머니에게 갑상선암에 이어 위암,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등 장기 입원과 치료를 요하는 질병들이 연이어 찾아왔다. 투병으로 인하여 더 이상 A군을 돌볼 수 없었다.

A군을 거주시설에 맡기고자 찾아가 상담을 하였는데, 과잉행동이 심하여 시설에서는 받아줄 수 없다며,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행동치료를 받아 호전되면 그때 받아주겠다고 하였다.

2013년 10월 1일 초기 상담을 한 정신과 병원에서 영주에 있는 S병원을 소개해 주어 입원을 하게 되었다. 엄마만 따르던 A군은 낯선 병원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하였고, 병원에서는 치료에 방해가 되니 면회를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전문병원이니 치료를 해 크게 효과를 볼 것이며 잘 보호해 줄 것이라 믿었다.

2014년 10월 8일 병원에서는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통보해 왔다. 청도에 있는 B병원으로 이송을 하게 되었는데, 굳이 부모가 동행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2014년 12월 어머니가 치료로 다행히 몸이 완쾌되었다. 어차피 자식과 떨어진 이상 이 기회에 후일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 안정된 생활을 살기 위해 돈을 벌기로 하고, 식당을 개업하였다.

2015년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문경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 같은 해 11월에는 또다시 같은 이유로 성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제 A군은 전문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의료난민이 된 것이다.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소개하면 소개비를 받는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그러한 소문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래도 믿을 곳은 병원밖에 없었다. 이 병원에서는 후에 안 일이지만 욕창치료, 뇌전증약 복용을 한 적이 있었다.

A군은 뇌전증 증세가 없는 아이였다. 이제 행동수정 치료가 아닌 약물로 행동을 잠시 잠재우는 처방이 필요한 처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해 10월 8일 동년배인 B군이 먼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 그리고 한 달 보름 남짓 지난 후인 11월 27일 A군과 B군은 같은 차를 타고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 인계 과정에서 두 사람을 인계하는 것이 바뀌어 신분이 서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차트가 서로 바뀌고 처방이나 치료도 바뀌게 되었다. 인계란 게 당시에는 두 사람을 세워놓고 이 사람은 누구요라고 하면 끝이었다. 신분 확인 절차가 없었다.

의사소견서 내용으로 봐서는 두 사람이 서로 구별이 잘 안 될 수 있다. 둘 다 성향이 비슷한 상태였고 명찰이나 사진 대조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소 인지능력이 있는 A군과 그렇지 않은 B군의 상태로 보아 진료기록을 보면 얼마든지 차트가 바뀐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환자에 대한 증세를 조금만 관찰을 했더라도 진료기록과 상이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10일 후 A군과 B군은 세트가 되어 또 다시 영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2016년 3월 11일 A군은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42Kg인 상태로 심정지로 사망하였으나 B군이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B군 집에서는 어린 시절 B군을 입원시켰고 성장과정에서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람이 바뀐 사실을 모른 채 화장하고 말았다.

2018년 10월 18일 B군이 A군으로 둔갑되어 울산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B군은 이 병원에 과거에도 입원한 사실이 있었다. 병원 직원이 차트를 보고 A군이 아님을 알고 어머니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해왔다.

어머니가 사진을 전송받아 자신의 자식이 아님을 알고 이 사실을 통보하자 병원에서는 A군은 이미 2년 전 사망했다고 알려주었다. 어머니는 경악했다. 어머니가 자식이 2년 전 죽었는데도 알지 못하고, 사람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니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자식을 데려와 같이 살 꿈을 꾸던 어머니에게 이미 사망했다니 전쟁 중에 군대에 보낸 자식도 아닌데 이럴 수는 없었다. 억장이 무너지고 정신이 혼미하였다. 자식의 주검을 이제 찾을 수도 없고,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병원에 어찌하여 이런 일이 발생하였는지, 병원 과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면담을 하였으나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단순 과실로 사람을 바꾼 직원은 퇴사하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입원시 본인 확인을 반드시 하도록 되어 있으나 환자가 서로 바뀐 당시는 법 개정 이전이므로 책임질 것이 없다고 하였다.

어머니가 경찰과 변호사 등에게 상담을 하였으나 죄명이 법에 없어 처벌이 어려우며,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도 변호사 비용만큼도 받기 어렵다며 사건 수임을 기피하였다.

한 병원에서 다른 배상은 불가하고 사망 후 모르고 정부로부터 받은 장애인연금 반납을 위한 비용만큼의 책임은 다른 병원들과 나누어 책임을 지겠다고 하였으나, 다른 병원의 거부로 혼자 책임을 다 맡을 수 없다며 그 배상마저도 없던 이야기로 돌려버렸다.

어머니는 교회 목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함께 병원측에 차트가 서로 바뀐 책임을 묻기 전 사실확인을 원했는데, 이송 과정에서 신분증이나 사진 대조 등 절차나 부모 확인 없이 이송하여 본인 확인과 부모확인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나, 법적으로 책임을 증명하면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고 했다.

심지어 B군의 집에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오래된 일이라며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제 어머니는 자식을 잃은 한이 하늘에 뻗쳤다. 병원에서는 자식을 하늘에 기부한 셈 치라고 했다.

이 사태는 여러 가지 의혹이 있다. 환자에 대한 차트 변경으로 인한 약물 오용으로 악화나 사망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질환 악화에 대한 원인이나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고의로 차트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부모 면회를 오지 말라고 하면서 병원의 부실이나 인권침해를 은폐해왔을 가능성이 있다. 지적장애인의 환경변화와 잦은 이송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로 건강악화와 장애가 악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형식적 사망진단으로 처리되었을 뿐, 제대로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았거나 열약한 병원 환경이나 인권침해 사실을 은폐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 바뀌어 맞지 않은 다른 약을 지속적으로 투약하여 조금씩 건강악화가 와서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최소한 병원은 도의적으로 미안해서라도 진실규명에 최대한 협조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외면과 은폐였다.

어머니는 과실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이 사회가 인권이 죽은 사회라고 말한다. 정신병원에서조차 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 방치를 하면서도 국가로부터나 보호자로부터 입원과 특수치료 비용만 열심히 청구하는 정신병원, 전국 정신병원을 난민처럼 이송하며 시간만 허비하고 치료를 하지 못하는 병원, 환자의 보호책임이 있음에도 차트 바뀐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는 도덕적 해이, 입원은 부모의 확인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상식임에도 그러한 절차 없이 입원시키는 병원, 누구나 이를 악용하여 환자나 다른 사람으로 둔갑하여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사건이 생기면 직원을 숨기거나 퇴사시키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무마하는 현실, 아주 건강하였던 상태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할 정도로 방치된 병원, 문제행동을 약물로만 다스리는 오남용의 문제 등등.(정신병원 처방약은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며 무기력, 호흡곤란, 심정지, 척추측만, 소화불량과 구역질 등의 부작용이 있음)

차트가 바뀌어 자식의 사망조차 통보받지 못하고 사망까지 하였음에도 아무런 책임조차 물을 수 없다는 사실, 발달장애인이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실정과 모든 부담을 가족이 저야 하는 현실,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단 한 번의 사과조차 없다는 사실. 황당한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머니는 목매어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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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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