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록을 하여 복지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주민센터에 신청을 하여야 한다. 신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등록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은 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허가를 받는 셈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신체적, 정신적 손상으로 인하여 사회적 제약을 받는 자를 장애인라고 한다. 그런데 장애판정 현실을 보면 장애 유형을 15가지로 정해 놓고 이에 해당하여야 장애인이 될 수 있다. 15가지 유형과 심사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장애인이 아니다.

15가지 유형과 심사기준은 정확하게 장애인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이에 해당하는 자만이 장애인이라는 것이 맞는가? 편의상 15가지 유형으로 분류를 한 것인가, 아니면 이에 해당해야만 장애인인 것인가?

보통 정의를 하면 그 정의에 해당하는 자를 일일이 나열하여도 예외가 있어 ‘기타’라는 유형도 하나 정해 두기 마련인데, 장애인의 유형에는 ‘기타’가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유형을 잘 분류하여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 자가 발생한다.

장애심사를 받고 장애인 제외 대상자가 되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래도 장애인이 아니라고 하면 행정소송을 하여 논쟁을 하여야 한다.

얼굴 등에 하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후 전신으로 번져 백반증 진단을 받아 장애등급을 받은 갑이 장애등급 재심사를 요청하였는데 관할 행정청이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백반증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등급 외’로 결정하여 통보한 사안에서, 갑은 안면부에 나타난 광범위한 백반증으로 인한 안면장애인에 해당되므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가 있다.

법은 장애를 정의하고 그 정의를 다시 범위를 유형으로 나열하고, 심사기준을 정한다. 심사기준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해석상의 문제가 남게 되고, 정의에는 포함되나 유형에 속하지 않거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심사기준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심사기준이 정의의 상위 개념으로 절대적 기준이 되는가?

기준으로 인하여 등급 외가 되면 기준이 잘못이라는 다툼이 발생하고 이는 소송으로 구제를 받아야 한다. 위의 사례는 기준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정의가 상위 개념이고 기준은 하위 개념으로 정의를 완전히 수용하지 못하면 기준의 잘못을 인정하여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단은 목적 위에 있을 수 없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은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 장애의 종류 및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이에 따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는 제1항 [별표 1]에 장애의 종류와 기준을 정하는 한편, 제2항에서 장애의 정도에 따른 등급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는 제1항 [별표 1]에 장애의 종류 및 정도에 따른 ‘장애인의 장애등급표’를 마련하면서 제2항에서 그 장애등급의 구체적인 판정기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장애등급판정기준’이 고시되어 있다.

대전지법 2014. 2. 12. 선고 2013구합1807 판결에서는 안면장애인은 안면부위의 변형이나 기형으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백반증이 심사기준에 없다고 하더라도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령에 따른 ‘장애등급 판정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도 환자 개인의 신체 특성 및 상황을 고려해 장애등급을 판정해야 한다는 의견표명을 한 바 있다.

정씨는 운동기능이 위축되는 희귀병인 근긴장성이영양증을 가지고 있다. 장애등급 판정기준 상 6급은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포함, 2개의 손가락이 마비로 기능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근력등급 3’이 되어야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정씨는 특정 손가락의 근력등급이 장애등급이 나올 만큼은 아니지만 양쪽 손과 발에 모두 장애가 있고,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직장생활을 정상인과 동일하게 하기 어렵다는 자문의사의 소견이 있고, 장애등급 심사기준 상에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심장장애인에 대한 장애등급심사 결정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사실도 있다. 경기 양주시에 사는 권씨가 심장기능장애가 지속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운데도 등급 외로 판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장애인복지법의 입법취지에 맞게 신청인의 심장기능장애를 재심사할 것을 의견 표명한다”고 의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 행심 제2011-509호, 2012.1.10을 인용하면, 청구인은 지체장애 2급으로 등록된 장애인으로서 장애진단 재판정 시기가 도래하여 재판정을 받은 결과 등급 외가 되었다. 지체장애 2급으로 하지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이 명백하므로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하였다.

김씨는 정신분열 증상으로 정신장애 2급으로 등록 돼 그 등급을 유지해오다 2011년에 2년마다 실시되는 등급 재판정에서 정신장애 3급으로 강등되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광주시 행정심판위원회는 김씨가 최근까지도 병원에 입원하는 등 그 증상이 심함에도 증세가 호전되었음을 전제로 한 3급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해당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복합통증증후군은 현재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 통증은 장애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증이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통증으로 인하여 근육을 사용할 수 없으면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2017구합 1365 사건을 다룬 청주법원은 원고 소송 대리인 서로법률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복합통증증후군은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내세운 지자체와 조정합의를 권고하였다.

민사재판에서 조정합의는 조정명령이지만 결정에 불복하여 항소하면 명령은 무효가 된다. 행정소송은 조정명령이 아니라 조정권고이지만, 조정문에 소송을 취하하거나 항소 포기를 조건으로 조정을 하여 실효적으로는 조정명령의 결정 효력을 갖는 효과를 내고 있다.

장애판정은 국민연금공단이지만 등급 신청 행정의 주체는 지자체이므로 재판부는 지자체에 복합통증증후군으로 인하여 하지를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 있으므로 하지 기능 장애 3급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장애인이 되고자 소송을 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여러 판례들을 감안하면, 심사기준 문구에 집착하여 장애등급을 판정할 것이 아니라 장애 원인에 불문하고 기능에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제약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장애판정을 해야 하며, 심사기준은 기타와 예외를 폭넓게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판정으로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그 취지를 무시하고 정의를 무시하고 상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하위법이 상위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기준은 법에서의 정의를 구체화한 도구에 불과하며, 그 도구는 항상 기타와 예외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굶은 사람은 밥을 먹을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하여 끼니를 거른 사람이라고 기준을 정하면, 먹기 싫어서 먹지 않은 사람이나 일부러 먹지 않은 사람, 바빠서 먹지 않은 사람을 포함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굶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기형으로 머리가 두 개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심사기준에 없어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장애인이 아닌 것이 아니다.

도구는 아무리 잘 다듬어도 부족함이 있어 완벽하지 않다. 기준의 글자 하나하나에 연연하는 판정을 하는 심사위원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자이므로 그 직을 취소하여야 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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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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