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인문학, 장애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학지사) 표지. ⓒ서인환

‘장애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라는 부제가 붙은 ‘장애 인문학’이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인천대학교 전지혜 교수의 번역으로 학지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장애인재단에서는 기획총서로 장애문화정체성(쉴라 리델 저, 윤삼호 역), 장애 사회 그리고 개인(e-book, 졸리 스마트 저, 윤삼호 역), 미학적 불안감((아토 퀘이손 저, 손홍일 역) 등의 장애학 관련 서적을 출간한 바 있고, 학지사에서는 장애학으로 보는 문화와 사회(한국장애인학회 편저), 한국에서 장애학하기(강민희, 정은, 조원일, 곽정란, 전지혜, 정희경 공저), 장애학의 쟁점((Tom Shakespeare 저, 이지수 역), 장애란 무엇인가-장애학 입문(Ronald j. Berger 저, 박승희, 우충완, 박지연, 김원영 공역), 장애와 삶의 질(Ivan Brown∙Roy I. Brown 저, 최현, 이금주, 이지은 공저) 등의 장애학 서적을 출간한 바 있다.

서적 출간을 기념하여 한국장애인재단 주최로 지난 12월 13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산다미아노북까페에서 역자의 책 소개와 강의를 듣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전지혜 교수는 장애인의 삶의 개선과 인권, 생존을 위해 투쟁의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데, 법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법과 제도의 변화라는 형식적 변화보다 사회적 태도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은 하나의 사회적 변화의 방법일 수 있으나, 인문학적 접근으로 사회를 진정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학은 여러 학문의 융합을 통한 다학제적 연구물로, 각 학문들은 지금까지 장애를 대상으로 연구했으나, 장애인은 사라지고 전문가 양성이나 전문가 지식 축적에 기여하여 왔다. 예를 들어 의학은 손상에 관심을 두지만, 장애학은 장애를 삶의 중심에 둔다. 장애학에서는 장애를 하나의 특성으로 보며, 결국 환경이 장애라는 것을 말한다.

장애학은 장애 사회학과 장애 인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장애 사회학은 장애인의 안정된 삶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위한 투쟁으로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한 장애 친화적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장애 인문학은 인식이나 태도 즉 문화를 통한 변화를 추구한다.

전지혜 교수는 의수를 한 장애인으로, 친구들이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면 장애인인 친구가 생각난다며 연락을 해 오는데, 친구가 고생 많았겠다며 위로의 말을 하면 전 교수는 ‘두 팔로 산다고 너도 고생이 많다’라고 말한단다. 팔이 넷이면 타이핑을 하면서 밥도 먹을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우리는 팔이 두 개라는 정상성에 고정관념화되어 갇혀 있다는 말이다.

차별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억압은 모두가 고정관념, 신념, 풍속, 전통, 문화 등에 눌려 가해자를 구분해 낼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장애인에게 편견을 드러내는 차별이 있지만, 그 이전에 생의 전반을 누르고 있는 사회의 억압이 존재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가치가 노동력이라는 생산성에 기인하면서 장애 억압적 공기가 만들어졌다. 1601년 최초의 사회복지법인 구민법에서 디스어빌리티라는 용어가 만들어진다. 이런 억압은 피해 입장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재화가 일어나며, 우리는 인권운동에서 문화운동으로 확산되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편의시설이 잘 된 식당과 장애인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식당이 있다면 장애인들은 편의시설보다 친근한 식당을 택할 것이다. 장애인 사회에서는 비장애인 사회에서 비하발언처럼 여기는 용어도 친근함의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장애 문제를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장애 인문학’은 장애와 역사, 장애와 사회, 장애와 교육을 각각 조명한다. 이러한 다른 학문과 장애를 연결하여 사회적 태도를 분석하기에 인문학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원서의 제목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이다.

원저자인 데이비스 볼트(David. Bolt)는 영국 리버풀 호프 대학교의 부교수로, 장애문화 연구센터 소장이자 문화적 장애학 편집장이고 국제 장애문화 전문가 네트워크 창립자이다. 이 책은 장애문화 연구센터에서 세계 각국의 장애학 석학들을 초청하여 개최한 세미나 원고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학도들은 장애인의 제도나 법에 관심을 가지므로, 연구결과가 시험적이거나 결론이 뚜렷하여 주장을 도출하는 과정에 익숙해져 있으나, 장애학을 접하게 되면 지루하고 난해하며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는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인문학적 수사가 많아 더욱 읽기가 어렵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해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인식이 역사와 사회, 교육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1부 ‘장애 태도와 역사’ 1장에서는 ‘다윈의 예기치 않은 인류학’에 대해 논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우생학을 낳아 장애인을 열등하게 만들었다고 믿어 왔으나 이는 오해로 다윈은 인간은 약자이므로 사회연대를 통해 생존하는 법을 실현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밝힌다.

2장 ‘황량한 서부의 폐병을 가진 총잡이’에서는 쇠퇴하고 한 풀 꺾인 서부의 총잡이가 장애인이면서 총잡이라는 그래서 지금은 위험하지도 않은 멋쟁이 인물이라는 인상으로의 사회 이미지 변화를 언론을 통해 알아본다.

