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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 거 상관없어요. 우리 사귀어요"

아름다운 봄, 사랑하는 그들의 이야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19 12:14:36
하모니카 연주하는 그를 보고 있는 그녀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하모니카 연주하는 그를 보고 있는 그녀 ⓒ최선영
한적한 공원.
점심시간, 일찍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사무실 옆 작은 공원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한 하모니카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그녀는 그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보냅니다.

"하모니카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다니..."
그녀는 그의 연주를 귀에 담으려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는 하모니카를 내려놓고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뭐야, 이제 막 제대로 들으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을 혼잣말에 담고,
그가 보이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그녀도 책을 꺼내듭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네. 이 근처에서 일하나 봐. 신입사원인가?"
또 혼잣말을 합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점심시간이 되면 그 공원을 찾아갑니다.
그곳을 찾는 이유도 모른 체 그녀는 습관처럼 매일 그 공원을 갑니다.
그곳에 가면 나무 옆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그가 보입니다
그는 책을 읽다 말고 하모니카를 꺼내 아름다운 연주를 합니다.
그녀만을 위한 작은 음악회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그녀는 그의 연주에 푹 빠져듭니다.

그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그녀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그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그녀 ⓒ최선영
그리고 그들에게 긴긴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원을 찾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점심을 먹고 추운 날씨에도 공원을 가곤 했습니다. 역시나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람 어떻게 됐어?"
"몰라요,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선배의 말에 그녀는 속상한 듯 말합니다.

"진작 말이라도 걸어보지"
"관심도 없는데 말을 왜 걸어요. 그냥 하모니카 연주가 너무 좋아서 갔던 거죠."
"단순히 그의 연주만 좋았다고? 그런데 매일 그렇게 출근도장을 찍으며 비 오는 날도 서성이고 그랬다고? 설마~."
선배는 그녀를 놀리듯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라니까요."
그녀는 이유 없는 속상함이 밀려와 선배의 농담을 까칠하게 받고는 획~하고 돌아앉아버립니다.

그 속상함이 어디서 왔는지 출처도 없는 알 수 없는 마음을 깊은 한숨과 함께 가다듬으며 일상에 자신을 내어줍니다.

가끔 배가 너무 부르다는 핑계를 하며 공원을 가로질러 사무실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역시나'라는 실망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겨울은 왜 이렇게 길어. 춥기는 또 왜 이렇게 춥고. 벌써 2월인데."
"아직은 2월이지. 추운 건 당연한 건데."
그녀의 투덜거림에 옆자리 은영은 이제 그만 투덜거리라며 한마디 건넵니다.

"그래... 나 요즘 왜 이렇게 자꾸 투덜거리는 거지.. 이건 나답지 않아."
가는 곳마다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이 한가득 놓여있습니다.

"줄 때도 없고... 우리 둘이 주고받을까?"
"그게 더 비참한 거야."
퇴근길, 그녀와 영은이 시큼한 미소를 주고받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 줄 미래의 남자친구를 위해 하나씩 사자며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을 집어 듭니다.

버스정류장 앞.
그녀 눈앞에 나타난 그.

"저 사람..."
"어~그 하모니카, 맞지?"

몇 달 만에 그녀 앞에 모습을 보인 그는 오늘도 혼자 말없이 서 있습니다.

그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그녀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그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그녀 ⓒ최선영
"저 이거 오다가 주운 건데 혹시 드실래요? 독 같은 거 안 들었으니까 안심하고 드세요"

그녀는 재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초콜릿과 함께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달아나듯 영은의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에서 멀어집니다.

"아니 뭐야~ 버스 타야 되는데 어디로 가는 거야?"

대답도 없이 무작정 달리던 그녀는 그가 보이지 않는 먼 거리까지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멈춥니다.

"내가 미쳤나 봐 왜 그랬지?"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거겠지. 안부가 궁금하고 그의 그림자라도 보고 싶었던 그리움이 순간 차올라서 네 행동이, 네 생각보다 앞서 나간 거고. 너 그 사람 좋아하는 거야. 이제 인정해."

그녀는 알 수없는 속상함, 그 속에 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를 보는 순간 심장의 떨림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위해 매일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지만 그는 또 보이지 않습니다.

3월.
봄은 시작되었는데 그의 흔적은 여전히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두터운 외투가 무거울 만큼 봄은 그녀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눈부신 햇살의 속삭임이 그녀를 그곳으로 부르던 그날.
늘 쓸쓸해 보이던 그의 빈자리에 그가 보입니다.

다시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녀는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저... 지난번에..."
"잘 먹었어요.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녀의 말을 가로챕니다.

그의 손에 작은 상자하나가 들려져 있습니다.
"이거... 사탕입니다. 제 마음이기도 하고요."
그의 뜻밖에 말에 그녀는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편지도 함께 담았어요. 보시고... 그럼, 답 기다리겠습니다."
처음으로 그가 먼저 그녀를 두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가 떠난 그 자리에 한참을 머물며 그가 남기고 간 편지를 꺼내 봅니다.

그의 편지를 읽고 있는 그녀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그의 편지를 읽고 있는 그녀 ⓒ최선영
"1년 전 봄, 이곳에서 유진 씨를 처음 보았습니다.
첫눈에 반했다고 하면 너무 상투적인 가요?. 처음 보는 그 순간,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허락도 없이.
그냥 바라보는 것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봄은 행복했습니다.
여름이 되고, 더운 날씨 탓인지 유진 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들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진 씨를 기다리며 제 마음이 많이 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도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낙엽과 함께 유진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마음은 달려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내가 가진 조건 중에 하나인 장애인이라는 이유가 저를 소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를 보고 있는 유진 씨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유진 씨가 저 때문에 힘들어질까 봐, 제 마음을 숨기고 모른 체했습니다. 일부러 피하기도 했고요.
유진 씨가 건넨 초콜릿을 먹으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인연이 아니라 해도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먼저 유진 씨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절대 부담 갖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의 마음을 담아놓았습니다.
그녀의 이름만이라도 알고 싶었는데 초콜릿을 건네주던 그날,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사원증을 운 좋게 보았다는 말도 했습니다.

군대까지 다녀온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해졌습니다.

그녀는 그 사탕을 먹지 못한 체 며칠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장애를 입게 되면서 지내 온 시간들을 읽고 또 읽으며 그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와 함께 하게 된다면 그가 안고 있는 장애를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들도 생각하며. 며칠을 보내던 그녀는 문득 그와 만난 공원을 찾아갔습니다.
휴일,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그가 없는 그곳은 그녀에게 의미 없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가 없는 내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의미 없는... 텅 빈 것 같은 공허함."

그녀는 그가 건넨 사탕을 입안에 넣으며 미소를 보입니다.
그가 편지에 남겨둔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우리 오늘부터 1일 할까요?^^ 전 당신이 '장애인'인 거 상관없어요."

다정한 모습의 그들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다정한 모습의 그들 ⓒ최선영
그렇게 그와 그녀는 아름다운 봄, 사랑을 시작합니다.
아니 이미 시작된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 사랑은 1년이라는 시간 속에 더 깊어졌습니다.

다시 찾아온 따스한 봄.
그들은 점심시간을 함께 그 공원에서 보냅니다.
달콤한 그들의 사랑이 오래오래 달달한 채로 머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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