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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남자, 스티븐 호킹의 생을 기억하며...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4-27 11:14:25
스티븐 호킹 박사 ⓒ네이버 에이블포토로 보기 스티븐 호킹 박사 ⓒ네이버
지난 3월 14일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세상 사람들은 그를 통해 ‘루게릭’을 알았다. ‘평생 휠체어에 묶여 있었지만’, ‘평생 휠체어에 앉은 채’, ‘루게릭을 앓았지만’, ‘장애에도 불구하고’, ‘루게릭을 이기고’... 등등 모든 언론들이 그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그가 가진 장애 ‘루게릭’을 조명했다.

아마 짐작컨대 그가 이룬 과학계의 업적과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보다 ‘루게릭’이 훨씬 더 많이 다뤄졌을 것이다. 평생 ‘루게릭에 묶여 있었다던’ 스티븐 호킹을 얘기하며 아주 친절하게도 언론들은 ‘그렇다면 스티븐 호킹을 괴롭혔던 그 루게릭이란 게 뭐냐면 말이지...’ 라는 투로 루게릭을 길게 설명하거나 심지어는 호킹과는 별도로 ‘루게릭이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3월 31일 영국 캠브리지에서 거행된 스티븐 호킹의 장례식에는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의 역을 맡았던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그의 추도사를 읽기도 했는데 호킹의 장례식 소식을 들으며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킹과 에디 레드메인 ⓒ네이버 영화 에이블포토로 보기 호킹과 에디 레드메인 ⓒ네이버 영화
나만 그런가?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에디 레드메인, 그의 연기가 너무나 엄청나서 사실 스티븐 호킹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화 ‘말아톤’을 볼 때 조승우의 연기에 넋을 놓느라 배형진의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그가 마치 스티븐 호킹의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생긴 모습에서부터 사소한 표정까지 모두 스티븐 호킹 그 자체여서 매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자 심각한 단점이기도 하다.

관객의 관심을 스티븐 호킹이 아니라 에디 레드메인이 모두 블랙홀처럼 흡수해 버린다는 점... 게다가 그는 신들린 호킹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 에디 레드메인이 도드라져 보이는 영화가 돼 버리기도 했다.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네이버 영화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네이버 영화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제목부터 벌써 시비를 걸고 싶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The Theory of Everything’이라고 되어 있는 원제를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으로 말도 안 되게 바꾸어 달았기 때문이다.

원제를 이렇게 바꾸어 놓는 그 시선이 심히 마뜩잖은 이유는 제목을 그렇게 바꾸는 그 사람들의 인식에는 ‘장애인의 사랑’이라는 뭔가 꽤 특별해 보이는 감동코드를 부각시키는 것이 딱딱한 원제보다 훨씬 더 관객을 불러 모으는데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얄팍한 계산속이 훤히 읽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 계산속은 통했나 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모두 굉장히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찾아봤다니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란 제목에 속아서 자기가 모르는 ‘사랑에 관한’ 뭔가가 있진 않을까 꽤 그럴듯한 정답을 기대했는데, 눈물겨운 감동을 기대했는데... 보고난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은 ‘실망’이었단다. 거기 그들이 바라고 기대하던 ‘특별하고’ ‘헌신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는 반대로 그 ‘특별하지 않음’이 좋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한 이 대사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자기들은 정작 그런 사랑을 하지도 못하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변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을 해주길 기대하니 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꿈이고 판타지인가?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어떤 사람의 평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는 헌신적이었던 아내 말고 간호사에게 마음을 돌린 스티븐 호킹에 대해 매우 분개했다. ‘스티븐 호킹의 배신’이라면서, 그리고 그게 무슨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냐면서...

