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나누는 그와 그녀 ⓒ최선영

“우리 아기 없이 둘이만 살까?”

“너만 괜찮으면 난 어떻게 해도 상관없어.”

그와 그녀는 아이가 없어도 괜찮았습니다. 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어른들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래 여행은 즐거웠니? 얘가 잘해주던? 불편한 건 없었고?”

“네 어머니, 아버지, 편하게 잘 지내다 왔어요.”

“나이도 있으니 애는 늦추지 말고 빨리 갖는 게 좋겠다.”

자상한 미소를 담은 시아버지의 말을 그녀는 무겁게 받아들었습니다.

“그래, 친정에서도 당부하시지? 무엇보다 얼른 애부터 가져라. 힘들면 내가 봐줄 테니.”

시어머니도 한 번 더 말씀하셨습니다.

“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대답을 합니다.

“아버지, 엄마, 저희 그냥 둘이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니? 다른 건 네 뜻대로 해도 그건 안된다. 애는 꼭 있어야 해.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안 생기면 모를까 안 가지겠다는 건......”

어머니는 말을 하다 말고 돌아앉아버립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말하며 어머니 마음을 다독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했을 때, 늦둥이 막내가 이제야 장가를 간다고 좋아하시던 부모님께 장애가 있는 그녀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기에 부모님은 그 흔한 반대 한 번 하지 않고 그녀를 딸처럼 안아주셨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것을 알기에 아이 없이 둘이 살겠다고 더 이상 고집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하는 그와 그녀 ⓒ최선영

“어떡하지?”

“우리 아기 가지면 안 될까? 꼭 부모님 때문은 아니고...... 너 닮은 딸을 낳고 싶기도 해.”

“나중에 그 아이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거나 하면......”

“왜 꼭 상처받는다고만 생각해? 너 스스로 자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거 아냐?”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야. 엄마의 장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게 될 아이의 상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얘기지. 우리 사회가 아직은 그렇잖아.”

그도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아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어른들은 왜 아이 소식이 없는지 재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위로 누나만 셋이 있습니다. 아들 귀한 집에 아들을 낳기 위해 내리 딸 셋을 낳고 그가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결혼을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막내지만 맏며느리였고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른들은 결혼하면 당연히 자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깊은 사랑과 가족들의 배려로 결혼 결심은 했지만 아이 문제는 여전히 그녀에게는 넘지 못할 산이었습니다.

그녀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장애인으로 살면서 받았던 많은 편견의 문턱을 넘으면서 장애인의 자녀가 받아야 할 세상의 다른 시선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욕심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그 부분까지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그의 말과 달리 부모님은 다른 건 다 양보해도 그것만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말씀에 그녀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엄마, 시부모님이 아이는 있어야 한다고 재촉하시는데 어떡하지?”

“뭘 어떡해... 엄마 생각에도 아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잘 키우면 되잖아. 장애가 있지만 너도 이렇게 잘 컸는데... 왜 넌 네 아이가 아프고 힘들 거라고만 생각하는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어른들의 기다림과 재촉을 받으며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연세가 많은 시부모님은 여전히 손주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시아버지가 당뇨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시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그녀 ⓒ최선영

“아가야.”

“네 아버지.”

“네가 장애 때문에 나중에라도 네 아이가 힘들까 봐 아기를 안 가지려고 하는 건 안다. 내가 아이가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너를 위하는 마음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구나. 지금은 모르겠지만 조금 더 나이 들면 분명 후회할거야. 장애는 다름일 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멋진 내 며느리는 아이에게도 좋은 엄마가 될거라고 나는 믿는다. 자식이 안 생기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순리대로 살아라."

시아버지는 그녀가 누구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계셨나 봅니다. 시아버지의 진심이 그녀의 마음에 떨어져 눈물이 됩니다.

“내가 장애를 차이가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냈던 것처럼, 당신이 나를 이해하고 안아주었듯이 내 아이도 그러길 바라며 우리 그렇게 키워내자.”

"그래. 고마워."

그녀의 결심에 그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임신을 했습니다.

어른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에 그녀도 행복했습니다.

배가 불러오면서 움직임도 쉽지 않았고 여러 가지 힘든 것도 많았지만 예쁜 아기와의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그녀는 예쁜 딸을 만났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을 보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아기를 보고 있는 그녀 ⓒ최선영

“엄마가 미안해. 널 잘 키울지 자신이 없었어. 그리고 나 때문에 혹시라도 네가 상처받을까 봐...”

엄마의 소곤거림에 아이는 까만 눈동자를 초롱초롱 꺼리며 엄마를 봅니다.

마치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이의 눈은 방실거립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어부바를 해달라고 등에 매달릴 때면 얼른 그가 달려와서 “아빠가 해줄게 이리 와.”하며 아이를 그의 등에 업었습니다.

“엄마, 엄마.”

아이가 엄마 등에 업히고 싶어 할 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짠... 해지기도 했지만 업어주지 못하는 대신 그녀는 더 많이 아이를 안아주고 놀아주었습니다.

아장거리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다리가 불편하니까 제가 해줄게요.”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겠다고 의자를 끌고 와서 올라서는 아이를 보며 앞으로 커가면서 어쩌면 엄마의 장애 때문에 힘든 것도 많겠지만 밝고 씩씩하게 자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듭니다.

부모의 장애 때문에 아이가 힘든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크게 키우려는 지나친 욕심과 자녀를 이해하고 믿어주지 않는 이유들 때문에 아이들은 힘들어합니다.

그녀는 늘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라지 않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아이를 키우려고 합니다.

아이가 엄마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예쁘게 자라듯 그녀도 아이와 함께 날마다 조금 더 멋진 엄마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엄마와 딸 ⓒ최선영

“얘들아, 우리 엄마야.”

“우와 엄마 예쁘시다.”

“그치? 울 엄마 너무 예쁘지."

딸은 친구들에게 엄마를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장애가 있어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엄마의 조건은 비장애인인 것이 아니라 아이와 마음을 나누고 올바른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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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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