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입니다.
깊숙이 있던 선풍기를 꺼냈습니다.
먼지를 털고 물로 닦고 다시 조립하려는데
어라 나사 하나가 없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도 안 보입니다.
그래도 작동되니 나사 하나쯤이야...
꽤 오래 된 선풍기입니다.
성능도 뭐 시원합니다.
나사 하나 없어 살짝 불안하지만 지금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오래 사용했습니다.
날 닮았습니다.
선풍기가....
언제부터였을까?
나사 하나쯤 없어도 버틴 것이...
그러다 나머지 나사들이 헐렁하게 풀려져서 덜그덕 덜그덕거리며
하루가 지나고 하루가 오고....
그러던 어느 날
맘먹고 헐렁해진 마음들을 다잡는다고 푸닥거리 하듯이
이런 결심 저런 결심 쭈욱~ 몰아서 하다가도
이내 풀 죽은 헝겊 인형 같습니다.
참 멋진 부모들
참 열정적인 부모들
참 현명한 부모들
때론
참 이기적인 부모들까지도
내겐 한없이 부러운 부모들이어서
초라한 내 몰골에
깊은 한숨이 쉬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를 웃게 하고
어미를 미소 짓게 하고
어미를 용기 내라 등 떠미는
아들
‘배범준’
‘미소천사’
사랑하는 첼로와 평화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배범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년 전
청년 배범준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보이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제 역량이 아니라서 거절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장애인식을 위해 하나의 노력을 하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도 아니고 펼쳐 주신다는 멍석위에 실컷 자식 자랑 늘어놓으려는 것 보다는 더 큰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욕심은 바로 잃어버린 나사를 찾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못 찾더라도, 덜거덕거리더라도 잘 버티고 싶어졌습니다.
아들이 어미 없이 세상에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버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들과 어미와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심은 금방 식어졌습니다.
허술한 글솜씨로 무엇을... 어떻게.. 무엇부터..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한 글자도 써 내려 갈 수 없어서 그만 정중히 사과를 드리려고 할 때 에이블뉴스 칼럼에 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배범준의 사진으로 등록된 칼럼화면을 캡처해서 보내 주셨습니다.
휴~ 한숨을 내뱉다가
“아 맞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범준과 어미와의 알콩달콩 하루의 일기. 그 이야기였습니다. 그다음의 일기를 궁금 해 하셨었습니다.
“까꿍~ 우리 범준이~ 어딨지이~?”
아주 작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엄마~ 없다~”
엄마가 코앞에 있다는 걸 다 보여 줬으면서
그래도
“엄마~ 없다~”
“헬로~ 스마일~”
지적장애인 배범준(1997년생) 군의 이야기입니다.
장애인이란 것을 보여주면서
장애인 삶이 어떤지 뻔~히 알 수도 있겠지만...
“헬로 스마일·”
첼리스트 배범준과 엄마 김태영 인사드립니다.
알콩달콩 자식자랑에
훌쩍훌쩍 어미 넋두리에
펑펑 그리고 꺼이꺼이 풀썩 주저앉을 때
토닥토닥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나사에 미련 두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함께 응원 주시는 그 행복을 나눌 것입니다.
미소천사 청년 배범준 군의 “헬로 스마일~”을 선물합니다.
감사합니다.
“까꿍~ 우리 범준이~ 어딨지이~?” 첫 번째 이야기를 곧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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