3장 ‘다른 은하계의 사람들’에서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장애인 학살을 논한다. 의학계의 과도한 편견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으나, 안락사의 문제는 지금도 억압의 주제와 함께 결론을 내지 못한 문제이다.

4장 ‘이미지 시대의 장애와 포토저널리즘’에서는 언론에서 사진을 통해 형태의 힘을 이상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장애를 더욱 억압하거나 편견을 고착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의 대중화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장애를 다양하게 표출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논한다.

5장 ‘정신장애와 수사학의 재론’에서는 정신장애가 수사적 장애가 아니라 약물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것임을 말한다. 수사적이란 표현력, 논리력, 추론력을 말하는 것으로 정신장애란 이러한 수사의 장애로 무능력자로 간주되지만, 약물의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효과도 있는 해결 가능한 장애라는 것이다.

제2부 제6장 ‘곱추, 태도 그리고 문화’에서는 곱추의 문화적 역사를 고찰하면서 리처드 3세의 뒤틀린, 구부러진 곱추 개념에서 미술 작품에서 기형보다는 신비한 힘의 소유자로 해석되기도 했으며, ‘외톨이, 이중 차별적 존재’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7장 ‘진화된 남성, 전쟁, 신체 외상, 미국 전쟁 공상과학 소설에서의 사이버보그 병사의 기원’에서는 장애인이 기계인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논한다. 8장 ‘장애와 질병, 회고록에 대한 문화적 연구’에서는 정신분열증을 악령으로 보는 과거의 견해와 질병으로 보는 정신의학을 소개하면서 뱀과 사디리의 승자가 없는 게임 또는 물방울의 날을 가진 것에 비유하여 한시적 비통제를 질병 속의 건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9장 ‘손상된 것인가, 권한을 가진 것인가’에서는 모니코바의 소설 ’무곡‘을 통해 피하고 싶은 독자들의 주제에 장애를 등장시켜 변화하는 장애의 개념을 다루었고, 벨라스케스는 ’시녀들‘이란 그림에 장애인을 넣음으로써 스페인 사회에서의 상호주관성과 유연한 보편성을 주장하며 장애인으로서 불리한 사회를 논하고 있다.

10장 ‘우위에 선 시각, 미학, 표현 그리고 태도’에서는 마테를링크의 ‘맹인’, 키플링의 ‘실패한 빛’, 기싱의 ‘신삼류 문인의 거리’, 도브의 광고 3부작 등에서 시각이라는 우위로 여기는 감각의 상실이 시각장애인을 타인화하면서 미학을 그리지만, 이는 다른 감각으로도 빛을 느끼고자 시각 우위적 태도를 갖고 있다.

3부는 ‘장애, 태도 그리고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11장 ‘민족 청소?-장애와 인트라넷의 식민지화’에서는 학교에 보급된 미디어는 식민지화를 학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식민지로 검색되는 이미지를 분석해 보면 능동적이지 못한 장애인, 해적 등 공공연한 차별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2장 ‘창조적인 과목?-예술교육 및 장애에 대한 비판적 기록’에서는 IJADE 학술지에 30년간 게재된 장애 논쟁들을 정리하면서 장애인 예술 교육이 욕구를 충족하고,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전문가의 관점이 지배한다고 비판하며, 장애 정체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로 표준화를 통한 형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13장 ‘비합리증’에서 비함리증은 충분한 지식이나 기반이 있음에도 상황에 따라 비합리증을 보이는 것으로, 학습장애의 경우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하고, 가공하는 조정하고,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훈련으로 개선됨을 주장한다.

14장 ‘렉시즘과 난독증’에서 렉시즘은 문해능력이 낮은 사람을 차별하는 용어(사람들은 혼자 잘 노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함)인데, 난독증은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며, 태도의 차이로 일정한 집단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동기와 도전의 부족이라 주장한다.

15장 ‘행동, 감정 그리고 사회적 태도’에서는 도전적 행동을 하는 아동(BESD)들이 교육에서 낙인되고 배제되는데, 이는 이에 대한 전문가가 교육을 맡지 않기 때문이고, 진보적 방법 모색은 태도의 변화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상성에 우위를 두는 에이블리즘과 장애 주체성에 초점을 둔 디스에이블리즘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전지혜 교수는 랄프 솔레키가 이라크 자그로스 산 동굴에서 발견한 고적에서 원시사회에서 장애인은 돌봄을 받는 통합사회였다고 말했다. 즉 현대 사회에서 주창되고 있는 참여나 통합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자연으로의 복귀라는 것이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장애를 배척하는 행동과 태도는 장애 연구(장애학)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아무리 편의시설과 물리적 환경, 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장애인은 사회적 태도에 의해 타자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전지혜 교수는 밀레의 비너스와 장애인 당사자인 앨리슨 래퍼의 비너스를 비교하면서 사회적 태도를 변화시킬 문화운동을 이제 펼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지혜 교수는 우리에게 장애 역사가 있는가? 이제 한국의 장애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며 콘서트의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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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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