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과 임금에 대해 보호고용이라는 직업재활 서비스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곳이나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곳 모두가 고민하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퇴사나 이직을 통해 다른 사회복지 현장으로 떠나는 시간까지 매 순간 이 문제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지내기는 쉽지 않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하는 물품이나 서비스와 직접 관련이 된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회복지 전공자나 직업재활 전공자 등은 그 고민이 좀 더 클 수 있다. 특히, 직업재활의 날이 있는 10월이 되면 그 부담은 좀 더 커진다.

이미 다른 칼럼들을 통해 여러 번 언급 했듯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어려워만 지는 것이 현실인지라 그 애로사항들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직업재활시설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보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조사연구나 현장의 의견 청취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획기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원책이라고 나오는 것들은 늘 비슷하기만 했다. 가장 흔히 제시된 것들이 컨설팅이었다.

직업재활시설이 사회복지나 장애인직업재활 등을 전공한 이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고 전문 경영인들이 현장에 많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아래 경영과 관련된 컨설팅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나온 지원책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컨설팅의 효과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참고서 살 돈도 공부할 충분한 시간도 없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학력고사 경험만 있는 이가 수험준비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컨설팅의 결론은 뻔하다. 국어, 영어, 수학 등 배점이 높은 과목을 교과서와 교육방송을 중심으로 꾸준히 공부하고 이게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다양한 종류의 참고서를 구매해서 기출문제와 응용문제를 착실히 풀어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든가 네가 약한 과목이 어떤 과목이니 이 과목에 대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는 식의 피드백만을 받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에 대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제공되는 컨설팅도 이와 마찬가지다. 당장 생산할 시간도 부족한 시설에 컨설팅을 위해 기본 자료가 필요하니 수 십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표를 작성해 달라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 번이라도 컨설팅을 받아 본 시설들은 어김없이 시설의 정보만 빼 가는 것이 컨설팅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일쑤다.

조사표를 작성해 달라는 공문이 수신되면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이나 시설의 업무가 바쁜 점 등을 어필하며 컨설팅을 받지 않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보지만 필수나 의무라는 식으로 시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만 듣게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료들을 제출하고 나면 현장방문이라는 것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현장방문을 온 컨설턴트들을 마주하면 더 답답해진다. 기본적으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기업의 차이가 뭔지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고,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0에 가까운 이들도 많다.

'장애자'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부터 '참 좋은 일 하시네요'로 시작하는 이들까지 정말 점입가경이란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컨설턴트는 이게 컨설팅을 받는 것인지 지도점검을 수검 받는 것인지 혼동할 수 있을 정도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무언가 도움이 되는 얘기가 한 개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적극적으로 응대하면 '이미 잘 하고 계시네요. 충분히 노력하고 전문성도 있으시네요. 그래도 예산을 받고 컨설팅 온 거니까 다 아시겠지만 이런 이야기라도 하나 해 드릴께요.'하며 뻔 한 이야기만 하고 돌아가는 이까지 있다.

설령 미처 알지 못하던 것들을 조언해 준다 해도 참고서 살 돈이 없는 학생에게 참고서를 보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컨설팅 결과에 따른 추가적인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컨설팅에 대한 현장의 만족도가 높지 않으니 컨설팅 앞에 판로개척, 품질향상 등 수식어를 바꿔가며 시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영진단과 같은 색다른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무언가 정책지원을 하기는 해야 하고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는 없기에 벌어지는 요식행위가 아닐까 하는 의문만 날로 커진다.

컨설팅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컨설팅에 투자된 비용을 모아서 생산설비를 한 개씩 나누어 주거나, 현장에서 종사하는 이들을 격려하는데 사용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컨설팅이 무조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컨설팅을 제공하려면 현장의 상황과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한 후 그 수준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또, 컨설팅 결과를 현장에 반영할 수 있는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컨설팅을 위한 컨설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컨설팅 지원 사업은 직업재활시설들이 겪는 문제가 모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전문성이 낮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정작 우리 직업재활시설이 근로장애인의 임금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나 제도의 한계 등에서 기인한 점이 더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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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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