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에 대한 가치! 우리 사회는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창작자가 장애인이든지 비장애인이든지, 그 창작물의 평가가 높든지 낮든지, 크기가 크든지 작든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것, 백지 종이 한 장에 줄 하나를 긋는 작업에도 그 창작자는 모든 감성을 쏟아 집중 작업을 하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법적인 장치로 창작자가 이루어 낸 창작물을 인정받고 권리를 보호받는 '지식재산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식재산권이란 발명,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과 문화, 음악, 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의 총칭이라고 합니다.

“제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서 보호 한다” 고 명시된 헌법 조항이 무색하게 현실에서의 예술가들의 지식재산권은 아직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장애인 예술가들 중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권리나 보호는 전혀 정리 되지 않은 불모지 상태라 해도 심한 표현이 아닙니다.

발달장애 특성상 당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발달장애인들의 에이블아트의 역사가 짧아서인지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지식재산권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인 듯합니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원화 판매나 아트 상품 개발에 사용되는 그림에 대한 계약 사항이나 조건도 업체나 오너의 경영 마인드에 따라 편차가 크고, 이를 제재할만한 마땅한 법적 근거도 찾기 어렵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의 ‘취업 활성’이라는 미명 하에,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창작물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가 뒷전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창작물들은 다소 거칠고 투박하지만 색감이나 정서만큼은 깨끗하고 순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맑은 무의식 세계를 통해 백지에 그려내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예술적 창조에 대한 ‘예를 갖추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금전적 권리는 차치하더라도, 자기 작품에 ‘작가 사인’이나 ‘작가명’ 조차 밝히지 못한 상태로 버젓이 아트 상품으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자는 여느 팬시 상품 회사에서도 그림 디자인에 작가명은 표기 안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 회사에 채용된 ‘고용직의 디자이너’들의 경우입니다. 직장인으로 일정한 급여를 받고 그림을 생산하는 직업인은 ‘작가가 아닌 사원’의 개념이 더 큰 것이겠지요.

그러나 급여가 아닌 ‘작품’으로 집중하는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가명’을 앞세운 자신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화풍으로 컬렉터도 생기고 애호가도 생기는 것입니다. 작품으로 교감하는 예술가들의 ‘작가명’을 소중하게 인정해 주고 보호해 주는 사회적 인식이 대두되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선과 색감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산물로서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령이나 조약 등이 하루 빨리 정착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규재의 작업실. ⓒ김은정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장애인들이 전문 예술가로 살 수 있는 인적자원임을 알리는 ‘에이블아트 운동’이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예술 자조 운동으로 출발한 “민들레의 집”, 다양한 예술 활동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하나아트센터”, 예술촌 “돈코야”, 폐교된 초등학교의 목조건물을 리모델링한 “또 하나의 미술관”, 지적장애아동 크리에티브 서포트 “레츠”, 정신 장애인들의 병원 데이케어센터가 예술의 장소가 된 “아트큐브” 등 여러 단체들이 현재 일본의 예술계 및 사회전체에 새로운 가치관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문화전략으로서 지원에서 협동으로, 자주 활동으로, 가치 존중으로 이어져 기업과 대등한 관계로 예술 사업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장애인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각종 예술제가 개최되어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고 세상으로 나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통의 예술’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식재산권의 올바른 활용법이 적용되어 작가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없이 창작물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되어야한다고 소신껏 외쳐봅니다.

사회적 경제에 있어서 한 쪽에게만 이득이 되는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대의(다수의 의견이나 의지)에 만족하는 관계라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사업적인 이익이나 수치적인 성과들을 중요시하는 만큼 우리 예술가들에게도 ‘작가로서의 이름’과 ‘창작물’에 대한 무형적 재산권이 중요합니다.

자금을 내는 쪽과 받는 쪽이라는 단순한 관계에서 벗어나 공통의 과제를 함께 풀어가는 관계로 발전되어, 현재 중구난방으로 정리 안 된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그림 사용 계약이 타당한 계산법으로 법률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사회적 조건이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먹고 살아야한다’는 세속적 표현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결국 [지식재산권]이란 권리임과 동시에 전문 예술가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게 창작물에 대한 보호와 권리를 요구함에 있어, 우리 장애인 예술가들도 당사자 중심적 방식과 적극적인 작품 활동으로 사회적 소통과 함께 창작자의 권리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정당성의 가치관'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내 그림을 사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가 아닌! ‘ 내 작품은 마땅히 인정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로 우리 장애인 예술가들의 자성과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림 작업에 집중하는 규재 모습. ⓒ김은정

‘에이블아트’의 완성된 작품을 보면 어떤 장애를 가진 작가의 작품인지가 보인다고들 말합니다.

자폐성장애가 있는 규재가 그린 그림 속에는 “자폐적 특성이 보여서, 어릴 적 추억의 동화 같은 맑은 마음이 보여서, 화실에서 훈련된 식상함이 없어서, 마음속의 간절함이 느껴져서 감동과 따뜻함이 전해져 온다”고 공감해 주시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로서 감사하고 울컥합니다.

규재가 얼마나 긴 시간을 집중과 몰입과 반복으로 그리는지, 그 피로도가 얼마나 무거운지, 물감과 마카의 화학적 자극으로 온 몸에 발진이 돋아 고생하는 그 과정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규재가 연습한 낙서조차도 너무 소중합니다.

아마 다른 장애가 있는 작가님들의 작품 과정 역시 또 다른 많은 어려움과 고단함을 이기고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우리 장애인 예술가들의 원화나 아트 상품을 감상하시거나 구매 하실 기회가 있을 때 작가가 누구인지, 작가명이 밝혀져 있는지 관심 갖고 살펴 봐 주십시오.

그 작품들을 완성하기까지 우리 장애인 예술가들이 얼마나 절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그려내는지 많은 분들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그림이 좋아서, 그림 그리는 그 순간이 행복해서,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되는, 그 그림들로 세상의 혼탁함을 정제해 주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쉬게 해 주는......

우리 장애인 예술가들의 무형의 ‘지식재산’이 당당하게 인정받게 되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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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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