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장애관련 단체 선거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지난 2월 2일에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 선거에 이어 바로 다음날인 2월 3일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 지부장 선거가 있었다.

이례적으로 이번 선거는 토요일에 이루어졌다. 게다가 오후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져 회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할까 우려되었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더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지부장 선거와 함께 서울지역 대의원을 뽑는 선거가 함께 진행되며 한 사람당 두 가지의 투표를 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유권자 전원이 시각장애인인데다 두 가지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투표방식이었지만 시각장애인 단체의 선거이기에 투표와 관련된 다양한 편의제공이 충분히 이루어졌고 진행요원과 안내인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 선거에서도 역시 못내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었다. 선거인 명부 대조과정에서 신분증 확인 절차에 대한 부분이 그것이었다.

5년전 쯤 한 언론사를 통해 신한복지카드가 신분증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보도 된 적이 있다. 신한복지카드는 앞면은 일반적인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형태이고 뒷면은 복지카드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성명, 생년월일, 장애 유형과 등급, 사진 등의 내용이 표기되어 있다.

당시 보도에서는 이 카드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나와 있지 않아 금융기관 등에서 신분증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바 있다. 그런데 이 신한복지카드가 이번 한시련 서울지부 선거에서도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선거자체가 서울지부의 선거이기에 회원의 자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시 거주여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주소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신한복지카드는 선거인명부 대조 과정에 활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한시련 서울지부 선거에서도 계속해서 이 카드를 신분증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에 그리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번 선거가 이루어질 당시와 지금은 크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바우처택시제도의 시행이다. 서울시에서는 2016년 말부터 바우처택시 시범사업을 진행하여 현재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한시련 서울지부에서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바우처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한복지카드를 반드시 신청해야 하고 이용 요금의 결제 또한 이 카드를 이용해서만 할 수 있다. 이동에 제약이 큰 시각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제도이기에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신한복지카드를 발급 받은바 있다.

이 카드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신청을 하게 되는데 신청 시 내가 안내받은 바로는 카드를 수령하면 기존의 복지카드는 반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신한복지카드에 대한 보도에서 조사한 바로는 신한복지카드와 일반적인 복지카드 중 한 가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복지부로부터 받은바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즉 주민자치센터로부터 신한복지카드를 발급 받으며 안내사항을 준수한 이들은 기존의 복지카드를 반납하고 신한복지카드만을 가지고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시련 서울지부에서 수행하는 사업을 이용하기 위해 신한복지카드를 발급 받은 이들은 이번 한시련 서울지부장 선거에 참여하며 선거인명부 대조 과정에서 이 복지카드 만으로는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신분증이 복지카드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등본 등 여러 가지 증빙자료들을 이용해 선거에 참여 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로인해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도 신한복지카드를 신분증으로 인정해 준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그 관행을 따르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선거가 시각장애 당사자들의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이고, 바로 그 단체장이 소속된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로 인해 신한복지카드를 발급받은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음에 대해 그 어느 곳 보다 한시련 서울지부가 가장 잘 알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많은 고민을 통해 시각장애 회원들이 선거에 보다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 주일동안 힘들게 일하고, 혹은 공부하고 지친 몸 쉬고 싶고 게으름 부리고 싶은 주말에 치러진 선거임에도 또,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유능한 일꾼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투표해 참여해주는 회원들을 생각한다면 응당 그랬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보다 장애인의 입장을 더 잘 알고, 또, 그 어느 집단보다 장애 당사자의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 줄 수 있는 장애 관련 단체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조차 우리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비장애인들이 다수인 사회에서 우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장애인의 권리보장 장애 관련 단체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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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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