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두드림 도예전시 장면. ⓒ서인환

지난 11월 24일 오후 7시 3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주최로 두드림 발표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올해가 3회째다.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이하 부모회)는 올해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으로 서울시 공모에 의해 사업이 선정되어 1천 7백 만원의 지원을 받아 1년 동안 활동하였고, 그 결과 발표회를 가진 것이다. 1, 2회는 자부담으로 문화활동 사업을 했었다.

사업이 선정되어 지원이 결정되자, 회의를 통해 각 지역별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회의를 하여 그 중 6개 지역을 선정하여 발달장애인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였다. 한 지역 당 300만원이 채 돌아가지 않은 상태에서 발달장애인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강사들은 기꺼이 재능기부를 해 주었고, 복지관 등에서도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선정된 지역별 활동은 마포지역은 도예활동으로 ‘흙과 나르샤’라 이름 지었고, 강서지역은 난타 ‘모둥클럽’이라 하였으며, 성북지역은 춤으로 ‘음악은 내친구’란 클럽을 만들었고, 서대문지역은 ‘즐거운 난타’, 강동지역은 밸리댄스 ‘아이캔밸리’, 광진지역은 난타 ‘비트점프’란 클럽으로 1년간 활동하였다.

그 동안의 활동을 결산하기 위해 준비한 공연 발표회를 가지면서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과거에는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과 헌정기념관에서 행사를 하였고, 올해에도 헌정기념관에서 행사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경비 절약차원에서만 국회를 찾은 것은 아니다.

강서지역 모둥클럽 난타 공연 장면. ⓒ서인환

각 클럽 당 10명에서 15명 정도의 발달장애인들이 활동을 하였는데, 흙과 나르샤에서 나르샤는 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흙을 빚는 데에 흙의 양과 다듬기가 잘 되지 않았으나 흙을 통한 표현에 흥미를 가지면서 작품이 매우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시간과 노력의 싸움이었다.

열쇠고리, 그룻류, 장식류 등이 발달장애인들의 손끝으로 일일이 빚어져 유약을 바르고 불가마에서 구어지자 작품들은 제각각 아름다운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참석자들은 작품의 수준에 모두가 감탄하였다. 왜 팔지 않느냐고 야단이었다.

행사명이 두드림이라 하여서 그런지 난타 공연이 많았다. 두드림은 두드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Do Dream으로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도 있다. 난타 공연에서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박자를 잘 맞추거나 매우 수준 높은 것은 아니었다.

지도 강사가 무대 앞에서 북을 두드리며 지휘를 하면 일부 장애인은 그것을 따라하기도 하고, 어떤 장애인은 신이 나서 자기 나름으로 북을 두드리며 즐기기도 하였다. 이를 본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응원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부모들은 얼마나 애틋하고 정이 가겠는가!

참석자들이 더 신나서 난리가 난 춤판. ⓒ서인환

성북지역의 ‘음악은 내친구’ 클럽에서 콰이어 차임과 공명 실로폰을 연주하고 이어서 신나는 춤을 보여주었다. 이 약기들은 한 사람씩 각기 다른 음 높이의 단음 악기로 서로 순서를 정해 음악을 연주하는데, 지휘자가 차임과 실로폰을 칠 순서를 가리키며 안내를 해 주어도 혹시 박자를 놓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는데, 끝까지 무사히 잘 연주해 주었다.

합주가 아니어서 신이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각기 다른 소리도 연결하면 아름답고 조화로운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신나는 댄스를 보여 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흥을 북돋게 하였다.

다양한 노래와 합창 등이 있을 텐데 왜 난타가 주를 이루고 있을까?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되었으나, 난타 공연이 이어지자 참석한 발달장애인과 중증 중복 장애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마비가 되어 잘 움직이지도 않고 경직되어 있거나, 축 늘어져 있던 다리가 움직였으며, 급기야 자전거를 타듯이 발을 구르고 고개를 움직였다.

뇌병변장애인들이 난타 음악을 이 정도로 좋아하고 즐길 줄은 몰랐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신체 부위를 활용하여 즐기고 있었다. 이를 본 부모들도 감탄하면서 같이 신이 났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것이 공연보다 더 감격스러웠다.

화려한 밸리댄스복을 입고 신나게 몸을 흔들어대는 공연에서는 강사와 장애인들이 한 판 춤판으로 이어졌다. 공연에 흠뻑 빠진 참석자들도 함성을 지르며 환호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일어나 같이 어우러져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강동지역 밸리댄스 '아이캔밸리' 공연 모습. ⓒ서인환

공연 중간에 장애인부모들과 내빈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는 바람에 공연 순서는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이렇게 신나는 춤판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뿐이 아닌가 싶었다.

장애인을 양육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나 아픔을 모두 날려버리고, 맘껏 즐거움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장애인들과 가족들이 이렇게 흥분의 도가니 속에 들어갈 수 있구나 싶었다. 무슨 신흥종교의 행사 같기도 하고, 엄청난 연예인이 온 것 같기도 했다. 의사소통은 저절로 되었다.

평소에 왜 이런 즐거움을 주지 못했을까? 음악을 즐기는 것에는 장애가 전혀 없었다. 예술 전문가들이 장애인들에게 문화향수권을 지원한다며 보여주는 공연과 장애인들이 직접 보여주는 공연의 참여 방식부터가 달랐다. 이 밤을 불사르듯 모두가 빠져 있었다.

모두가 무대로 올라가 춤을 추는 장면. ⓒ서인환

흥분된 시간도 무한정일 수는 없었다. 행사가 마무리되고 시상식에서는 출연한 클럽 모두가 상을 받았다. 이런 호응도가 높고 모두가 모든 한과 장애를 날려버릴 수 있는 공연에 너무 적은 예산을 지원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런 적은 금액으로 거둔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발달장애인들은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여 부모들은 애를 먹었다. 뇌병변 장애인도 몸에 힘을 주고 다리를 뻗어 버티며 차를 타려 하지 않았다. 더 즐기고 싶고 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였던 것이다.

당사자들이 정말 빠져들 수 있는 이런 공연이 어떤 수준 높은 공연보다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과 가족들은 이 추억과 즐거움의 여운을 가슴에 품고 또 1년을 살아갈 것이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신체를 이용한 뇌병변 장애인의 난타 즐기기.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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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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