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오락실에서 ‘틀림그림찾기’라는 게임이 유행한 적이 있다. 제한 시간 내에 두개의 거의 같은 그림 중 틀린 부분을 찾아 펜을 찍어서 맞춰보는 게임이었다.

사람들은 틀림그림찾기를 잘 하려면 눈썰미가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눈썰미란 어떤 기능을 한두 번만 보고도 그대로 해내는 재주를 뜻하는데 빠른 시간 내에 그림을 관찰하고 각기 다른 점을 찾아내야 하는 이 게임에서 특히 필요한 자질이다.

눈썰미는 인사할 때, 주문할 때, 식사를 할 때도 필요하다. 눈썰미가 있는 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타인이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모방하여 실행할 수 있다.

예로, 우리는 상대방에게 인사하러 갈 때 팔자걸음으로 가지 않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목소리는 밝고 경쾌하게 하는 것임을 구체적 지시로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어른 들이 인사하는 것을 오랜 시간 봐오다 보니, 이런 저런 인사법들이 있구나 하고 배운 것이다. “인사해야지?” 하고 말씀하시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나의 모습은 스스로 관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이런 관찰하는 과정은 또래관계에서도 필요하다. 이러한 관찰들을 통해 사회에서 맺는 관계들 속에서 모방을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복도를 통행하다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쳤다’는 상황에서, 어떤 아동은 즉각적으로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기도하고 또 다른 아동은 “아 씨.” 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직접적으로 겪지 않아도 다른 아동들의 상황을 관찰하다보면 나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1.‘미안해’ 라고 한 아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2.상대 또한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3.신경질을 낸 친구는 처음부터 기분이 나빠 보였다.

4.이러한 친구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5. 사람에 따라 행동이 모두 다르고 감정도 다르다.]

와 같은 과정으로 관찰을 하다보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단계에 다다른다.

하지만, 일반적인 아동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정도면 상대방 입장에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자폐아동이라면 중학생정도의 연령이 되었을 때 수월히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관찰하여 행동을 알아본다. ⓒ김지연

[내 친구의 비밀] 이라는 동화책에서도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상대를 관찰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이름을 쓰는 시간.

재은이는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발표를 시작하며 ‘소윤’이라는 친구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온 것에 충격을 받는다.

재은이는 소윤이가 왜 인기가 많은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재은이는 인기가 많은 소윤이를 단순히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 소윤이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관찰결과, 소윤이는 친구와 대화할 때 자신의 말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미소를 방긋방긋 지었다. 또한 모래놀이를 할 때 도구도 잘 빌려주며 묻어있는 모래도 털어주는 친절을 보여줬다.

또한 소윤이는 속상할 때 울기보다 자신의 기분을 상냥하게 말해줬고, 다쳐서 아픈 재은이를 위로하며 부축까지 해주었다.

재은이는 이러한 소윤이를 관찰한 결과 인기가 있는 친구의 비밀은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재은이는 이러한 소윤이의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그 후 재은이에게 돌아오는 결과는 더욱 긍정적이게 될 것이다.

미술에서 데생을 배울 때 사물에 비춰지는 빛부터 시작해서 질감, 색감 등 사실적인 부분을깊이 관찰한 다음에 묘사를 시작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타인을 관찰한다는 것은 관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찰이후의 모방까지 기대할 수 있다.

모방을 통해 나의 행동으로 완성되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관찰 없이 무조건적인 모방만을 하게 된다면 타인의 감정을 읽는 단계를 이루기 어려우므로 관찰하기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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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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