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놀란 것은 자폐인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조운동이 1980년대 즈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시점에야 장애인 인권운동이라는 것이 지체장애를 중심으로, 그것도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던 시점이었죠.

그리고 영국에서는 이미 활발해진 자폐인을 넘어 일단 발달장애인 사회까지 확장해도 한국사회에서 자조단체 운동이 시작된 것은 진짜로 최근의 일이라고 할 정도로, 그래서 에스타스(estas)가 영국을 배우러 가게 될 정도였습니다.(estas가 최초로 모임을 가진 시점은 2013년으로, 올해가 결성 5주년입니다.)

오죽하면 자폐인 자조운동 단체 일정 달력 인터넷 페이지가 AutAngel의 관리로 운영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Panda는 왜 페이지를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1980년대부터 영국 내 자폐인 자조운동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으며 어차피 있을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도 자폐인 자조운동과 관련된 것은 AMASE라는 자조운동 단체가 AutScape라는 자폐인 합숙 세미나, 즉, ‘수련회’ 조직 운동의 영향을 받아 결성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하나의 자폐인 자조운동이 새로운 자폐인 자조운동의 시작으로 발전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것이지요.

자폐인을 떠나서, 자조모임 운동은 한국에서도 있는 활동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 벽에는 ‘종교 물품을 제작해드립니다’라는 광고가 붙어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부모들이 만듭니다’라는 안내가 실렸습니다.

네, 자녀가 먼저 사망한 부모들의 자조모임 회원들이 제작하는 종교 물품 제작 의뢰 신청 안내 광고였던 게죠.

가끔 신문을 보다가 ‘특정한 행동을 그만둔 사람들의 모임’, ‘특정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모임’, ‘특정 사회 집단 당사자의 가족 모임’ 등 다양한 자조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이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물론, 성소수자 단체처럼 과거에는 자조모임으로 출발하였지만 지금은 당사자 단체로 발전한 자조모임도 있습니다. 이번에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자조모임에서 시작했다 당사자 단체로 발전한 Scottish Women’s Autism Network처럼요.

실제로 판매중인 정신적장애인의 비장애형제자매 자조모임에 대한 서적 ⓒ인터넷 교보문고 판매 페이지 갈무리

심지어는 정신적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자매/남매들의 자조모임에 대한 것은 단행본으로 출간될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그 책 출간 소식을 듣고 제 누나에게 이 책에서 소개한 자조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해보라고 제의할 정도였습니다.(참고로, 제 누나는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자조모임이 있습니다. 이제 자폐인들도 자조모임을 구성할 권리가 이미 발달장애인법 제11조에 있을 정도로 인정받았습니다. 단지, 이제 사람을 모으고 활동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우리들이 모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모임과 다를 바 없습니다. 회의실에서 모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음식을 나눠먹고, 같은 활동을 합니다. 그런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모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자폐인 인구는 계산을 해보니 estas의 두 번째 가입 조건인 18세를 넘긴 사람(성인)만 센다고 해도 겨우 1만 얼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더 많은 자폐인 인구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자폐 전문가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물론, estas 회원들도 공감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한 작가도 이상하게 저와는 대화가 통한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대화가 통하기 어렵다고 하지만요. 물론, 그 작가는 제게 자신이 자폐성장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 작가의 소원은 정밀 진단을 받아서 정확히 자폐성 장애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확인을 못했기 때문에 그 작가에게 estas에 가입하라고 이야기는 정식으로 못 했지만, 나중에 완벽히 정체성을 확인하면 정식으로 가입하라고 넌지시 제안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자폐인 자조모임은 미국 같은 곳에서는 이제 자폐인 권익운동 단체까지 조직될 정도로 활발해졌습니다. 영국에서도 더 많이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합숙 세미나’가 열릴 정도라면 이제 전국에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 놀라웠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인 문제까지 확장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Scottish Youth Parliament의 Chloe와 Robbie 의원의 활동 중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해 스코틀랜드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것도 있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자폐인 자조운동은 자폐인의 문제를 넘어서, 이제 다른 문제와 연대할 수 있는 수준이 부러웠습니다.

영국이 부러우십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자조모임을 결성하고, 조직화하고, 다른 단체를 알면 연대 활동도 하고, 더 나아가 자폐인 당사자의 대표 조직을 결성할 단계까지 이르는 것입니다.

전략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모이고 시작합시다.

이제 시작하십시오. 자폐성 장애인의 자조운동을 시작하십시오. estas를 비롯한 다른 자조단체와 만나고 교류하십시오. 그리고 대한민국에도 자폐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사회에 선언합시다. 우리는 시작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자조모임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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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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