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장해 오는 동안에 부모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 꿈은 뭐니?”라는 질문을 한 번쯤은 받아 보았을 것이다. 어릴 때의 꿈은 굉장히 원대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꿈은 쪼그라들고 심한 경우에는 꿈이 없어지기도 한다.

꿈은 정의대로라면 성취될 수 없는 것이다. 성취될 수 있는 꿈은 목표라고 하는데, 우리는 꿈과 목표를 자주 혼동한다. 꿈이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성취하기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다(하지만 성취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반면에 목표란 성공하리라는 합리적인 희망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성취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꿈을 꾸는 것, 꿈을 갖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필자는 한 발달장애인 보호작업시설에서 6년 간 일하는 동안 이용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성교육을 제공하였다. 어느 성교육 시간에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신이 꿈꾸는 삶에 대해 얘기해 볼 시간을 가졌다.

지적장애 3급인 4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자신의 꿈을 말하였다. 그 여성은 필자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저도 원장님처럼 내 집에서 독립적으로 멋지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였다.

필자는 아직도 그녀의 갈망에 찬 눈빛과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 때 필자는 “나의 이 평범한 삶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히 원하는 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현재 내 삶을 소중히, 감사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동시에 “이런 평범한 삶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성취할 수 있도록 그들 곁에 있는 전문가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 여성이 그 당시 필자와 같이 경제적 차원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꿈은 불가능하니까 꾸지 말아야 한다고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꿈은 누구라도 꿀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현실적 한계 안에서 그 꿈의 일부만이라도 성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는 노력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꿈꾸는 독립적인 삶은 다양한 형태로 그녀의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그녀의 개인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한계가 있는 삶 안에서 그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우리가 만들어 낸다면 그녀가 꿈꾸는 독립적인 삶의 아주 작은 시작이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하지만, 꿈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도 우울할 수 있다. 꿈꾸는 동안만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은가! 발달장애인들도 우리처럼 꿈꾸면서 행복해져야 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과 복지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발달장애인들이 꿈을 갖게 하고 또 그 꿈을 자신들의 한계 안에서 나름대로 이루어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것이 요즘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중심의 계획(PCP)이다. 발달장애인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조금 더 높은 목표를 가지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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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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