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열리는 특강을 듣기 위해 건물을 찾았다. 놀랍게도 대학원 건물에는 엘리베이터와 리프트가 없었다. 인문과학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재학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진 않을까?

서양어대학 재학생 박모씨(여, 21세)는 지난 학기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다. 인문과학관에 수업이 많았던 그녀는 한 학기 내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런 미비한 시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각한 적도 있었다.

"여긴 엘리베이터 없어요.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설치되려면 시간도 걸리고 어려우니까 그냥 친구들 도움을 받아서 다녔어요. 저는 다친 상황이었지만 장애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부족한 시설이 엘리베이터만은 아니다. 교수회관 식당은 식권을 스마트 주문대로만 발매하기 때문에 시각장애학생들은 어려움을 느낀다. 도서관의 독서 화상기를 이용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데 교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져서 불편을 겪게 된다.

이러한 시설에 대한 문의를 위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지원센터의 접근성이 떨어져 한참을 헤맸다. 돌아온 답변은 한국외대의 장애 학생 수가 적기 때문.

현재 한국외대에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없다. 장애학생의 수가 적으면 편의시설에 대한 요구도 적을 수밖에 없다. 소수의 장애 학생들은 더욱 힘들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장애 학생이 적다는 이유로 시설을 확충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이 사회의 썩은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장애인 특별전형을 만들고, 누구에게나 접근성이 뛰어난 학교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인력 양성소라 불리는 명문대학교의 책임감 있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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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준 칼럼리스트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학생이다. 숙명점역봉사단원, 평창동계패럴림픽 자원봉사자이며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폐쇄자막방송모니터링단으로 활동했다. 대학생의 시각으로 장애인 이슈를 전하고 청년들의 장애인 운동과 봉사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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