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예술인의 82%이상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의 장애 복지라는 것이 목숨 부지의 ‘생존권’의 역할조차도 미진한 것이 사실인가 봅니다.

복지란 ‘생존권’의 복지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삶을 윤택하게 하며 인생의 가치관을 ‘심미안’으로 풍부하게 해 주는 문화 예술에 대한 욕구도 인간이 살아가는 ‘생존’의 선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에이블아트’가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많은 장애예술인들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대중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disability’의 ‘dis-’가 빠진 ‘ability, able’로 정의되는 ‘가능성의 예술, 재능의 예술, 능력의 예술’ ABLE ART!

틀에 갇힌 정석의 예술에서 자유와 사회의 어두운 면과 혼탁함을 정제해 주는 청량제의 힘을 가진 장애예술의 새콤함을 이 시대는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예술 지원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예전과 달라진 것 없는 제자리걸음입니다.

조만간 탄탄한 지원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장애미술가에게 희망이 되는 반가운 소식을 하나 전할까 합니다.

'갤러리 에이블룸'의 취지. ⓒ김은정

[ Gallery A Broom ; 갤러리 에이블룸 ]

장애미술가들의 작품이 세상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애미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입니다.

정승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2017년 사회적기업 창업팀으로, 그 해 ‘장애인창작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원화 판매를 시작해서, 새로운 컬렉터들과 인연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을 진행하던 중, 많은 장애미술가들이 작품을 전시, 소개할 수 있는 장소나 기회가 많지 않은 현실을 알게 되어 오프라인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갤러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식상한 화실의 입시미술이 주류인 현실에선 에이블아트, 장애미술이 다소 낯설고 어설프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에이블아트가 가진 예술성과 신선함과 실험적인 창작 시도는 보면 볼수록 우리에게 주는 감동의 색깔이 다릅니다.

느낌으로 와 닿는 공감의 작품은 어쩌면 장애미술가의 작품들이 더 진한 여운으로 마음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 이 생각도 예술에 장애인, 비장애인의 벽이 있다는 의식 자체가 잘못된 예술 세계의 적폐이겠지요.

저는 미술을 전공한 적도 없고, 그림에 관한 식견도 좁은 젊은이입니다. 그렇지만 미술가의 작품을 보고 그 작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서 함께 느껴보고 싶은 예술적 열정은 넘칩니다.

특히 장애가 있는 미술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함과 때론 부드러운 듯한, 냉소에 찬 선들이 보여 지는 작품을 접할 때의 짜릿함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에이블아트만의 강력한 매력입니다.

우리 [갤러리 에이블룸]을 통해 장애미술가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비장애 미술가들과의 콜라보 전시도 기획해 보는 참여 예술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면적이나 시설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부족한 신생 갤러리지만, 장애미술가분들이 작품을 전시하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서 장애미술가들이 전시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인식과 이해가 높아지고, 그것이 수입을 창출하는 창구 역할이 되어 경제적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일을 처음 계획할 때 주변의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응원을 많이 해 줬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미술인 작품이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획과 적극적인 홍보로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갤러리 에이블룸' 정승훈 대표. ⓒ김은정

반듯한 자세로 차분하게 포부를 펼치는 정승훈 대표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난 5월의 첫 번째 전시는 이다래 작가의 개인전이었습니다. 다채로운 예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 20여점이 전시되어 새로운 컬렉터와 인연이 되는 좋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이다래 작가는 꽃과 동물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배치해서 환상적인 색감으로 채색하는 발달장애 미술가입니다.

수줍은 듯 살짝 미소 짓는 이다래 작가의 모습이 연상되는 다소곳한 고운 색감들이 춤추는 화폭들이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안겨줍니다.

이번 6월 전시는 한국의 고흐라고 불리는 자폐청년 이규재 작가의 14점의 작품들이 선보입니다. 환타지하거나, 몽환적이거나, 동화 같은 색감과 다양한 혼합재료를 사용한 과감한 기법이 혈기왕성한 청년 시대를 표현하는 듯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위트마저 보여주는 이규재 작가의 불규칙하고 기발한 작품들이 흥미롭습니다.

[갤러리 에이블룸]에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많은 장애미술가들의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기대하며 문득,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IKEA광명점 P1에 위치한 '갤러리 에이블룸'. ⓒ김은정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말했던가요?

살기 좋은 사회란 “배려와 정의가 있는 사회”

여기서의 ‘배려’는 care(케어)...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care의 본래 의미는 ‘돌봄, 보살핌, 염려’의 뜻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며 인간과 인간의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또한, 조지 오웰이 말하는 ‘정의’란 불의에 항거하는 외침이 아닌 친절에 뿌리를 둔 ‘윤리’에 가깝다고 정의해 봅니다.

이 시대의 사람과 사람의 단절이 점점 서로가 배제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는 이 적막한 사회의 질주를 ‘배려(신뢰)와 정의(친절과 윤리)’로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예술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습니다.

예술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우리 ‘에이블아트(가능성의 예술)’인 것입니다. 예술의 사회화, 사회의 예술화를 시도하며 장애미술가들의 새로운 미의 지평으로 개척해 나가는 걸음걸음에 박수와 응원과 관심으로 힘을 실어 주십시오.

우리 장애미술가들의 공동의 환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갤러리 에이블룸’(대표 정승훈 02-898-8404)이 예술가들의 다정한 둥지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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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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