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프로스포츠 관련 뉴스를 들어보면 ‘FA’, 즉 ‘자유계약선수’ 관련 소식은 그 스포츠의 시즌이 끝나면 팬들의 관심을 늘 받기 마련입니다. “누가 돈 많이 받고 다른 팀으로 이적을 했다더라” 이런 식의 뉴스인 것이죠.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 결정권한이 팀이나 연맹에 의한 결정이 전혀 아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옮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 팀들은 ’전력강화‘를 위해 영입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요즘 저도 자유계약선수 신분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산업인력공단 면접에서 안타깝게도 탈락을 하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지난 4월 4일, 성공회식으로 묵주기도를 올리면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면접 결과가 탈락임을 통보받자, 매우 큰 불안에 빠지며 부랴부랴 구직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많이 되는 장애인고용공단과의 연락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천지사에서는 요구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고 연락이 왔었고, 서울지사에서는 통근하기에는 먼 지역에만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다행히 서울남부지사에서는 성공해서, 3곳에 지원서를 넣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리 이력서는 세 지사에 미리 부쳐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즈음에 지원서를 부쳐놓은 상황이므로, 아직 회신이 없습니다. 어쨌든 지원서를 썼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불안한 상황입니다.

솔직히 느끼는 것이지만, 자폐성장애인이라는 신분적 한계가 이럴 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겉으로는 장애인 차별은 하지 않겠다고 하겠지만 자폐성장애인도 경우에 따라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에 대한 의심이 앞섭니다.

실제로 장애인고용공단 서울남부지사 담당 직원도 “사실 장지용씨 이력서는 잘 썼고 제가 본 이력서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에요. 그런데 자폐성장애라는 것이 차별의 요소가 될 듯합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자폐성장애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폐성장애인들도 일을 시키면 꽤 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고학력자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제대로 아는 이는 적습니다. 아마도 편견에 갇혀 있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번 원서를 넣었음에도 면접에만 가면 탈락하는 비극이 있는데, 아마도 이것도 자폐성장애를 이유로 겉으로는 “자폐성장애 때문에 떨어뜨렸어요!” 라고 말 하고 싶겠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입니까, 장애인을 그런 식으로 차별하면 대번에 ’이미지 구겨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겠지요.

대신 다른 이유를 들어서 ’적어도 공정한 척‘ 하게 이유를 둘러 세울 것입니다. 냉정히 말하면, 이제 저는 겉으로 말하는 이유를 의심하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자폐성장애 때문에 떨어뜨렸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속으로는 이미 자폐성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떨어뜨렸다는 것을 이제 냉정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일단 자폐성장애인들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겠고, 자폐성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미디어 등이 유발하거나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 특히 특정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전체 자폐성장애인에게까지 하는 ’일반화의 오류‘같은 것이 원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자폐성장애 관련해서 제일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인 ’서번트‘ 이론도 언짢습니다. ’서번트‘라는 단어는 ’종‘ ’노예‘ 라는 이미지가 숨어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기독교 성직자들이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종‘입니다” 할 때의 ’종‘이 아닙니다. ’염전 노예‘ 할 때의 ’노예‘입니다. 당사자의 주체성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결정적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폐성장애인들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일궈나가고, 일궈나갈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 하는데 있어서도 자기 주도적으로 일 할 수 있거나, 적어도 업무지시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자폐성장애인들에게도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자폐성장애인의 경우엔 편차가 매우 심각해서 ’일하기에 특출한 자폐성장애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자폐성장애를 이유로 탈락을 시킨다?

이제는 분명히 역량있는 자폐성장애인도 일을 해야 마땅하고, 심지어는 경제적 논리를 인용하자면 자폐성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이미지면 에서나, 심지어는 사회적 비용에서나 경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과연 있을까요?

자폐성장애인 고용 문제는 이제 다가온 문제입니다.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이 숨어있고, 문제는 ’그 역량을 어떻게 일자리로 연결시킬 수 있나‘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폐성장애인에게도 분명히 일자리를 누릴 권리는 있고, 분명히 일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그것을 깨고 싶습니다. 자폐성장애인들도 일 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은 자폐성장애인은 그에 걸맞은 일자리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대학 졸업자에게 청소 일자리를 주는 그런 식은 당연히 안 됩니다.

발달장애계의 고학력자들도 이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 차분히 고학력 발달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대책도 슬슬 마련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니, 다가왔습니다.

어쨌든 저는 당분간 직장에 대해서는 자유계약선수의 신분입니다. 제가 마음에 드시는 분들은 연락을 주셔도 좋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좋은 제안을 해주신다면, 검토해보고 제안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 찾고 싶으신 분들은 이제 연락주세요. 좋은 제안이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네, FA 선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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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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