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설명회 전경.ⓒ에이블뉴스DB

하석상대(下石上臺)란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말이다. 물론 정말 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대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의 제도나 정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다양한 요인들을 검토해 보지 못한 채 대책을 내놓다보면 그 대책으로 인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해 버리는 경우도 우리는 자주 목격하게 된다.

복지부의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중 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과 관련하여서도 이러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대응이 준비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난 3월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8년도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이 설명회에서 직업능력개발훈련 훈련생들에게 지급되는 훈련비용이 올 하반기부터는 기존의 10만원에서 약 2만원 가량이 인상될 전망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하였고 기존의 수행기관들의 훈련비용을 줄여서라도 훈련 수당을 인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수강하는 훈련생 들이 훈련비용이 10여년 간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용 자체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문제를 지적하였고 그에 대해 복지부와의 검토를 통해 내놓은 대안이 바로 이러한 훈련비용 인상인 것이다.

장애당사자들의 요구나 의견제시에 대해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은 상황 속에서 무언가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훈련생들의 문제제기가 지난 가을 있었던 점을 고려해 보면 그 대응 속도 또한 이례적으로 빨랐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책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큰 문제나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그래서 직업능력개발훈련 훈련수당 인상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첫째, 훈련생들의 훈련수당 인상에 대한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알기 위해 현재의 훈련수당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에 참여하는 훈련생들이 받을 수 있는 수당은 다음과 같다.

①훈련 준비금 : 6일 이상 출석한 신입생에 한해 1회 4만원

②가계보조수당 : 세대주이면서 부양가족이 있는 훈련생 월 7만원

③가 족 수 당 : 가계보조수당 지급 대상자로서 주민등록상 동거인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있는 경우 3인까지 1인당 월 3만원

④교 통 비 : 수행기관 기숙사에 입소하지 않은 훈련생에 한해 월 5만원

⑤식 비 : 수행기관 기숙사에 입소하지 않은 훈련생에 한해 월 5만원

⑥자격취득 수당: 1회 5만원

이러한 훈련수당 중 특히 식비는 월 5시간 이상의 훈련과정을 수강하는 학생에 한해 지급되며 주 5일 수업의 경우 1일 2,500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2,500원은 어지간한 분식점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기도 부족한 금액으로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한 개와 컵라면 한 개 정도를 먹을 수 있는 금액에 불과하다.

그런데 훈련생들의 훈련비용 인상에 대한 요구는 단지 여기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님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을 위한 직업능력개발훈련은 복지부의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 이외에 고용노동부에서 수행하는 훈련도 있는데 이 훈련은 1인당 30만원이상의 훈련수당을 지급 받을 수 있다.

비슷한 대상에게 유사한 훈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의 훈련과 복지부의 훈련 사이에 훈련수당은 비교적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복지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생들이 훈련비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훈련비용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훈련비용계산 방식, 훈련 기관 현황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 수행기관의 훈련비용은 직업능력개발훈련 직종별 훈련비 기준단가에 별도로 정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 훈련비 조정계수를 곱한 다음 당해 월의 훈련 시간과 평균 훈련생수를 곱하여 계산하게 된다.

훈련생 6명으로 이루어진 학급을 1일 5시간씩 주5일 수업 과정으로 탈락자 없이 한 달간 운영할 경우 수행기관은 211만원 정도의 훈련비용을 지급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비용을 이용해 훈련생 6명이 바리스타교육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재료비는 물론 강사료까지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외부강사를 활용할 경우 재료비는 차치하더라도 강사료로 1일 10만원 정도 밖에는 지출이 불가능하다. 5시간 강의에 강사료를 10만원만 지급하며 과연 얼마나 양질의 강사를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생들에게 훈련수당을 2만원씩 증액하기 위해 훈련비용을 줄인다면 결국 199만원을 가지고 강사와 훈련관련 재료는 물론 모든 부대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한 학급당 훈련생 인원을 15명 가까이 늘리는 것 말고는 특별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학급당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알기 위해 훈련기관들의 현황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은 20여개소에 달하며 총 400여명의 훈련생들이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수강하고 있다.

이중 안마수련원 등에서 안마사자격취득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훈련생이 344명가량이고 나머지 56명가량은 안마사자격취득과정이 아닌 바리스타, 베이커리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과훈련을 수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과들의 경우 훈련교사 1인당 담당할 수 있는 훈련생의 수가 많지 않고 한 학급당 6명 정도를 초과할 경우 훈련과정 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훈련비용을 줄여 훈련수당을 늘리는 대책은 한 학급당 정원이 6인 내외인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수행기관들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수행하려면 결국 강의의 질을 떨어트리거나 자부담을 늘려야만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복지정책도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곤 한다. 하지만 그 소통이 단지 해당 정책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소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해당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들과 그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 모두의 입장을 고루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방적으로 수행기관의 비용을 줄이고 고객들의 혜택을 늘리자는 것은 그리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대책이 해당 서비스의 질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들 한다. 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도 장애인의 직업생활 안정을 위한 교육임에 틀림없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 당장의 불만사항들을 해소하기 위해 하석상대식의 대안을 내 놓는다면 그로인한 피해는 먼 훗날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는 이들에게 몇 배로 확대되어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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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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