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려면 두 눈 중 시력이 좋은 쪽의 눈의 교정시력이 0.2 이하이어야 한다. 그리고 한쪽 눈의 시력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다른 쪽의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이면 시각장애인이다.

즉 한쪽 눈만이라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면 시각장애인이다.

한쪽 눈에 시력이 없으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가 없고, 보행시 장애물과 부딪혀 넘어지거나 충돌할 수 있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시야가 좁아 인지력이 떨어져서 운전에서의 파킹을 하기 힘들기도 하고, 거리감도 떨어져서 시력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시신경은 중추신경이다. 그래서 뇌종양 등으로 인하여 안근이 마비되면 한쪽 눈은 움직일 수가 없어 세상이 두 개의 사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을 복시라고 한다.

글자나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면 너무나 피로하고, 혼란스러워서 한쪽 눈을 가리고 생활해야 한다. 화면이 겹쳐서 나오는 TV를 보라면 얼마나 피곤할지 상상을 해 보라.

한쪽 눈을 가려서 생활하면 한쪽 눈은 사용을 포기한 것이므로 결국 한쪽 눈의 시력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같은 결과이지만 시각장애 등급 판정에서는 등급 제외가 된다. 심사 기준이 시력만을 기준으로 하므로 사용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력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는 복시가 1만 명이 존재한다. 국가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불합격 기준에는 “중심 시야 20도 이내에 복시를 가져오는 안구운동장애”가 5급 시각장애 기준과 함께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 합격 결격 사유로 시각장애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복지혜택을 주는 심사에는 인정해 주지 않고, 채용에서는 장애인이라서 안 된다는 기준이 있다는 것도 놀랍다.

장애인연금 심사기준에서 중심시야에서 복시를 가져오는 안구운동장애가 6급 시각장애인과 함께 명시되어 있다. 즉 장애인 등급은 부여하지 않지만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서는 인정한다는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병무청 입영검사에서 복시는 6급 시각장애인과 동등한 것으로 취급하여 입영 4급 내지 5급으로 판정하고 있다.

장애인판정에서는 복시가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여러 기준에서 시각장애인 기준 외에 별도로 추가하여 복시를 불합격 기준으로 하고 있다.

복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사실상은 인정을 하면서도 장애인등록만은 허용하고 있지 않다. 시력은 있으나 이중으로 보이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한 쪽 눈으로 생활하는 것은 한쪽 눈의 시력이 전혀 없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

근육마비를 기준으로 하여 마비가 아니면 사용을 못하여도 장애인이 아니다. 통증으로 사용을 하지 못하든, 다른 이유에서 사용을 하지 못하든 기능을 하지 못하면 장애인인 것이다.

장애인 유형 15가지 유형 분류를 할 때에 크게 신체적 장애를 외부기능장애와 내부기관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기능장애란 기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원인이나 단일 의학적 병명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사회적 제약은 기능을 못하기에 오는 것이지 생물학적으로 사용을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만 기준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속발성이든, 파생적이든 기능을 하지 못하여 사회적 제약이 있다면 기능을 왜 사용하지 못하든 간에 장애로 인정되어야 한다.

글자 해석에 얽매여 그 문구가 생긴 의미를 잊어버리고 마는 행정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중 돋보기가 있다. 이 돋보기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 관세가 면세된다. 그런데 수입신고를 하면서 돋보기라고 쓰지 않고 확대경이라고 쓰면 세금을 내어야 한다. 확대경이나 돋보기나 같은 말이다.

글자를 법에 있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렇게 수정하라고 안내를 해야 할 문제이지, 면세 신청을 거부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바리세이파적 공무원에 의해 글자만의 해석에 따라 장애인들이 분노를 느끼고 답답하여 따지면 성격이 과격한 특별관리 대상자 취급을 받게 된다.

잔존 시력은 있어도 그 시력을 복시로 인하여 전혀 사용할 수 없고 눈을 평생 가리고 살아야 한다면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복지부나 국민연금은 이런 해석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적패가 되고 권력남용으로 인한 억압자란 소리를 듣는다. 교회에만 바리세이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나 법과 제도에 바리세이파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필요하다면 기준을 고치면 된다. 일일이 기준을 나열할 수 없으면 ‘그에 준하는 자’란 문구만 넣어도 될 것이다.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닦아주는 행정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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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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