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고용을 위한 기관이다.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취업알선을 하며, 사업주와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 의무고용 미달성 기업으로부터 고용부담금을 징수하고 장애인 초과 고용 기업에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장애인 근로자의 복지와 고용유지를 위하여 장기 근속자들에게 저금리 융자를 해 주기도 하고, 출퇴근 차량구입비를 융자해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장애인 개인의 경제적 지원 성격이 더 강하고, 장애인 고용과는 직접적인 관계성이 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업은 복지부의 자립자금 대여사업과 통합되었다.

근로자가 안정된 직장생활을 위하여 출퇴근 차량이 필요하기도 하고, 대부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가 안정척인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금대여도 필요할 수 있으나, 정부는 이러한 혜택이 근로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자립자금 대여사업과 중복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공단과 공단노동조합은 공공상생연대기금 공모전에 장애인노동인권센터 운영을 제안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장애인노동인권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시범사업을 하고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에 의해 모든 사업장에서 장애 인식 개선교육이 의무화되었고, 공단은 강사양성의 업무를 노동부로부터 위임받아 강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현 시점에 장애인노동인권 문제를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사업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업이 인권에 기반 한 공공상생으로서 노사 간의 공생이 아니냐는 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노동 현장의 인권문제는 상생의 문제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설득되고 화합으로 결론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갈등이 심해지고 권리구제로 법의 힘을 빌려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공단도 분명히 장애인 취업자를 대상으로 노동법을 교육하고, 권리구제 활동을 하겠다고 사업 내용을 밝히고 있다. 장애인의 인권을 자각하도록 교육하여 권리를 주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기업 고용주는 노동권으로 무장된 장애인의 고용을 기피하거나 더 고심하게 만들 수도 있어 사실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교육을 하는 것과 함께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고용주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인식 개선 교육 내용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의 경우 그 규모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지속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부 기금에서 시작하여 자체 사업으로 나아갈 것이고, 결국은 고용촉진기금을 사용하게 될 것이며, 공단의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게 할 수 있다.

고용촉진기금이 거의 1조에 육박하게 쌓여 있는데, 장애인 직업훈련이나 직업개발 등에 사용하는 것은 현재의 사업량을 늘리는 것은 기재부나 국회에서 예산증액은 쉽게 허용되지 않으니 사업의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

공단이 현재 많은 고용 실적을 내고 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취업하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장애인이 더 많다는 점에서 사업의 질과 사업량의 확대가 절실한데, 기금의 넉넉함을 활용하기 위해 사업의 종류만 문어발식으로 확대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외부 기금을 끌어온 것이니 이러한 의혹은 일단 피할 수 있지만, 종국에는 고용촉진기금이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편 노동부 산하 장애인단체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장애 인식 개선 교육과 근로자 문화사업, 노동상담센터 사업 등을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노동부는 근로자 인권상담 사업을 국고에서 장애인단체를 통해 지원해 오고 있는데, 그 산하 기관인 공단은 외부에서 기금을 받아 동일한 사업을 시행하는 모양새다.

상생이란 모형으로 참신성과 혁신성이 인정되어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는데, 사실은 자체 아이디어가 아니라 장애인단체에서 하고 있는 사업을 직접 하겠다고 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사업의 중복성과 민간단체의 사업을 약화시키거나 장애인에게 혼선을 주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단체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가 하고 있는 우수 사업을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직접 사업화하는 것은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공유하여 상생하다가 대기업의 힘으로 직접 기술만 가져가고 중소기업과 상생관계를 청산하는 모양이므로 상생이 아니라 상생과 역행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공단은 장애인 단체와 상생을 포기하고 단체의 사업 아이디어를 마치 참신한 사업처럼 기획하여 단체의 사업의 발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를 큰 자랑으로 삼아 수상을 홍보한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위가 아닌가 한다. 이제 국고는 기관에서 하는 사업과 중복이라며 장애인단체의 지원을 축소할 명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노동인권 상담은 고용촉진과 직접적인 관계성도 약하다. 고용 후의 인권이나 처우문제로 사업주와 노동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기관보다는 한 발 물러선 단체가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효과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주는 직업윤리나 직장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교육해 주기를 바라는데, 권리를 가르치고 노동법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상생을 말하면서 사업주와 대항하여 권리를 구제하는 승소와 패소의 갈림길을 선택하게 하려하고 있다.

장애인의 인권이 노동현장에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을 알고 있어야 하며, 권리구제 방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노동자 입장에서 서포터해 주는 기관이나 단체도 필요하다.

하지만 단체가 하고 있는 사업을 강화시켜 주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 아이템을 가져다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화하여 상을 받고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꼴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기관이 할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단체와 협력하여 지원하는 역할이 공단이 할 역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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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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