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벌써 절반 이상이 지나갔다. 일 년 열 두달 바쁘지 않은 달이 없지만 7월은 지난 반년 동안의 했던 일들을 돌아보는 동시에 남은 반년 동안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분주하게 보내는 달이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심정으로 지내다 보니 출퇴근길에도 늘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가득해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이 보냈다. 그러다 이제 조금 정리가 되고 주위의 상황들을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출퇴근길이 조금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좀 덜 부대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느새 방학이 되어 있었다. 학창시절의 방학을 회상해 보았다.

통합교육을 받았기에 학교생활이 여러 가지로 고단했으니 방학은 참으로 기다려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또 막상 방학이 되면 흔한 보습학원 하나 다닐 수 없었기에 그렇게 무료한 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대학 4학년 때의 방학은 유난히 길고 지루했으며 마냥 불안하고 우울했다. 요즘 장애학생들은 어떨까? 언뜻 보아서는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달리 생각해 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6월 말 한 장애단체에서 주관하는 장애 대학생 진로 멘토링 캠프에 멘토장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단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방학 중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학창시절보다는 상황이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의 구성도 비장애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중을 두는 것들과 큰 차이가 없이 구성된 가운데 장애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반면, 학생들과 진로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겪을 수밖에 없는 취업의 어려움이나 진로 준비의 부담 등은 예전에 내가 느끼고 생각하던 것들과 큰 차이가 없이 여전히 아이들을 옥죄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조금씩 아이들의 꿈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과 구체화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처럼 장애학생들이 진로설계를 잘 하고 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에 마음은 오히려 더욱 무거워졌다.

진로교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장애학생들의 진로지도는 보호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직업재활 시설들 견학 중심에 머물고 있다. 또, 방학기간 중 직업을 준비할 수 있는 체험중심의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칼럼을 통해서도 장애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기회 확대나 시각 중복장애 학생들의 전환기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해 왔지만 정작 큰 변화는 없었고 직업재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특수학교의 견학에 응하는 것 말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도 해 보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장애대학생들을 위해 무언가 역할을 해 주고자 마음을 먹었다. 바쁜 7월이지만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애 대학생들이 희망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서 궁금한 사항들을 질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았다.

또, 쉽게 찾아가 견학할 수 없는 특수한 분야에 대한 견학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만남과 견학을 통해 장애학생들이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진로를 준비하던 시절에도 이러한 지원이 있었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공연히 우울해 지기도 했다.

사실 그 학생들이 진출을 희망하는 분야는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장애특성을 고려해 볼 때 너무나 많은 장벽들이 존재하고 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영역이다.

결국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고 직업현장을 견학하는 것만으로 꿈을 이루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전폭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까지 모든 것들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에게 더욱 마음이 쓰인다.

이제 진로나 직업은 더 이상 생계만을 위한 수단은 아닌 세상이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좋아하는 일들을 통해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직률이나 근속기간, 취업형태나 근로시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이러한 변화를 잘 뒷받침해 준다.

반면 장애학생들은 아직도 취업 그 자체가 목표이거나 생계를 위한 수단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장애인의 고용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회, 장애 학생들의 직업체험 기회 제공 등 제도적 뒷받침에 미온적인 사회, 이러한 사회가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직업 분야에서 이러한 격차가 심화되면,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직업지원이 중요하다. 특히 직업체험 기회 제공이 최우선일 것이라 생각한다.

직업체험의 기회가 다양해야 그 분야에서 자신이 일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할 수 있고, 일할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그러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불평등이나 차별, 제도적 모순 등의 문제라면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자신의 진로계획을 수립하고 또 수정해 가는 한편 불합리한 구조들을 바꾸어 가는 과정 속에서 직업을 준비한다면 장애 학생들의 취업도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취업 자체가 목표가 되어 자신의 흥미나 욕구가 매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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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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