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이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 정책 개발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최경숙 원장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250만여명의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천명하였다.

또,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월 16일 장애분야의 내·외부 전문가 13인을 혁신위원으로 위촉하였다. 6월까지 세 차례 회의를 거친 후 혁신 과제와 이행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노력하는 개발원의 행보가 기관의 발전과 장애인복지정책 수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발원의 재도약 과정에서 꼭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점이 있어 몇 가지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어떤 조직의 발전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조직이 처한 상황이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따라 변화의 폭이나 속도 등이 달라질 것이다.

개발원의 행보를 살펴보면 큰 폭의 변화를 신속히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원회라는 용어만 보아도 그 의지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클 수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변화에 조직과 구성원들이 적응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혼란이나 부작용 등이 적지 않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먼저, 개발원의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개발원은 1989년 4월 재단법인 ‘한국장애자복지체육회’를 설립하고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등을 거쳐 2007년 11월 중증장애인직업재활사업 전담기관으로 선정된데 이어 2008년 4월 ‘한국장애인개발원’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설립 후 20여년 가까이 장애인 체육 관련 사업들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가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전담기관 선정 이후 10여년간 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이 핵심 기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장애인직업재활과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로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등과 함께 큰 축이 되는 기관이며 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 장애인일자리사업,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등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관련된 주요 제도들의 핵심 기관이기도 하다.

그만큼 개발원이 중증장애인 직업재활과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장점과 노하우도 크다 할 수 있으며 현재는 장애인 직업재활이 핵심역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원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변화에 직업재활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으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13인의 위원 중 외부 전문가 9인에는 직업재활과 관련하여 교수나 현장 전문가 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내부 위원도 직업재활부나 우선구매지원부 등 장애인의 일자리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조직을 발전시키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조직이 강점이나 핵심역할은 더욱 강화하고 단점이나 앞으로 강화해야 할 역할들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혁신위원회에 직업재활과 관련된 인물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설립 30주년을 계기로 개발원이 직업재활 영역에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것인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나 노동법 개정과 최저임금 상승 등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취약하게만 느껴지는 직업재활 영역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물론, 개발원의 직업재활 관련 사업들이 혁신을 해야할 만큼 정체되었거나 문제가 있지 않아 혁신위원회에는 관련 전문가 등을 포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시장의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아무리 그 역할을 잘 수행했다 하더라도 큰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우리 장애인들이 직업과 관련하여 겪어야 하는 어려움들을 완화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한편 총 3회에 걸친 회의만으로 얼마나 구체적인 혁신안들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혁신위원회의 활동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원 내부의 개혁은 물론 앞으로의 장애인 복지 환경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결과물을 도출하기에 1~2개월의 기간 동안 3회의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부족한 감이 있어 보인다.

또, 개발원이 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앞으로의 개발원의 역할을 잘 설정했다 하더라도 복지부와의 조율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혁신위원회에 복지부 담당자 등이 포함되는 것도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랬다면 혁신과제 등을 설정함에 있어 복지부와의 의견 조율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발원의 혁신 과정에 고객으로서의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면 화룡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요즘은 복지시설들의 운영위원회에도 고객 대표들이 참여한다. 개발원도 우리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변화의 중심에 개발원을 이용하는 당사자의 역할을 좀 더 부여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계 대표들이나 당사자들도 혁신위원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개발원의 사업들을 이용하는 고객으로서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개발원의 각종 사업들을 수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들의 목소리 또한 혁신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공공분야의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장애인의 생활과 밀접한 공공기관인 개발원이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모습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반가움 만큼 긍정적인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크다.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개발원도 더 많은 부분들을 두루 살피고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변화의 방향을 설정해 줌으로써 우리 장애인에게 더 큰 힘이 되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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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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