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예식장. 최근 여기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청첩장을 여러 곳에서 받고 보니 10월과 11월 매주 토요일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축하객으로 방문을 해야 하는 곳이 되었다.

그 많은 예식장 중 이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거행되는 청첩장이 두 달간 매주 토요일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가야 하도록 초청을 받고 보니 이 예식장이 최고 인기 있는 명소가 되었다고도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매주 결혼식을 참여하니 모든 신혼부부의 탄생을 모두 축하해 주는 착각에 영광된 자리에 초대된 기쁨이 느껴지기도 했다.

강남의 길은 복잡하고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란 어려워서 같이 갈 사람을 찾아 카플을 하여 예식장에 가기로 했다. 예식장이 위치한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자 차들이 서행하기 시작했다.

몇 분을 기다려 주차장 입구에 다다르자, 주차장이 만차라서 앞차가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에 정차하고 대기하고 있어 우리도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인도에는 주차요원 5명 정도가 줄을 서서 안내를 한다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차장문을 내려 주차요원을 불러 장애인차량인데, 장애인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안내원은 평일이면 장애인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주말과 일요일은 장애인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추자장관리는 예식장에서 직접 관리를 하지 않고 하청을 주어 장애인주차장은 개인 주차장 시설이므로 이용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들이 찾아오고 장애인들도 많이 올 것이니 장애인주차장의 제한된 공간에 모두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은 장애인주차장이 만차라는 말로 이해가 되었다.

지금은 주차장이 복잡하니 신호등까지 직진한 다음 우회전을 두 번 하여 건물 후문쪽으로 가서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에 따라 주차장 후문으로 갔으나 주차장 출입문은 닫혀 있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어 다시 차를 돌려 건물 앞문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건물을 몇 바퀴 돌고 나니 주차장 앞문을 열어 놓고 차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을 정해 놓고 입장을 시키는 것 같았다. 시간 끌기로 후문으로 가라고 한 것인가 싶어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자 장애인주차장이 보였다. 그런데 그곳에는 비어 있었다. 장애인주차장이 비어 있고 우리가 장애인차량이니 주차하면 안 되느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다.

안내원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있느냐, 장애인주차장을 이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되느냐고 안내원이 물었다.

다른 중증장애인을 위해 그 자리를 비워 놓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다른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주차장을 포기하고 주차장 2층으로 가서 주차를 하였다.

예식이 끝나고 식사를 마치고 무료주차는 1시간 반만 허용되므로 서둘러 주차장으로 나왔다. 1층 로비와 가장 가까운 출입문 바로 앞에 장애인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는 장애인 차량이 아닌 신혼부부 차량이 주차하고 있었고, 막 신혼부부와 혼주들이 내리고 있었다.

신랑과 신부가 내리는 것을 안내하기 위해 여직원이 인사를 하며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 안내원에게 이 자리는 장애인주차장인데 신랑 신부가 주차를 하면 위법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신랑은 우리가 주차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예식장 측에서 차를 여기에 주차하라고 안내를 해 주어 한 것이니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진을 촬영하여 신고를 하면 신랑의 인생 최고의 기쁜 날 기분을 나쁘게 만들 것이란 생각이 들어 신고를 하지 못했다. 다만 예식장 직원에게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직원은 자신은 계약직으로 자신에게는 결정권이 없으니 높은 분에게 건의를 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계약직이라고 굳이 밝힌 것은 자신이 이 문제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고객은 참으라는 무언의 압력같이 느껴졌다.

분명 시정을 하지 않고 지금의 순간만 모면할 의사인 것 같았다. 예식장 준공검사를 위해서는 장애인주차장은 가장 출입문 가까이 설치하여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는 VIP자리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하고 만족도를 높여줄 때 예식장 비용이나 팁을 받는 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신혼부부 주차장을 장애인주차장 옆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건물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 장애인주차장은 만들지만 운영에서는 장애인주차장으로 이용하도록 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갓 같다.

주차요원들에게 아예 장애인주차장은 없다고 안내를 하게 하고, 주차장에 들어가 장애인주차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면 더 중증을 위해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 안내를 하고 결국 다른 용도로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추론할 수 있다. 그렇게 운영하도록 주차요원 교육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신혼부부 주차를 위해 그 자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 옆에 장애인주차장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장애인을 기피하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장애인의 혜택을 이용하여 이익을 보고자 할 경우에는 장애인의 몫을 빼앗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회 태도가 몹시 불쾌하였다.

장애인주차장을 법으로 설치하라고 하니 법은 준수하되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결과가 낳은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장애인을 두 번 울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지도층의 가식에 가득찬 얼굴을 오늘도 보고야 말았다. 이런 가식에 사회가 돌을 던지거나 비난에 힘을 보태어 주지 않으면 약자들은 이용 가치로만 취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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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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