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SBS에서 방영된 SBS스페셜 ‘움직여라 발가락’편을 시청하였다. 귀여운 악동 동성(15세)군의 재활병원에서의 일상을 다룬 다큐였는데, 기존의 암울한 신파조의 의학다큐와는 다르게 밝게 표현이 되어 마음 편히 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동성군은 지난여름 유도를 하다 경추를 다쳐 경수 6-7번이 손상되는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는 물론이고 가슴아래 그리고 손목아래의 기능이 감소되는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된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성군의 당돌함과 개구쟁이 같은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불안함과 초조함에 우는 모습엔 짠한 울림이 또한 눈물이 마를 새가 없는 어머님을 보면서 필자의 입원했을 때가 떠올라 보는 내내 여러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하지만 냉정하게 선배 척수장애인으로써 안타까움도 많이 느꼈다. 아직도 척수장애인의 재활이 의료적인 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 척수손상재활의 목적이 걷는 것뿐이고 그래서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 온 가족의 희망이 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필자는 동성군이 손상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더 이상 척수장애인이 생기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열심히 운동해서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안 된다는 것도 냉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못 걷는다. 어려움이 있지만 휠체어를 타고도 잘 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방송이 안타까웠다. 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환자가 아닌 장애인으로 사는 준비를 하게 된다.

의료진들의 애매한 대답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척수재활의 목표가 걷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일어난다. 입원장기화, 동기부여 없는 병원생활, 준비 없는 퇴원, 또 다른 칩거... 얼마나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가?

SBS스페셜 ‘움직여라 발가락’편 홍보 장면 캡처. ⓒSBS

장애를 수용하고 인정하게 하는 것이 척수재활병원의 제1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가보았던 뉴질랜드나 스웨덴의 척수재활병원은 환자가 아닌 장애인으로 살아가도록 수술이후부터 끊임없이 자극하고 훈련을 시킨다.

휠체어가 발이 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하고, 침대로 화장실로 자동차로 이동(트랜스퍼)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헬스트레이너가 운동을 시키고 구기 종목 등 적극적인 운동도 병행을 한다.

그리고 동료상담은 빼 놓을 수가 없다.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선배 척수장애인들 만나는 시간은 너무 중요하다. 못 걷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들의 용기와 지혜를 배워야하기 때문에 동료상담은 필수과정이 되어야 한다. 좋은 맨토를 만나는 것은 그 어떤 치료과정보다 중요하다.

중2의 학생신분이니 학업 복귀하는 문제도 같이 진행이 되었으면 한다. 시간을 끌지 않고 학교로 같으면 좋겠다. 휠체어를 탄 동성군의 모습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의 접근성개선과 교사와 학생들의 인식개선 교육도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바란다면 돌아오는 봄 학기부터 학교를 다니는 동성군의 소식을 듣기 희망한다.

병원에 있는 동안 돌아갈 집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TV로 본 평택의 동성군의 집은 휠체어를 타고는 출입이 어려워 보였다. 계단과 턱도 제거를 해야 하고 화장실의 접근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독립적인 이동은 자존감의 향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물론 온 가족이 척수장애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척수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후유증과 합병증을 미리 숙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 과반사가 있는지 기립성저혈압은 생기는지, 신경인성 방광과 장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다행히 사고이후에도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가족이 해체되거나 힘들게 살아가는 가정들을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이다. 가족도 일상의 삶을 살도록 재활시스템이 진화되어야 한다. 동성군의 아빠가 집에 남아 살림을 하고 여동생은 심한 스트레스로 탈모증상이 생겼고 어머니는 병원에서 숙식을 하는 전형적인 척수장애인의 초기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가족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하는 재활의 현주소가 변화되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중증의 척수장애인에게도 확대하여 가족이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간호하는 후진국형 병원의 모습이 변화되어야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입원기간동안 가족의 밀착이 오히려 장애인으로서 자립하는데 역행이 되는 결과들을 많이 경험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올해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재활전문병원 시범사업의 개선을 위한 참고서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과 같은 재활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다. 당사자가 장애를 가지고 살아나갈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준비를 시켜주는 재활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 답은 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의료적 재활에 몰입하지 않고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 재활과 가족교육은 물론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준비까지의 종합적인 지원이 되는 것이 재활시스템의 완성이다.

척수손상 재활의 목표는 걷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 장애를 수용하고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도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상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