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과 장애인단체와의 간담회 회의 장면. ⓒ서인환

지난 10월 11일 여의도 소재 국민일보(CCMM빌딩)에서 건강보험공단과 장애인단체가 간담회를 가졌다.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는 김용익 이사장을 비롯, 전종갑 징수 상임이사, 서일홍 급여관리실장, 김선주 급여관리실 보장구지원부장, 임동하 고객지원실장, 박지영 급여보장실 예비급여부장을 비롯, 많은 간부들과 장애인 서비스 업무 관계자가 참석하였고, 장애인단체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 홍순봉 상임대표와 이대섭 공동대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에서는 김광환 상임대표와 손영호 공동대표 등이 참석하였다.

공단에서는 간담회를 위해 배포된 자료가 5종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문 활성화’라는 자료에는 2018년 12월부터 시각장애인의 신청이 있을 시 점자고지문을 발송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사회참여 기회 확대 추진 현황’이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2022년까지 직원의 5%에 달하도록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계획이 들어 있었다.

현재 공단은 전체 직원수 1만5155명 중 장애인 종사자는 523명으로 장애인 고용률은 3.46%로 장애인 고용율이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이 자료에는 장애인 자립기반 조성을 위해 장애인 건강보험료 감면 제도에 대하여도 언급하였는데, 세대 소득 합산 360만원 이하, 또는 재산과세표준액 1억3500만원 이하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1-2등급은 30%, 3-4등급은 20%, 5-6등급은 10%를 경감하고 있는데, 수혜 대상자는 20만3000명으로 감면 금액 총액은 142억원이라고 밝혔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라는 PPT 자료에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소개 자료로 의료 비급여를 없애고 수가를 적정하게 하여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열겠다며 적립금 20조와 국고 지원 확대(매년 5000억원 증가), 보험료 자연 증가(매년 3.2% 징수금 증가는 하나 보험료 인상은 자제) 등으로 재정적 뒷받침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장애인 보장구 급여 확대’라는 PPT 자료에는 건강보험법 제51조 장애인 특례를 법적 근거로 하여 현재 88종의 보장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동휠체어 지원 대상을 다양화(틸팅형, 리클라이닝형)하고 욕창방지매트를 뇌병변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하고, 앞으로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리모컨을 지원하고, 각종 보장구의 지원 금액과 지원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안내’라는 PPT자료에는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반건강관리 주치의는 의원급 재활의학과와 신경과를 중심으로 하고, 지체, 뇌병변, 시각장애인은 주장애 주치의로 재활의학과와 신경과 외에 안과를 포함하여 병원급 의사로 하여금 주치의 제도를 시범실시한다고 적혀 있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장애인 단체와 소통을 위해 간담회를 준비하였다고 말하면서 공단 본부에 베이커리 카페와 인천시의 꿈 베이커리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앞으로 장애인 고용창출과 일자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보장구 업무를 보장구지원부로 승격하여 주요 업무로 다루고 있다고 하여 공단의 장애인 서비스의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장총련에서는 정책 건의서를 통해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정하여 일정 금액 초과되는 의료비는 보험에서 지원하도록 해 달라고 건의하였고, 재난적 의료비 폭탄을 막기 위해 의료재난의 범위를 확대해 줄 것, 보장구의 지원 수가를 인상시켜 줄 것, 이동형 리프트 지원 대상을 확대해 줄 것 등을 건의하면서 현재 시범사업의 주치의 제도는 주치의 희망 등록자 312명, 참여 장애인 48명으로 참여률이 저조하다며 수가가 높아 상대적으로 자부담이 부담되므로 장애인의 자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시행하기를 주문하였다.

한국장총은 건의서를 통해 지원 품목 확대와 급여현실화, 절차 간소화와 전문인력 배치 등을 건의하였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정보단말기의 급여 적용과 병원에서의 수화통역사 배치를 특히 강조하였다.

점자정보단말기는 시각장애인 수를 감안하면 1조2000억이 필요하다는 공단의 답변에 대하여 점자정보단말기가 필요한 수는 시각장애인 전체가 아니며, 매년 몇 십억원의 규모로 하고 정해진 예산에서 대상을 신청 받아 선정하는 방식이라도 충분하다고 하였다. 공단이 해당되는 대상자에게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청자 공모형식의 운영이 가능한지는 검토해 볼 문제이다.

공단 측은 점자정보단말기는 고가이고 정보통신 기기로 보급하는 부처가 있어 보험적용이 가능한지는 복지부와 의논해 볼 문제라고 답하였는데, 이 문제는 오찬에서도 이야기로 이어져 한국장총에서 모 기업에서 100만원대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하자, 공단 이사장은 개발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검토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하였다.

이대섭 대표는 발언을 통해 인공와우 수술 후에도 언어소통은 70% 정도에 불과하여 수화는 계속 필요하고, 언어훈련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수화통역사가 배치된 병원은 연세대학 병원과 아주대병원, 부산 성모병원에 불과한데, 연세대 병원의 경우 자체 예산이 아니라 신한카드의 지원사업으로 인건비를 충당해 오고 있는데 내년이면 지원이 중단된다며 수화통역사 배치는 공단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등록 장애인에게만 보청기 급여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등록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는 적용 대상 확대를 건의하자, 장총련 김광환 대표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그리고 저가형이 아닌 실생활에 편리한 보장구 보급을 위해 급여 상한액 수준을 인상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하였다.

장애인단체 대표들은 공단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장애인 유형별 안배도 주문하였는데, 공단에서는 업무 수행가능하고 자격을 갖춘 장애인으로 하다 보니 안배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의료지식이 필요한 간호사 자격이 필요하기도 하고, 전산처리와 잦은 출장이 가능해야 하므로 공단의 장애인 고용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언급하였다. 이에 손영호 대표는 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만 할 것이 아니라 업무분석을 의뢰하여 적합한 고용배치를 자문하면 장애 유형별 배치나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보장구의 품질보장을 위해서는 제품 인증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도 있었는데, 제품 인정은 식약청의 소관이기는 하나 공단에서도 품질보장을 위한 인증제 도입을 고심하였으나, 공단 수준의 업무로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공단과의 간담회에서 복지부가 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나 복지부가 해야 할 서비스 개선 등도 포함되어 논의되기도 하고, 공단이 아닌 의료기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언급되었는데 공단은 이러한 논의에서는 복지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소통은 중요하다. 장총과 장총련은 각각 회원 단체들을 통해 건의 내용을 모아 건의서를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직접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지 못한 점이나, 주로 공단의 사업 소개에 그쳤다는 점, 건의 내용이 확대나 인상 또는 공단 외적 업무 내용 등이 포함되어 사실 간담회를 통해 당장 얻어낸 내용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통이 상호 이해와 욕구 파악, 그리고 제도 개선에 기여하는 추진체로 작동하기보다는 간담회를 가졌다는 일회성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아쉬웠다. 고객지원실이나 급여관리실과 장애인단체가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의 서비스가 확대되고 현실화되도록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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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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