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설에 대하여 장애인 편의시설을 규정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있다. 공항도 교통시설이므로 이 법이 적용되지만, 이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공항은 상당히 넓은 공간이기도 하고, 다양한 시설물들이 밀집되어 있고, 인적 서비스도 필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공항 주변의 대중교통과 연계도 필요하고, 도착하여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 장시간 대기하는 공간, 상점과 식당 이용, 발권을 하고 보안검색과 출입국심사를 거쳐 면세점과 탑승구로 가는 경로, 항공기 탑승과 하기, 기내에서의 편의, 환승에서의 편의, 수화물의 취급, 대합실로 나와 도시로 가는 과정 등 다양한 활동에서의 편의는 편의시설과 더불어 인적 서비스가 필요하다.

다른 시설물에서는 편의시설물을 대신하여 인적 서비스로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지만, 항공편의는 편의시설과 인적 서비스가 모두 요구되는 공간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6년 6월 13일 “항공기 이용에 있어 장애인 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15직권0001300)”를 내렸다. 장애인이 항공기 이용에 있어 동등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연맹에서는 지난해 장애인 107명을 대상으로 항공편의 불편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이는 새로운 아·태장애인 10년의 목표인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 조사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항공 이용 시 불편사항에 대한 조사에서 예약과 관련한 4개 문항에서 하나라도 불편하다고 응답한 수는 59명으로, 응답자 전체 107명의 55.1%가 이용에서의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적절한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수는 총 129건이었다. 이는 불편을 경험한 사람은 평균 2건 이상의 항목에서 불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예약 시스템이 웹접근성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고, 장애인 유형을 고려한 의사소통이나 상담 서비스도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 편의 서비스를 사전에 예약하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였다.

공항 도착 및 공항 내 이동의 불편 경험 문항수는 총 9개 문항이었는데, 각 문항에서의 불편 경험을 모두 합한 숫자는 306건이었고, 응답자 107명 중 72명이 한 항목 이상에서 불편 경험을 답하였다. 이는 응답자의 67.2%에 해당한다.

장애인 주차장, 점자블록의 설치, 안내판의 적절성, 주출입문의 유효 폭, 인적 서비스 등의 문항들에서 장애인 당사자로서 경험하는 편의시설의 적절성은 매우 부족한 것이었다.

설문지 구성에서 공항 내 시설물의 불편 경험에 대한 문항은 총 16문항으로, 불편 경험의 응답수 총합은 575건이었다. 한 문항 이상에서 불편을 경험한 응답자수는 97명으로 응답자의 90.6%가 공항 내 시설물로 인한 불편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 이용자 90% 이상이 불편하여 차별을 받고 있다는 심각성이 드러난 것이다.

비행 스케줄 안내, 환전과 상점 이용의 편의성, 화장실 이용, 발권 등의 불편 경험을 묻는 문항에서 시각장애인들이나 청각장애인에게 충분하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정보제공,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접근성의 부적절성 등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공항에서의 장애인화장실은 유아용이나 가족용 겸용으로 되어 있어 누군가 사용하면 장애인은 다른 화장실 이용이 불가하여 마냥 기다려야 하므로 난감한 사태가 발생했다.

보안검색과 입출국 심사 과정에 대한 불편 경험을 질문한 문항수는 총 5개였는데, 불편 경험 건수의 총합은 182건이었고, 한 문항에서라도 불편을 경험하였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107명 중 95명으로 88.7%에 해당하였다.

검색대에 소지품을 올려놓기도 불편하였고, 심지어 보조기를 신체와 분리하도록 요구받아 자존감을 상하기도 하였으며, 출입국 심사대의 청각장애인 안내정보나 지문이나 얼굴 촬영의 심사대 높이도 부적절하였다.

항공기 탑승과 하기과정에서의 불편 경험을 묻는 문항수는 총 14문항이었는데, 다중응답으로 체크해 보면 불편 경험의 총합은 360건이었다. 응답자 중 한 번 이상 불편한 경험에 응답한 응답자수는 89명으로 83.1%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불편을 경험하였다고 답하였다.

탑승 브릿지에 단차가 제거되지 않았고, 탑승 리프트가 제공되지 않아 휠체어를 손으로 들어 올리거나 장애인을 직접 안아서 탑승하면서 장애인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전동 휠체어 배터리 반입이 거부되기도 하였고, 탑승구 입구에서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장애인을 혼자 있도록 방치하고 자리를 떠나버리기도 하였다.

기내 서비스에 대한 문항수는 총 11개 문항으로, 불편을 경험한 응답의 총수를 알아보기 위해 다중응답을 체크한 결과 318건이었고, 한 문항 이상에서 불편을 답한 응답자수는 83명으로 77.5%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기내 서비스에서 불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내에서 시각장애인의 좌석 및 비상시 안전에 대한 정보 제공, 휠체어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 등에서 불편을 경험하였는데, 보조기 수납이 좌석에서 먼 경우, 기내 휠체어의 정비 불량 등이 지적되었고, 장애인들은 장거리 여행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워 식음을 거르는 경우도 많았다. 통로 넓은 앞좌석이 배정되지 않아 지체장애인이 다리가 경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 중 18명은 휠체어가 운송과정에서 손상되거나 도착이 지연되어 불편을 경험하였고, 27명은 화장실의 화장지 위치나 물내림 버턴위치가 부적절하여 불편을 경험하였다. 수화통역사 인적 서비스 인력 배치, 휠체어의 간단한 수리나 충전 서비스 제공도 필요하다.

한국장애인연맹은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민간 항공기구(ICAO)의 장애인 서비스 권고안과 BF심사지침과 미국의 Air Carriers Access Act(ACAA, 항공이용 접근법)에 의한 장애인 서비스 매뉴얼의 내용을 참고로 하여 장애인 항공편의 매뉴얼안을 마련하였다.

국제민간 항공기구의 권고안에 의하면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야 하며, 상호 협의하여 서비스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종사자에 대한 교육도 장애인단체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 취향 항공사와 공항공사에서는 장애인 항공 이용 편의제공 매뉴얼을 장애인단체와 협의하여 마련하고, 편의시설과 인적 서비스를 확충하기를 요구한다.

원스톱 통합 서비스와 각종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여야 하며, 서비스를 사전에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모바일로 서비스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체크와 각종 정보제공을 하고, 예약시스템의 웹접근성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 미국의 항공 이용시 장애인 편의 서비스 매뉴얼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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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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