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단체사업의 일환으로 척수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휠체어스킬을 공부하고 보급하기 위하여 6명의 단원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 7일간 캐나다 벤쿠버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8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다섯 번째는 'ICORD'이다.

벤쿠버 연수기 3회 째에 블러슨척수센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 센터 안에는 릭한센연구소와 더불어 중요한 기관이 있는데 바로 ICORD라는 연구소이다.

ICORD(International Collaboration on Repair Discovery)는 척수 손상에 초점을 맞춘 다학제 간 연구 센터이다. 이 연구소는 척수손상 이후에 예방, 기능 회복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전략의 개발과 전환을 위한 연구와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1995년 존 스티브tm(John Steeves)박사가 릭 한센(Rick Hansen)과 UBC(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의 데이비드 스트랭웨이(David Strangway)박사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ICORD의 행정 사무소와 기초과학 연구실은 ​​UBC 캠퍼스의 바이오사이언스 빌딩(Biosciences Building)에 위치하고 있었고, 다른 ICORD 연구원들은 또한 메트로 밴쿠버와 밴쿠버 아일랜드의 20개 이상의 다른 지역에 흩어져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2008년 11월 블러슨척수센터가 공식 개막됨에 따라 ICORD의 여러 분야의 연구자 들이 한 곳으로 모여 척수 손상 환자와 긴밀히 협력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완전한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치료법 및 실행의 발견, 개발 및 검증을 가속화했다고 한다.

2008년 11월 블러슨 척수 센터의 공식 개막식 장면(http://icord.org 홈페이지). ⓒ이찬우

ICORD의 비전은 척수손상에 대한 '치료'의 정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척수손상 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전체 연구 연속체의 우수성을 촉진하는 데 있고, 여기에는 전임상 발견 과학, 급성 및 만성 척수손상 치료법 개발, 척수손상의 성공적인 삶의 솔루션이 포함된다.

ICORD의 연구원은 여러 가지 유형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각도에서 치료법을 찾고 있다. ICORD의 연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 할 수 있다. 하나는 임상 연구이고 또 하나는 발견 연구(Discovery research) 이다.

임상 연구는 연구 참가자를 사용하여 수행되며, 신약의 이점을 살펴보는 것부터 휠체어 추진력을 평가하는 것까지 포함 할 수 있다. 임상 연구자는 대개 물리 의학, 인간의 운동학, 물리 치료, 작업 치료 및 공학과 같은 전공자들이 참여한다.

발견 연구는 분자 수준에서 척수 손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예로는 척수손상으로부터의 회복에 대한 식이요법의 효과를 연구하고 사람의 피부에서 유래된 줄기 세포를 사용하여 척수 손상 부위를 복구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동물학, 해부학, 생체 공학 및 약리학 등의 전공자들이 참여한다.

또한 연구소는 척수손상 이후 다양한 궁금증에 대하여 실질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치유가 되지 않는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피부 대체물을 만들 수가 있을까? 척수 손상으로 노화에 대한 기능적 및 의학적 도전, 로봇장치가 척수손상환자의 재활치료에 어떻게 효과적인가 등의 예가 있다.

블러슨척수센터는 6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 4개 층에 걸쳐 연구소가 포진되어있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인력과 장비, 연구 결과물이 있고 또한 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소 담당자는 한국에서 온 일행들에게 최대한 개방 가능한 시설들을 소개해 주었다.

기초과학 실험실에서는 줄기세포, 신경 재생, 다이어트, 외상성 뇌손상 등 척수손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넘어졌을 때 뼈에 가해지는 영향을 연구, 넘어졌을 때 목을 보호하는 헬멧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연구실에 축구공이 있어서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했더니 외부 충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도구라고 한다. 참 재미난 연구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재미나지만 현실적인 연구를 하고 있었다.

여러 실험실 중에 하나. 이곳에서는 헬멧에 대한 연구와 로봇 연구 등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찬우

보행/움직임 실험실에서는 휠체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다고 한다. 거꾸로 미는 휠체어, 웨어러블 로봇 연구,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연구 등을 볼 수가 있었다. 가상현실 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고글로 본 화면을 통해 좌우균형과 순발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었다.

이번 캐나다 방문이 휠체어 스킬에 관련된 목적이어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였다. 실험실 안에 경사로, 턱 등이 설치된 코스도 있었고 자갈이 깔려있는 길도 있었다. 척수장애인의 휠체어를 밀면서 생기는 현실적인 연구를 하고 있었다.

관심이 있었던 것은 바퀴를 뒤로 밀어야 앞으로 가는 휠체어가 있었는데 이는 어깨가 아닌 등근육 활용하는 휠체어로 척수장애인의 어깨근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였다.

척수장애와 관련된 가상현실(VR)실험실. 필자가 체험을 하고 있다. ⓒ이찬우

휠체어 사용과 관련된 다양한 장애물을 설치하여 관련 연구를 한다. ⓒ이찬우

뒤로 밀어야 앞으로 가는 휠체어(빨간색). 척수장애인의 등근육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찬우

생리학 실험실에서는 쥐 실험을 하는 곳이라고 했는데 가보진 못했다. 아마 쥐를 대상으로 척수절단 이후 다양한 중재를 통해서 회복을 관찰하는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1층에 있는 접근성 실험실(Access Lab)에 설치된 접근 가능한 주방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냉장고, 싱크대, 스토브 및 오븐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가전제품과 접근 가능한 가전제품을 모두 갖추고 손상 이후의 접근성을 연구하는 곳이다.

센터 1층에 있는 접근성 실험실 장면((http://icord.org 홈페이지). ⓒ이찬우

이 연구소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결과물을 뉴스레터나 연례보고서 등을 발행하여 외부와 공유하고 있었다. 홈페이지(http://icord.org)에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연구에 참여할 척수장애인들을 모집하는 등의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었다.

척수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불행하고 불안한 일이다. 그러나 캐나다처럼 척수손상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척수장애인들을 이해하려는 쌍방향의 소통 채널이 있다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을 것이다. 믿음이 가는 연구소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살수 있다는 자기최면식 믿음에 살고 있는 한국의 척수장애인들도 이런 든든한 지원자 그룹들이 많이 생겨나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매년 발간되는 연간 보고서 표지. 홈페이지(http://icord.org)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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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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