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29일 인권위 11층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인권위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거의 전원이 참석했고, 장애인단체로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애여성공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에서 참석을 하였고, 비장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성소수단체, 군인권단체, 여성단체 등이 참석하였다.

인권위(위원장 최영애)에서는 새로이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2018년에서 2020년까지 3년 간의 임기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5기가 중점적으로 해결할 과제들을 담아 ‘인권증진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책자를 발간했다.

그리고 이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인권증진행동계획 추진단을 구성하였는데, 이경숙 상임위원을 단장으로 하고, 내외부 총 30명으로 구성하였다.

이 인권증진행동계획은 4개 전략목표를 설정하였는데 ▲사회권 강화와 인간다운 삶의 보장 ▲차별해소를 통한 실질적 평등사회 구현 ▲지속 가능한 인권 거버넌스 구축 ▲인권의 확장과 다원화 등이다.

이 책자는 인권을 인간답게 살 권리로 해석하고 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환경을 만들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사회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위해 정책과 법을 마련하도록 권고를 지속적으로 하며, 시민사회단체와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하고, 다양한 소수자들의 인권을 포용하겠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세부 전략목표를 19개로 설정하고, 혐오표현 확산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위원회 역량강화를 특별사업으로 정하였는데, 주거, 의료, 노동, 교육, 생존권, 성차별, 이주민, 장애인, 사회적 약자보호, 사법절차에서의 평등, 인권교육, 지방인권기구와 협력, 시민단체와 협력, 국제협력, 병영문화 정착, 환경과 문화권, 정보접근 인권, 기업윤리, 북한문제 등을 정하였다.

그중 장애인 관련 목표를 보면, 탈시설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고,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의 실효성이 필요하며, 거주시설 학대 문제 등 주거와 고용의 인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분석하고, 탈시설, 다양한 접근권, 재난안전 등이 아직도 취약하여 이를 추진방향으로 하여 탈시설 제도 개선과 정보, 문화, 관광, 교통 등의 접근권을 강화하고, 장애인 생존권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정신건강법의 효과와 한계를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동계획을 담은 책자를 소개하면서, 위원장은 세부 계획과 예산을 공개하고 간담회를 하려 하였으나,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아 공개를 하지 못하였다며, 지난해 혁신위에서 124개 지적을 받았는데, 2001년 인권위 설립 당시 준비위원이며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자신이 이번에 위원장으로 왔으니 새로운 변곡점을 찍을 것이라며, 조직 개편과 더불어 사회인권과를 신설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협력을 강화하겠으며 혐오표현과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적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설명하였다.

마이크가 시민사회단체로 넘어오자, 왜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지지부진한가에 대하여 인권위의 적극 대응의 부족함을 질타하였다.

위원장이 혐오전담팀을 구성하여 법적 개선을 위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하자, 성소수자란 분명한 용어를 써 달라며 혐오란 막연한 용어는 정치권에 대한 자신감 없음이 아니냐고 시민단체가 따졌다.

성소수자에 대한 가짜 뉴스 하나 제대로 대응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성소수자 지지 발언을 한 학생이 정학을 받아 지정을 하였는데도 기각을 하니 실망이라는 말도 했다.

혐오대응팀은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6명 내외의 직원을 배정하고, 15명 내외의 추진위를 구성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위원장은 답했다.

시민사회단체 참석자들에게서는 약자에게 열심히 싸우라고 충동질하는 인권위가 아니라 직접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인권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고, 차별진정이 어이없이 기각되거나 조사관에 편차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고, 특히 결정까지 너무 긴 시간을 소요한다는 지적을 하였다.

위원장은 직원의 순환보직으로 조사관이 바뀌어도 일관된 표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며, 시민사회단체와 옹호기관 네트워크를 정례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실태조사 등이 인사이동 기간으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인권위에서 교육을 받은 인권강사가 인권위 명함만으로도 헤게모니가 생겨 잘못된 교육을 하여도 최고의 권위로 인정되어 버리는 폐단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었고, 권력에 변화를 요구하는 진정한 인권위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인권위가 상처를 받은 이에게 권고 수준으로는 인권보장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각종 실태조사가 실효성이 없고 후속 조치가 없이 연구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지어 성소수자 대학생연대에서는 인권위가 성소수자 인권의 전문인력 하나 없는데 전문기관이 맞느냐는 지적도 하였다.

장애인인 학부모가 학교 강당에 오르지 못해 진정을 하였는데, 학교는 학생이 주인이지 학부모까지 책임지는 곳이 아니라 기각하였다며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도 받았다. 위원장은 감수성을 위해 전문가를 둘 것이며, 감수성을 가지고 사건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2부 간담회로 차별시정과와 간담회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장애여성 공감 참석자는 장애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의 문제는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한 영역 중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그것이 성인지적 접근이 아니냐고 하였다. 이에 인권위는 장차법이 더욱 강력하니 어느 부분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대표는 장애인 특별운송수단인 장애인콜택시에 중앙정부 예산이 전혀 없이 지자체 예산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장애인지예산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탈시설을 주장하면서 거주시설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탈시설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국가 기본정책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장애공무원의 인권문제, 다문화 장애인 가정의 문제, 장애인의 고령화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여성장애인연합에서는 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의 인권조사지가 이용자와 종사자 질문이 같다며 종사자는 가해자로서가 아니라 인권보호 대상자로서 다른 질문지를 받아야 한다며,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시정과 탈시설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탈시설의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시민사회단체의 주문을 종합해 보면, 인권위가 보다 강력한 조치를 할 것과, 법과 제도의 개선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해 줄 것,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한 사회적 인권 이슈화를 도모해 줄 것, 약자의 진정한 바람막이와 비빌 언덕이 되어 대신하여 싸우는 강력한 존재가 되기를 주문하였다. 특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나 사형제도 폐지 등의 문제를 헤쳐나가지 못함에 대한 불만을 숨김없이 나타냈다.

새 조직을 갖춘 인권위가 얼마나 인권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입법부나 사법부에 강력한 힘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체와의 연대협력과 인권을 보다 진보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변화는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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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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