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우리는 직업을 갖는 일에 정진하며 살아왔고,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는 언제부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첫 생일에서 ‘돌잡이’를 해야만 했다. 가족들은 한 살배기 아기가 청진기를 잡으면 의사가 될 것이라고 했고, 연필을 잡으면 학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시기에는 흥미와 적성을 찾기 위해서 부모님 손에 이끌려 다양한 체험들을 해보아야 했고, 청소년기에는 꿈이 무엇이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하나쯤은 대답해야 했다.

참으로 직업을 강조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업 중심적인 패러다임이 평생토록 우리에게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사회는 일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가르쳐준다. 그런데 은퇴한 후 30년 동안 놀면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건 개인의 몫이다.

여기 놀면서 직업을 찾은 두 사람이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낚시광인 중년남 김씨가 있다. 낚시를 위해서라면 새벽잠도 포기할 정도이다. 그는 15년째 배위에서 다양한 지식, 경험, 기술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요즘은 중고 낚시배를 직접 운영하면서 동호회원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고민해보고 있다. 왠지 인생의 두 번째 직업은 어부가 될 것만 같다.

다음은 인지장애를 가진 남성의 사례이다. 어느 외국논문에 실린 내용이다. 그는 마트에서 면접을 봐도 여러 번 떨어졌고, 어렵사리 취업한 후에도 새로운 일을 빨리 습득하지 못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노래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노래강습을 6년간 꾸준히 받아오고 있었는데, 담당 강사의 추천으로 지역 내 비장애인 봉사동아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의 노래는 너무나도 훌륭했고, 솔로파트까지도 종종 맡게 되었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꿈을 꾸고 있다.

두 사례는 우리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준다. 우리는 직업에 우리를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직업세계에 우리자신을 맞추기 위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갈등을 감내해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오로지 직업에 나를 맞추어야만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고 여긴다.

그것보다는 좋아하는 활동을 즐기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직업과 연결되는 끈을 찾는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힘들게만 보였던 직업세계의 문을 다르게 두드릴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관심 있는 활동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김치를 아주 맛있게 담글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들을 중심으로 사람들도 만나고, 봉사도 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하면서 삶을 즐겁게 꾸려나갈 수 있다면 즐거움은 나의 삶이 된다. 그런 능력이 바로 백세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일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김미혜 칼럼리스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쉼은 무엇인지, 자유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은 무엇인지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미국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Central Michigan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장애인의 여가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여가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고, 미국의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20대 청년시절의 첫 직장,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