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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없이 혁신 없다", 릭한센연구소를 보며

한국척수통계센터가 필요한 이유

척수장애인 캐나다 밴쿠버 연수기-④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8-22 15:39:10
보건복지부 단체사업의 일환으로 척수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휠체어스킬을 공부하고 보급하기 위하여 6명의 단원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 7일간 캐나다 벤쿠버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8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네 번째는 ‘릭한센연구소’이다.

블러슨척수센터 6층에 위치한 릭한센연구소(Rick Hansen Institute)의 복도 벽에는 척수장애와 관련된 숫자와 그래프, 표어, 사진으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캐나다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가장 관심이 있었던 곳이 이곳 연구소였다. 어떻게 척수장애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제공하는지 궁금했다. 미국과 유럽의 통계전문가를 모셔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그 실체를 보고 싶었다.

무엇인가 해답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이 연구소의 책임자인 존을 만나니 확신이 들었다. 존은 오토바이사고로 경수 손상의 척수장애인이 되었지만 휠체어럭비 캐나다 국가대표를 지낼 정도로 다부진 체격과 정신력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캐나다 일정 내내 우리를 다양한 기관에 연결해 주고 같이 동행을 해 주었다. 동병상련의 애잔한 느낌은 동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캐나다 척수장애인의 현황을 표 하나로 보여주고 있다.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캐나다 척수장애인의 현황을 표 하나로 보여주고 있다. ⓒ이찬우
사회활동과 관련된 피부에 와 닿는 바램들이 복도 가득 붙여져 있다.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회활동과 관련된 피부에 와 닿는 바램들이 복도 가득 붙여져 있다. ⓒ이찬우
이 연구소에는 40명 정도의 직원(John 빼고는 모두 비장애인)이 있다고 한다. 직원들은 임상가, 경제분석가, 과학자, 데이터분석가, IT분야 종사자 등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회의에 오신 분들의 면면에서 이 연구소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의사, 물리치료사, IT전문가, 분석가 등 8명의 직원들이 머나먼 한국에서 온 이방인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회의를 시작하였다.

먼저 한국의 척수장애인에 대한 소개와 척수협회의 소개로 시작을 하였다. 한국에서의 긴 입원기간과 병원을 수없이 옮겨 다니는 것에 이해를 못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척수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물었을 때는 창피했다. 없었으니까...

이 연구소의 주요기능은 척수와 관련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제도개선을 통해 최고의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초기에서부터 사회복귀까지 ‘최적의 돌봄(optimal care)’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Registry(등록)사업이 있다. 외상성 척수 손상 개인들의 범 캐나다 전향적 관찰 기록이다. 임상의, 연구자 및 건강 관리자를 연결하여 연구, 임상 실습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척수장애인의 개인별 데이터(손상정도, 기능정도, 입원기간, 합병증 등)를 손상직후는 물론 퇴원 후에도 주기적으로 추적 관리한다. 재활병원에서 2번(입원, 퇴원) 정보 수집, 지역사회에서 손상 후 1년, 2년, 5년, 이후 5년마다 정보 수집을 한다.

현재 31개의 병원과 구축이 되어 레지스트리를 모으고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점점 협력하려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하니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환자의 이력과 추적이 불가능한 한국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개방성이 있다. 물론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Registry에 등록이 가능하다. 당연히 보안성을 위해 기술적인 투자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를 분석하여 정부를 상대로 제안을 하고 제도를 개선한다고 한다. 모두 수집해서 1년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 통계 자료들을 통해서 급성기병원에서 작은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은지 재활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은지를 알 수 있고, 병원이 얼마나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으며, 각 병원별, 국가 전체의 평균을 낼 수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재활병원에 평균 99일 입원 일수를 산출한 것이다.

또 하나의 와 닿은 예는 척수장애인들이 어느 시점에서, 어떤 환경에서 욕창이 잘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경개선과 보조기기의 적절한 보급을 해야 한다는 수치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참 과학적이 아닐 수가 없다.

최고의 치료(care)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기준 확립이라고 했다.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병원마다 일관된 치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척수 손상에 대한 포괄적인 증거 기반 표준을 개발했다.

연구소는 척수 연구 및 임상 진료에서 데이터 및 기술 기반 솔루션에 대한 통합된 접근 방식을 제공하여 네트워크 전반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서비스 및 정보 기술 분야의 전문 팀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팀은 복잡한 논리를 적용하여 데이터를 이해하고 데이터 및 통계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연구원이 특정 연구 문제를 조사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만들어진 통계를 가지고 정부를 설득하는 담당자가 별도로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분은 수천 건의 서류를 만들어서 정부 관계자와 미팅을 시도했다고 한다.

2016년도 보고서의 표지. 매년 이런 데이터를 발표한다.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2016년도 보고서의 표지. 매년 이런 데이터를 발표한다. ⓒ이찬우
GRP(Global Research Platform)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적인 공유와 교류를 하고 있다.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GRP(Global Research Platform)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적인 공유와 교류를 하고 있다. ⓒ이찬우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는 RHSCIR(Rick Hansen SCI Registry)는 웹사이트를 통해 매년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하고 있다. RHSCIR 보고서는 RHSCIR에서 얻은 일부 임상 및 인구 통계학적 데이터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다.

매년 발표되는 각 보고서는 연령 분포, 부상의 수준 및 메커니즘, 부상을 입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곳, 입원 기간 및 2차적인 합병증 정보와 같은 외상성 척수 손상 인구의 관찰 된 추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세계 각국과 GRP(Global Research Platform)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5개국에서 이 시스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중국에 Registry정보를 제공했고 연구자가 이곳에서 연수를 했다고 전했다.

이 데이터의 실시간 활용을 위해 CliniQuick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하여 모바일, 태블릿PC, 폰 등으로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시간으로 오늘의 신규환자의 수를 파악하거나 환자에 대한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SCIM(Spinal Cord Independence Measure)이라는 척수손상환자를 위한 독립성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척수장애의 평가를 위해 ASIA(American Spinal Injury Association) 도구의 보급과 교육을 한다.

통계는 정부를 설득할 근거자료를 제시할 수가 있다. 한국은 각 병원마다 데이터들이 있지만 공개되지 않고 분석되지 않는 데이터들은 폐쇄적이고 분절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라는 일관된 방어막으로 치고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은 척수장애와 관련된 코드가 50개가 넘어서 심평원의 사이트에서조차 제대로 된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척수장애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각 병원 의료진들의 이기주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쩌면 법적으로 척수장애가 애매한 위치에 있는 한계성일 수도 있다. 협회가 척수유형분리를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이 아무리 의료선진국이고 해외에서 의료관광을 오는 곳이라고 해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척수장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에 소홀히 한다면 장애통계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한 번 이곳을 방문해서 보고 느끼기를 바란다. 건강권을 이야기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실효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생성하는 연구소를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해주기를 바란다.

우리처럼 병원간의 체계가 복잡한 곳일수록 데이터는 더 중요하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연구진들과 토론하는 장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연구진들과 토론하는 장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이찬우
척수협회의 캐나다 원정팀과 연구진들이 함께 한 기념촬영.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척수협회의 캐나다 원정팀과 연구진들이 함께 한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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