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에서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분노·충동 조절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한 적이 있다.

가해학생들은 폭력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며,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공격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를 치료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렇듯 가해자들은 왜곡된 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또한 처음에는 가볍게 신경 쓰이는 느낌에서 서서히 불평과 불만이 쌓여가고 짜증과 분노를 거쳐 화를 내는데 그때의 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공격적인 행동으로 분출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억누른 감정들을 폭발시키며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 불편한 감정들을 폭발시킨다고 해서 내제된 감정들이 완전히 해소가 될까?

사람들은 화를 내는 것으로 감정을 해소한다는 착각을 한다. 불이난 후에 집안에 재가 남아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감정이 해소되는 것은 화를 쏟아낸 뒤가 아니라 상황이 종결된 때이다.

무의식 속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며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 등에 카타르시스를 통한 후련한 기분은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여전히 사건은 마무리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화를 냄과 동시에 붉어진 얼굴, 떨리는 몸, 흐르는 눈물 등은 화를 내고난 뒤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나의 모습이며 이런 나의 행동을 비판하는 자라도 있다면 더욱 화를 다스리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화가 났을 때, 스스로에게 기름을 부어 더 크게 분노하는, 불편하게 화내는 방법 말고, 조금 더 화를 ‘잘’ 내는 방법은 없을까?

불같은 화를 잘 내는 법. ⓒ김지연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이라는 동화책이 있다.

이 동화는 화가 났을 때의 감정을 작은 불씨에서 시작해 점점 커져가는 큰 불꽃으로 표현해 ‘화’에 대해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며, ‘화’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소피는 조금씩 화가 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자꾸만 쌓여가는 감정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자 결국 밖으로 나가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폭발시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밖을 나서며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들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보통 친구들은 ‘너 때문에, 너가 안그랬으면..’ 라고 공격하며 서로 탓하는 대화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게 된다. 억울하고 감정조절이 힘든 상황일지라도 상다의 감정을 인정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불에 기름을 붓듯 화난 감정에 공격적으로 말하는 것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 서로의 감정을 해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그래서 화가 났었구나.” 하고 상대의 감정을 인정한 후, 감정조절이 되지 않은 채로는 서로의 의견을 전달 할 수 없으므로,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힌 후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 알리고, 감정이 충분히 가라앉았을 때 다시 대화하는 것이 유용하다.

각자의 감정이 다르고 이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후에야 비로소 타인의 분노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나에게 돌아오는 말 또한 덜 감정적이게 만들 수 있으며 보다 화를 ‘잘’ 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화가 난 사람은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나의 변명보다는 스스로 화난 이유를 알아차리고 감정정리가 될 수 있도록 각자 개인시간을 보낸 후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화재에 대비하기위해 소화기를 집안에 비치해 두는 방법도 있지만 사전에 주의하여 화재를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상대를 자극하는 나의 말버릇이나 작고 사소한 나의 감정들을 잘 처리하는 것이 예방법이 될 수 있으며, 상대방의 행동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보다 감정단어를 사용하여 나 중심의 대화법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현을 하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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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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