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최근 서울역에서 경부선, 용산역에서 호남선만 운행하던 것을 서울역에서도 호남선을 탈 수 있고, 용산역에서도 경부선을 탈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며 홍보하였다.

서울역과 용산역은 같은 선로로 연결되어 있어 운행상의 문제일 뿐 서울역에서 호남선을 운행하지 않는 것은 큰 불편을 주어왔던 것이다. 집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교통편이 더 편리한 사람도 있고 용산역으로 가는 교통편이 더 편리한 사람도 있어 전철을 타고 서울역과 용산역 간의 이동은 가능하지만 그 동안 불편했던 것이다.

이런 새로운 운영 방식의 홍보만을 보면, 서울역에서 타든, 용산역에서 타든 서로 출발하는 시간대만 다를 뿐, 목적지가 어디든 모두 탑승이 가능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한 열차가 서울역도 승차 가능하고, 용산역도 승차 가능하면 서울역도 서고, 용산역도 서야 하므로 목적지 도착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용산역은 서지 않고 서울역과 용산역의 열차가 각기 다르게 운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서울역에서만 탈 수밖에 없는 열차가 있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절대 대전역에는 서지 않는다. 용산역은 서대전역에서 하차할 수 있는 호남선은 운행하고, 경부선은 대전에 하차하지 않는 열차만 운행된다.

그리고 서울로 오는 상행선의 경우 서울역으로 가는 열차는 일부 영등포역에서도 하차할 수 있는 열차가 있기도 하지만 용산역으로 가는 열차 중에는 절대 영등포역에서 하차할 수 있는 열차가 없다.

최근 코레일은 고객들이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대전역에 하차하는 열차가 왜 없느냐는 항의와 대전역 하차하는 열차를 운행해 달라는 건의를 받자 대전역 하차하는 열차를 신설하지는 않고 고객에게 편리를 주기 위해 용산역을 출발지로 하여 모바일 앱에서 승차권을 예매할 경우 자동으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 시간대를 보여주도록 하였다.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대전역에는 하차하는 열차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은 용산과 대전 구간의 열차를 조회하였는데, 엉뚱하게 서울역과 대전 구간의 열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물품을 구매하는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없자 다른 물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것은 서비스의 개선이며, 고객의 요구로 인한 것이라고 코레일은 말한다. 종전의 앱에서는 열차가 없는데, 대체 가능한 서울역 출발 열차를 보여줄지를 물어보고 그것을 선택하는 버튼을 누르면 서울역 출발 열차 조회를 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으로 아무런 선택이나 질문, 안내가 없이 서울역 출발 열차를 조회시켜 준다.

그리고 발권 과정에서 “이 열차는 서울역에서 출발하고 대전역에서 하차하는 열차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내보낸다. 이 안내문은 친절한 안내이고, 혹시 출발지가 용산역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발권표에서 출발지를 재확인하지 않으면 서울역으로 자동으로 변한 것을 모르고 용산역으로 열차를 타러 갈 수도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안내문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온다. 서울역에서 출발한다는 안내이지 용산역에는 서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지만 용산역에서도 탈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즉 용산으로 타러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안내가 아니다.

차라리 안내를 하지 않으면 용산역에서는 대전역으로 가는 열차가 없음을 알고 서울역 출발지로 발권을 했을 것을 용산역 출발을 주문하였으나 서울역 것을 보여주고 무심코 발권을 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

발권 후 잘못된 발권을 바로 눈치채면 바로 취소하고 다시 발권을 할 수 있으나 나중에 알게 되면 예약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매진으로 인해 여행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고, 취소 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즉 코레일은 친절하게 오해 가능하도록 한 다음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그리고 코레일은 친절하게 안내문을 내 보냈으니 잘못된 발권은 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고객의 책임이 된다.

그러면 시각장애인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시각장애인은 음성을 통해 발권을 하거나 일일이 안내문을 읽지 않고 당연히 변경된 발권 방식을 모르고 평소처럼 대충 화면을 보면서 무심코 발권을 해 버린다.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에도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어 단축키를 자판에서 눌러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래서 모바일에서도 특정 앱을 이용할 경우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요령을 익혀 사용한다.

그래야 처리 속도도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즉 코레일의 승차권 예매의 경우 화면에서 처리해야 하는 위치를 암기한 다음,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고, 장애인 등급을 선택하고, 발권을 위한 확인 버튼을 세 번 누른 다음 계좌 비밀번호와 주민번호를 입력하여 발권한다.

이런 발권 순서를 외워서 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용산역 출발 발권을 조회하였는데, 그 주문이 자동으로 서울역으로 변한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용산역 출발 발권이 서울역 표를 구매하는 결과를 만든다.

그리고 용산역으로 시간을 맞추어 나가 보면 열차는 없다. 여행 시작부터 스케줄이 꼬인다. 한참을 당황하다가 행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발권 데스크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안내원에게 물어보는 데에는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사태 파악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발권한 열차는 떠나 버렸고 이제 서울역으로 간다고 해도 출발한 열차를 탈 방법은 없다. 출발한 열차를 선로에 누워서 세운 다음 타고 싶은 심정이 든다. 수수료는 너무나 억울하다.

다시 서울역으로 전철을 이용하여 이동하고, 새로 발권을 하고, 물어물어 지팡이를 더듬으며 당황한 상기된 얼굴로 우주 공간 같은 볼 수 없는 거리를 헤매며 서울역을 찾아가야 한다.

친구에게 부탁하여 용산역에서 승차하는 것을 부탁했다면 이미 그 사람은 인사를 마치고 떠나 버렸고, 혼자가 되어 이동이 어렵게 된다. 그리고 새로 표를 구하면 한참 시간이 지난 다른 열차로 이동해야 하므로 도착지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마중 나온 사람도 바람을 맞아야 한다.

고객의 편리를 위해 용산역 표가 없으면 자동으로 서울역 출발지를 알려준다면 용산역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안내를 해야 한다. 서울역 출발이라는 안내만 비장애인에게만 알려주었고, 그것도 용산역에서도 탈 수 있는 서울역 출발 열차로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는 표를 구매하도록 골탕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친절은 개고생을 초래한다. 길을 물으면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지만 잘못된 길안내는 오히려 혼란과 고생을 상대에게 주게 된다. 선의의 골탕이지만 그것을 당한 사람은 하루 기분을 완전히 망치고 골탕을 먹어야 한다.

때로는 잘못된 안내로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가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왜 그곳을 갔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은 엉터리 친절 안내가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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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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