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 없이 장애인의 날이 찾아 왔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진행되었다.

각각의 행사들이 모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이고 그 행사들에 참여하는 이들의 마음은 우리 장애인들이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바램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이렇게 장애계 소식과 이슈가 풍성한 4월에 유독 눈길을 끄는 보도자료들이 있었다.

2017 장애인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고, 4월 19일에는 '제5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이 발표되었으며, 4월 24일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촉진위원회 관련 보도를 통한 지난해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실적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날이 더욱 유명무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제5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차등 적용하는 등 기업의 장애인 고용 의무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가를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제도적인 노력을 통해 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공공분야의 시도가 있으니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공분야도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분에 있어 당당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기관 평균 우선구매비율은 1.01%로 법정의무비율을 초과 달성하였다.

하지만,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은 54.9%로 절반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은 장애인 생산품 구매에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의무고용율을 준수하지 않는 민간기업이나 크게 다를것이 없다.

결국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이나 가릴 것 없이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데 적극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법 준수에도 소극적이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은 정부 등 공공기관들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등도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이다.

물론, 의무고용 제도는 공공기관들이 더 높은 의무고용율을 적용받는 제도이지만 적용 대상의 대다수는 민간기업들이다.

반면,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의 적용 대상은 100% 공공기관들이다. 과연 의무고용제도와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 중 어느 것이 더 엄격히 적용되고 있을까? 제도의 성격이나 여러 가지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의무고용제도에 대해서는 이번 제5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의 예나 고용부담금 징수 등 정책 추진에 있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장애인 고용촉진의 달’, ‘장애인고용촉진 강조의 달’ 등 특정 기간을 정해 우리 사회의 인식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반면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에 대해서는 그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의 달은 고사하고 우선구매의 날 조차 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들만 놓고 생각해 보면 민간기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고용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반면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공공기관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애인 일자리와 민간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애인 일자리 수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민간기업이 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책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민간기업에는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공공기관에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과연 민간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선뜻 수용할 수 있을까?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서 장애인 고용정책에 대한 준수에 앞장 서고 민간기업에도 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할 때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책들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공기관이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의무비율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들의 인식부터 크게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한 날을 지정하는 것이 그리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장애인의 날 일부 기관들이 벌이는 선심성 행사들과 같은 요식행위들만 늘어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절반 이상이 법으로 명시된 우선구매 비율도 준수하지 않을 만큼 그 의식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의 날이라도 지정하여 조속한 인식 개선을 이루기 위한 시도만이라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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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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