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이 머무는 곳에(Ice Castle,1979)> ⓒ네이버

특별히 동계올림픽 기간인 요즘, 새삼 그리운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아이스 캐슬 Ice Castle>,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사랑이 머무는 곳에’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관객이 뽑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떠오르는 영화’ 4위에 당당히 올라 있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는 영화 <아이스 캐슬 Ice Castle>.

영화 <아이스 캐슬>은 무려 1979년에 태어난 아주 오래된 영화다.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도전과 사랑을 그렸다. 어쩌면 2018년의 영화기술과 감성으로 보자면 훨씬 밋밋하고 심심하고 싱거운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 영화를 문득문득 돌아보게 되는 이유는 시간과 함께 독특한 무늬로 아로새겨진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나에게만 있는 그리움. 나는 이 영화를 ‘주말의 명화’에서 보았다. 세상에나 ‘주말의 명화’라니... 그것부터가 왠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소환해야 할 것만 같지 아니한가. 이 영화를 떠올리면 ‘주말의 명화’를 하던 그 시절의 어디쯤으로 나를 훌쩍 데려다 놓는 그리움과 만나게 된다. 스물 세 살의 싱그러운 내가, 꿈을 앓던 내가 꿈을 위해 첫 도전을 했던 어느 연수원 기숙사의 어둡고 텅 빈 휴게실에서 덩그마니 혼자 앉아 이 영화를 보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게 해 준다.

토요일 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으로 돌아가고 나만 텅 빈 휴게실에 앉아 ‘주말의 명화’가 틀어주는 이 영화를 보았다. 사실 내용은 너무나도 뻔했다. 전도유망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알렉시스(렉시)가 승승장구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어버리는 장애를 입게 된다.

잠시 절망했지만 사랑하는 사람 닉의 헌신적인 조력으로 다시 은반 위에 당당히 서게 되는 모습, 그리고 감동적인 은반 위의 스케이팅... 너무나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뻔한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엔딩에선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어둠 속에서 오롯이 영화 엔딩에만 집중한 채 눈물도 감추려 들지 않고 맘껏 눈물 흘리며 봤던 나만의 영화...

영화 <사랑이 머무는 곳에(Ice Castle,2010)> ⓒ네이버

사람들은 그런 이 영화의 감동을 다시 살려내고 싶었는지 2010년에 이 영화를 다시 리메이크했다. 감독 역시 도널드 라이로 같은 감독이다. 그런데 2000년대의 더 향상된 기술과 연출력으로 이 영화는 한층 더 각광을 받았을까?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 옛날 원작의 감동을 다시 불러오지 못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이 영화 자체보다 이 영화 속에 깜짝 등장한다는 피겨 여왕 김연아의 사진에 더 모아졌다. 역시 시간이 만든 그리움의 힘은 쉽게 넘어설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이 영화를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리움으로 단단히 묶어 둘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이 영화의 음악에 있지 않을까 한다. 나부터도 이 영화를 멜리사 멘체스터의 노래 ‘Looking Through The Eyes Of Love’로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로 이 영화에 향기와 힘을 불어넣는 최고의 결정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시력을 잃어서 보이지 않는 렉시가 남자친구인 닉의 도움으로 은반 위의 모든 상황과 동작을 일일이 귀로 들어 외우고 익히며 훈련해서 드디어 경기 날 은반 위에 서는 장면. 보이지 않는 그녀의 은반 위의 피겨 연기 위에 깔리는 이 노래는 이 영화의 엔딩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는 화룡점정의 극치였다.

이 영화의 노래처럼 Looking Through The Eyes Of Love,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것.그때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시력을 잃고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은반 위에 다시 선 렉시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 힘은 사랑이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렉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고 다시 세워주는 멋진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는...‘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사랑의 눈’이길 굳이 바라지도 않는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봐 주면 충분하다. 사랑은 때로는 불안정한 도량형과 같아서 기분과 감정과 상황에 따라 쉽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는 그저 또 다른 다름일 뿐 있는 그대로 봐 주면 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은...? 없다. 사랑은 더 약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배려나 시혜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무한하게 퍼줄 수 있는 무엇도 아니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고 쌍방소통이어야 비로소 사랑이 된다. 따라서 닉은 렉시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둘이 서로 그냥 사랑한 것이다. 이제 나는 이 영화를 그렇게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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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경 칼럼리스트 ㅅ.ㅅ.ㄱ. 한 광고는 이것을 쓱~ 이라 읽었다. 재밌는 말이다. 소유욕과 구매욕의 강렬함이 이 단어 하나로 선명하게 읽힌다. 나는 내 ‘들여다보기’ 욕구를 담는데 이 단어를 활용하겠다. 고개를 쓰윽 내밀고 뭔가 호기심어리게 들여다보긴 하지만, 깊이 파고들진 않는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동작, 쓱... TV, 영화, 연극, 책 등 다양한 매체가 나의 ‘쓱’ 대상이 될 것이다. 그동안 쭈욱 방송원고를 써오며 가져 왔던 그 호기심과 경험들을 가지고... (ㅅ.ㅅ.ㄱ. 낱말 퍼즐은 읽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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