“어떻게 멀쩡하지도 않은 남편을 놔두고 그럴 수가 있어?” 혹은,
“어떻게 ‘장애에도 불구하고’ 자기한테 그렇게 헌신적이었던 아내를 저버릴 수가 있어?”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은 때로는 매우 엄격하고 단단한 ‘도덕률’에 가둬두고 바라보는 지극히 경외스러운 박제 같다. 그러나 인간의 ‘사랑’이란 것이 과연 그런가? 그럴 수 있기는 한가? 계산할 수 없고 때로는 극히 비합리적이면서도 비이성적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인간의 한계를 훌쩍 넘어서게도 하는 불가해한 어떤 것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변하는 것이다.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이렇게 변할 수 있고 변해가는, ‘순간’을 사는 모든 사람을 아주 담담히 그렸다.

영화 속 스티븐 호킹 ⓒ네이버 영화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화 속 스티븐 호킹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스티븐 호킹이 루게릭을 받아들이는 방식 역시 담담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울고불고 좌절하고 방황하다 역경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진부하게 그리지 않았다.

의사가 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고를 내렸으니 그 2년 동안 자기가 하던 연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괴로워하긴 한다. 역시 천재답게... 그리고 여자친구 제인과의 결혼도 역시 ‘반대를 무릅쓰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또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모습도 주저리주저리 고통이고 헌신이고 따위의 모습이 아니다. 아내 제인이 힘든 모습은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을 도맡아 하는 전업주부로서 남편의 활동지원까지 감당해야 하니 과도한 일들 때문에 힘든 모습이다. 그러다 아내 제인은 이들 부부를 도와주는 ‘조나단’과 사랑에 빠졌고 호킹 또한 간호사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 헌신했거나, 누구 때문에 희생했거나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 한쪽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천사’이고 한쪽은 모자란 인간일 뿐인 그런 천사와 인간의 사랑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랑을 ‘천사’와 인간의 사랑쯤으로 여긴다)

그냥 최선을 다해서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가 자연스럽게 그 마음이 또 다른 이에게로 흘러간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준’ 사람에 대한 보답으로 사랑하는 척 사는 것도 아니고 ‘불쌍하게 장애가 있는’ 남편을 버리는 여자가 되기 싫어서 억지로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누가 나빠서도 아니고 누가 배신을 해서도 아닌, 그냥 그렇게 되어지는 모든 순간에 충실한 사랑일 뿐이다.

스티븐 호킹은 사람들 말처럼 ‘루게릭에 묶여 살지도’, ‘장애에 갇혀 살지도’ 않았다. 그는 그의 연구를 통해서 시간의 기원을 찾고 블랙홀을 연구하며 우주의 원리를 발견하려 애쓰며 수없는 수식 속에 살았지만 삶만큼은 수식처럼 계산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을 살았다.

그건 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역시 그렇다. 예측할 수 없고 계산될 수도 없기 때문에 훨씬 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란 걸 스티븐 호킹이 삶으로 증명해 주었다.

의사는 그의 지식대로 2년의 삶을 경고했지만 호킹은 55년이란 기적의 삶을 이루지 않았던가. 2년이든 55년이든 그는 그저 그 신비에 자신을 한껏 내려놓고 매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게 그의 삶을 완성시켰다.

영화의 원제목이 말하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는 ‘변하지 않는 사랑’도 아니고 ‘인간이 앙망하는 영구불변의 어떤 것’도 아니고 ‘우린 그저 순간을 살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 해 살아내야 한다는 것. 그것보다 확실하고 단순명료한 이론이 또 있을까.

영화 속 호킹은 자신이 발표한 이론이 틀렸다는 것에도 심각하게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담담히 인정하고 그 ‘틀림’을 증명하려 또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그렇게 매순간 담담하고 자유롭게...

그는 그렇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는데 그의 생애를 두고 ‘장애에 갇혀 있었던’ 사람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은 그의 생애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별이 된 한 남자의 생을 다시 기억하며, 매순간 뜨겁게 이 별을 살다간 그의 열정에 진심어린 존경심을 담아 마지막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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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차미경 (myrode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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