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 표지. ⓒ장애인법연구회, 나남출판사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을 처음 접한 것은 편입생 시절, 그러니까 10년 전 장애인복지법 과목을 수강할 때였다. 그 때는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구체적 내용은 잘 몰랐다.

시간이 흘러 연구소에 입사한 후 정책을 맡게 되고 장애인 차별이 일상임을 알게 되면서 장차법에 관한 내용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장차법에 관련된 우리 사회의 현실과 법의 내용을 조금씩 알려고 장차법 세미나가 있을 때마다 갔었다.

들으면서 발달장애인이 차별을 받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한 정당한 편의가 법상에 명시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필자는 알기 쉬운 문서 등 발달장애인 관련 정당한 편의를 장차법 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연구소에서 2015년 알기 쉬운 장차법을 만드는 작업을 할 때는 장차법 조문을 쉬운 문장으로 바꾸는 것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같이 고민하기도 했었다.

연구소 퇴사 이후에는 제49조의 장애인 차별의 악의성 요건이 너무도 엄격해 장차법 상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거의 없음을 알았다. 특히 발달장애인 인터넷 비하의 경우에는 보복성이나 차별규모 등을 만족시키지 못해 장차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장차법 시행 10주년 세미나 때 49조의 ‘전부 고려해야 한다’는 문장을 삭제하라고 필자가 요구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장차법 세미나를 들으며 법 개정사항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문맥상 법조문에 담긴 구체적인 의미는 잘 알지 못해 아쉬웠다. 더구나 법조문의 문장이 너무도 어렵고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것들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료가 필요했다.

이에 장애인법연구회에 있는 변호사들이 장차법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한 해설서를 제작하기에 이르렀고 그 해설서를 소개하는 자리인 ‘장차법 해설서 출판기념회·설명회’를 장애인법연구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장총 공동주최로 지난 12월 4일 이룸센터에서 가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 출판기념회·설명회 전경. ⓒ이원무

이 자리에서는 해설서 발간을 축하하는 축사를 먼저 했다. 그 다음 장애인법연구회에 있는 변호사들이 장차법 해설서에서 각 조문에 대한 설명을 담은 부분을 발제한 다음 이 부분에 대해 장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하는 식으로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출판기념회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를 듣거나 해설서 책을 읽으면서 뇌리에 남거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11조의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정당한 편의에서 1항을 보면 ‘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 뒤에는 시설·장비의 설치 또는 개조나 훈련제공 등 6가지 내용이 나온다.

11조 1항의 문장을 봤을 때 6가지 내용만 하면 장애인에게 고용 관련 정당한 편의가 다 되는 줄 아는 열거 규정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다음 각 호의’라는 말에서 ‘다음 각 호를 포함하여’라는 문장으로 바꾸어 예시적 규정임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발제자가 이야기했다.

이 말을 잠깐 생각해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교육에서도 제14조의 1항을 보면 교육책임자가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각 호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유치원 원장이나 학교 교장 등 교육책임자들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조항을 열거, 예시 중 어떤 것으로 보는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발제자는 자신도 교육책임자들이 이 규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정당한 편의 규정의 성격을 예시, 열거 중 어느 쪽으로 보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말을 이으며 보건복지부가 장애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현재 하고 있고, 내년에 결과가 나오는데, 거기서 장차법 규정에 대해 사용자, 교육책임자 등이 정당한 편의에 대해 열거, 예시적 성격 중 어느 것으로 인식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남겼다.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 출판기념회·설명회에서 발제자들이 발표한 것에 대해 토론자들이 발표하는 모습들. ⓒ이원무

필자도 내년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바라기는 장차법의 정당한 편의규정을 예시적 규정으로 보았으면 한다. 문맥상으로도 예시적 규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상당하지만 말이다.

외국의 경우 정당한 편의를 열거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해설서 설명까지 읽어보면 우리나라도 편의규정을 예시적 규정으로 했으면 하는 바램을 더 많이 가져본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이 천박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정당한 편의규정을 법상에 나오는 것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열거적 규정으로 사용자, 교육책임자 등이 볼 것 같다는 예상도 든다. 발달장애인에게 알기 쉬운 교육자료를 주는 학교를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말이다.

