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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찾아온 고열로 장애아가 되다

서연이의 투병일기-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2-09 14:17:59
내 딸 서연이(https://blog.naver.com/ja8810). ⓒ김현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내 딸 서연이(https://blog.naver.com/ja8810). ⓒ김현정
‘서연이의 투병일기’를 칼럼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긴 망설임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13년째 천장만 보고 누워있는 중증 와상환자 서연이!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중증 와상환우의 장애가족의 이야기가 연재될 것입니다. 중증 장애가족들이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2006년 8월 9일 9개월 된 서연이는 고열로 인하여 00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아티반(진정제)를 두 차례 맞고 다음날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못한 채 곧 사망할 거라는 판정을 받았다. 당일 급하게 신촌 세브란스 이송 후 재검사를 해 보았으나 재차 생존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엄마는 서연이의 사고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까지 의뢰해 보았으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으며 ‘원인 불명의 급성 출혈성뇌염’으로 17일간의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생존했다.

서연이의 뇌손상은 가장 치명적인 간뇌 시상하부 등 모든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뇌의 중심인 뇌교가 이미 사라진 상태라 달걀의 노른자가 없어진 것과 같은 형태였다.

MRI로만 본다면 살아있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뇌교가 끊어졌기 때문에 볼 수 없고, 몸은 전신마비에, 배속에 장기가까지 마비되고, 호흡곤란 등에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심한 강직이 발생하였다.

17일 이후 생존당시의 모습은 서연이의 몸이 돌처럼 딱딱하고 팽팽하게 굳어져 허리가 접어지지 않았으며 강직이 심하다 못해 플라스틱 인형처럼 뻣뻣하고 등이 활처럼 휘어져 있었다.

서연이는 강직이 심하다 못해 누운 상태에서 허리가 들려 있어서 마치 활을 조금 구부려 놓은 형태였다.

다리가 압축을 한 듯 밀착되어 남편과 함께 두 다리를 벌려서 기저귀를 갈았으며 호흡이 매우 가쁘게 쉬어서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 같아서 난 너무나 가슴이 아팠었다.

가쁜 호흡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이 찢어지듯 괴로웠는데 생존을 불확실하게 한 거친 호흡은 거의 일 년간 지속되었던 것 같다.

두 팔은 완전히 오그라져 날개처럼 붙어있었으며 손은 돌처럼 굳어져 펴지지 않았고 목은 힘없이 축 늘어져 안을 때 마다 덜렁거려 손으로 받쳐 안아야 했었다.

울음소리는 나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은 상태로 온힘을 다해 온종일 울기를 반복하여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침대시트가 흥건히 젖기를 반복했었다.

도대체 이 많은 물이 서연이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였다.
(생존 후 한 달쯤 지난 후 시트가 젖는 상황은 없어졌다.)

생존 후 일 년간은 세브란스 복도에서 거의 기거를 했었다. 1인실은 하루에 14만원 정도였는데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워 한 달 후부터 다인실로 옮겼더니 많은 사람들이 서연이 울음소리 때문에 병실을 옮겨달라는 항의를 했었다.

모두가 아픈 환자들이기 때문에 신경이 매우 예민해져 있으니 배려를 생각하긴 힘든 상황이라 간식을 자주 대접하며 미안하다고 사정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결국 서연이가 생명이 불안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퇴원이야기가 오갔으며 난 급구 사정하여 병실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말씀드려 복도에서 기거하며 지낸 결과 일 년간 입원생활을 할 수 있었다.(세브란스 규정상 1년이 지나면 퇴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연이는 온몸이 마비된 통증으로 죽을힘을 다해 울기를 매일 매일 반복했다.
(서너 달은 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울었으며 서너 달 후부터는 오전시간만 빼고 죽을힘을 다해 울기를 반복했다. 리고 일 년 뒤부터는 간간히 울었지만 초저녁부터 새벽 3-4시까지 땀이 젖도록 울어대길 4년간 매일 매일 반복되었던 것 같다.)

서연이는 온몸이 마비된 통증과 장이 마비되어 강직과 복통으로 울었던 것 같다.
고통스런 통증의 강도는 초저녁부터 더해 졌는데 난 방법이 없어 레지던트 선생에게 고통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면 처방 내는데 한두 시간이 걸렸고 배 사진 찍고 관장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까지는 몇 시간이나 걸렸으니 그때의 속 타는 심정과 서연이의 고통스런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서연이가 겪어야 하는 통증과의 싸움은 어른이면 참아내지 못했을 거라고 의사들이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상황은 매일 반복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결국 서연이는 장 관련부서의 협진으로 장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1리터가 넘는 하얀 약품을 장에 꽉 찰 때까지 밀어 넣고 이상이 없다고 결론이 나자 다시 큰 주사기로 그 많은 약을 빼내었다.

이 검사도 여러 차례 진행 되었는데 서연이는 매우 힘들어 울음소리를 내지 못할 만큼 지쳐있었으며 눈동자가 힘이 없이 풀려 보이지 않은 작은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졌었다.

더 큰 문제는 검사 후에 고통이었는데 장에 끼어 있는 약품이 조금씩 흘러나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항문에서 피와 진물이 조금씩 세어 나왔는데 이 약품의 성분이 무엇인지 서연이의 항문과 살갗이 새빨갛게 데인 것처럼 벗겨져 기저귀를 찰 수도 없었다.

서연이는 장 마비로 하루 종일 설사가 줄줄 새어 나왔었는데 피와 설사가 범벅된 엉덩이를 내 다리 위에 두고 서연이 다리를 흔들어주기를 멈추지 못하고 계속 흔들어야 했다. 강직이 심했기 때문에 다리를 흔드는 일을 멈추면 서연이는 무척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피와 설사가 나의 옷과 시트에 범벅이 되어 옆 사람들이 눈을 찌푸렸지만 난 주위를 신경 쓸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서연이는 하루의 모든 시간을 통증으로 보냈는데 난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그 당시에 상황을 기억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흐른다.

얼마만큼의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는지 머리가 정지된 것같이 항상 멍했었으며, 지금이 몇 년도인지 어느 계절인지 수없이 헷갈리고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한겨울 한파에 기저귀를 사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 밖을 나가 면티에 반바지 슬리퍼차림에 맨발로 뛰어 다닐 때도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얼음판에 미끄러져 슬리퍼가 내동댕이 쳐져서 새빨갛게 언 내발을 보고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겨울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가 실성한 사람인양 쳐다보기도 하였다.

또한, 나는 창문이 닫혀있거나 화장실 문이 닫히면 목이 조이는 듯한 폐쇄공포증에 시달렸다. 이 모든 일들이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일들이 현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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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현정 (ja88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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