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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두렵지 않은 까닭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18 10:57:51
복학은 시간의 흐름을 증명했다. 여학우들 중 일부는 어느새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고, 군대를 다녀온 동기들은 아저씨의 향기를 풍겼다. 앳된 얼굴의 후배들은 연신 인사를 해댔고, 그동안 왜 안 보였냐는 교수님들의 농(弄)엔 “군대 다녀왔다”는 담(談)을 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세월이 변화시킨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늘 학생식당에 있던 아주머니를 만난 건 정문에서였다. 밥을 먹으러 온 학생들에게 돈을 거슬러주던 그분은 이제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전자 주문기를 도입하면서 해고당하신 거다. 한달음에 달려간 그곳엔 정말 돈 먹고 식권 나눠주는 기계가 있었다. 혼자 밥 먹는 게 일상이 된 청춘들은 저마다의 시간에서 굶주림을 채웠다. 그나마 돈을 주고받으며 나누던 인정(人情)은 인적(人的)을 감췄다.

개입당할 권리를 박탈당하자 불편함이 밀려왔다. 식권을 뽑으려면 카드나 현금을 투입구에 넣으라고 떠드는 목소리는 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비장애인들의 눈높이에 위치한 선택권에 휠체어에 탄 사람의 식권(食權)은 안중에 없었다.

불굴의 의지로 성공적인 재활을 통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엔 못 먹고 나오는 장애학우들도 있었다. 맛없어도 싸다는 이점이 사라지자 학생식당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대안이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장애인콜택시가 연결이 안 되면 대중교통이란 대안을 이용하면 되고, 2층 화장실에 사람이 많으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다른 층으로 가면 된다.

마찬가지로 학교 앞에 즐비한 식당들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종일 자식뻘 학생들을 상대하는 터라 부모 같은 느낌을 주는 점주들은 정이 넘친다. 연애상담도 해주고, 부모에게 하지 못하는 고민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어른들의 지혜에 미칠까?

담소를 사랑하는 성격도 한 몫 한다. 주인과 앉아 한 두 시간 정처 없이 이야기 속에서 방황하고 나면 어느새 도착지가 보인다. 이런 성격의 근원엔 고독함이 있으리라.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은 생각의 자유를 선물하지만, 정작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레 비장애인들과의 관계는 의례적으로 변한다. 서로 불편해서 다가가지 않고, 예의상 서로의 존재에 동의하는 사이는 교과서의 도움을 받아야만 짙어질 수 있다.

장애인을 만나면 도와주어야 하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우리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는 모든 바둑기보를 머릿속에 넣은 알파고처럼 인류의 뇌에 저장됐다.

기계적으로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마음으로부터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교육의 부재를 청산하는 거다. 효율성을 이유로 장애를 경시하던 풍조는 더 나은 효율성을 지닌 인공지능에 의해 파괴될 개연성이 높다.

이제 신체의 불편함이 아니라 신체의 불리함이 장애를 생산하는 시대의 도래가 눈앞에 와있다. 장애를 상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면, 소수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은 장애를 입고 살게 된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의 발명은 차나 폭행에 의한 사고보다 훨씬 큰 사건이다.

적을 동지로 만드는 건 새로운 동지다. 인공지능이란 거대한 쓰나미에 맞서려면 연약한 인간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시작은 공존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격차는 사실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동일선에 놓이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줄일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하다. 귀는 막고 마이크 소리만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열린 귀와 뜨거운 입 그리고 차가운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그런 곳 말이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는 건 기적이 아니다. 편견이 막고 있던 사고가 정상화되는 찰나다. 공존은 사람이 지닌 강력한 무기다. 인공지능이 두렵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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