‘열거적 규정이냐? 예시적 규정이냐?’ 필자의 뇌리 속에 지금도 남게 되는 포인트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후 책을 읽으면서는 제16조와 관련해 ‘토지 및 건물의 소유·관리자로 하여금 장애인 차별행위를 어떤 식으로든 조장한 자는 토지 및 건물의 소유·관리자로 본다’는 조항을 입법과제로 첨가할 것을 해설서에 설명한 부분도 뇌리에 깊게 남는다.

2015년에 제기동 성일중학교 내에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을 위한 서울커리어월드(현재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설립을 놓고 발달장애인이 들어오면 위험하다, 땅값이 떨어진다 등의 이유를 들어 동네 주민들이 설립을 반대하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차별했었다. 성일중학교 주변 동네 주민들이 장애인 차별행위를 조장한 사건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해설서에 나온 16조 입법과제는 반드시 실현해 건물 설립 시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을 혐오·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근거조항으로 작용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서울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개소에 반대하는 성일중학교내 직업센터 반대위원회의 구호가 담긴 현수막. ⓒ이원무

이외에도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이 별도의 장으로 함께 묶인 이유가 아동을 돌보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전제가 있어서인지 이런 식의 조합을 하는 게 성차별적인 인식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한 토론자의 말도 생각해보며 뇌리에 남는다.

사실 아동을 돌보는 것은 남성도 해야 되는 일이고 남녀평등이 대세인 세상임을 생각하면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을 함께 묶을 이유가 과연 있겠는가 말이다.

또한 아까도 말했듯이 장차법 제49조의 악의성 요건이 엄격해 ‘전부 고려하여’라는 말을 삭제해야 한다는 발제자 발표는 장애인차별을 실효성 있게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 상당히 공감이 갔다. 해설서에도 이 부분이 나와 있다.

알기 쉬운 장애인차별금지법 ‘우리 모두 소중해' 제49조에서 차별행위가 악의적임을 상징하는 그림.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총 420페이지 정도 되는 장차법 해설서는 1장 총칙(제1조~제9조), 2장 영역별 차별금지(제10조~제32조), 3장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등(제33조~제37조), 4장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제38조~제45조), 5장 손해배상 및 입증책임 등(제46조~제48조), 6장 벌칙(제49, 50조) 등의 6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있는 조들에 대해 각 조마다 조문 및 입법취지, 조에 관련된 실제 사례들을 해설서에 수록해 놓았다. 법 개정이 필요한 조에 대해선 각 조마다 입법과제라는 항목을 만들어 이에 대한 설명도 해설서에서 하고 있다.

Yes24나 다음 책 사이트, 또는 교보문고 등의 서점에 가면 장차법 해설서를 구매할 수 있으니 장애인 당사자, 장애 인권에 관심 있는 분들과 인권 활동가, 장애계 단체,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 정부관계자 등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장차법 해설서 출판기념회·설명회에 참석하면서 많은 부분을 느끼고 배워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이 해설서를 구매할 설명회 당시 현금만 된다고 했던 부분은 카드로 결제하는 게 편한 사람들한테는 조금은 불편하다는 느낌에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또한 인지상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이 해설서를 보면 쉬운 말이나 그림이 들어가 있지 않아 해설서 이해가 어렵겠다는 아쉬움도 든다. 이 부분은 나중에 알기 쉬운 장차법 해설서 제작으로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필자로선 장차법 해설서가 나온 게 좋다. 내용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열거적/예시적 규정을 알아가고 조문해설을 읽어가며 조문의 깊은 뜻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법을 알아가는 재미가 이런 거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법이 딱딱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아직 다는 못 읽었지만 앞으로 50조까지의 해설서 설명을 다 읽고 싶고 그 때쯤 되면 장차법에 대한 전체 맥락이 조금이라도 내 머리 속에 생길 생각을 해본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을 하니 좋다.

장차법 해설서를 만든 사람이나 필자를 포함한 읽는 이나 모두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같을 거다. ‘장애인 차별이 없는 세상, 모두가 소중한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 출판기념회·설명회 종료 후 단체사진. ⓒ이원무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