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향은 다양하다. 순한 아이, 예민한 아이도 있고 적극적, 소극적인 아이도 있으며 공격적, 방어적인 아이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 이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한 종류의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우리아이는 왜 이럴까요?”, “다른 아이들하고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며 ‘순하고 적극적이며 수용적인 아이’를 원한다.

반면, ‘순하고 적극적이며 수용적인 아이’도 큰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눈에 띄는 경우 친구들에게 ‘나댄다’는 명목하에 따돌림을 당해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순하다’는 이미지로만 알려져 자신이 싫은 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상처를 받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정해진 시선에서는 ‘순하고 적극적이며 수용적인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이 있는 듯하다.

장애를 지니고 있는 아이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타고난 약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지만 그와 동시에 이와 같이 정형화된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기대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인정하기’가 되지 않아서다. 외모는 성형수술로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그들의 성향은 수술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변화를 주는 방법이라면 방법이겠다. 요는, 결국 나름의 성향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발전 시켜서 살아가는 방법이 제일 낫다는 것이다.

거절하기 ⓒ김지연

어느 부모님께서 “우리아이는 너무 착해서 거절을 못해요.”라며 상담실을 찾으셨다. 예민한 기질의 아이이며, 감정기복이 심하고 또래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거절해도 괜찮아. 상관없어. 네가 거절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네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겠니, 친구들이 상처받잖아.. 또 너랑 안 놀아주지 않을까?”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언급하는 방법으로 양육해 예민한 기질의 아이는 더욱 감정적이 되고 불안정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착해서가 아니라 기질적으로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라 거절을 쉽게 못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기질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녀의 감정을 우선순위로 하지 못했다. 또 자녀가 거절을 못해서 마음에 안 들지만, 거절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염려되는 부모의 감정이 개입된, 일관성이 없는 양육태도였다.

위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방법을 알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자녀가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거절하며 말을 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부탁받은 일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결정한 뒤, 그 이유와 우호적인 표현의 ‘싫어’ 라는 말이 필요하다.

또한 상황에 따라, 또래의 압력에 무조건 적인 불복이 아니라, 거절함으로서의 결과를 예측해본 뒤 그것이 나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굴복과 수용도 필요하겠다.

여기에는 어느 누구의 감정도 일체 들어가지 않으며, 나의 감정과 결과를 예상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나의 감정이 아닌 타인의 감정과 의미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저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부모님이 뭐라고 말하실까?’ 등 나 자신의 감정비교가 아닌 타인과의 감정대립이 일어난다.

이 친구들의 성향은 ‘순하고 적극적이며 수용적인 아이’가 아니라서 거절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부탁을 거부한 뒤의 상황에 익숙하지 못하고, 관계지향적인 아이로써 부적절한 두려움을 다스리는 것에 어려울 뿐이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거절 뒤의 결과를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비언어적인 행동(목소리의 높낮이, 크기, 표정 등)을 통해서 거절이 가능함도 일러주고 용기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훈련방법으로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동화책 한 권을 준비하여, 부모님은 책을 읽어주며 결과에 관한 질문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이 곰돌이는 어떻게 됐을까?”, “저런,, 위험에 빠졌구나,,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말로 추측이 가능한 범위의 결과를 예상해 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인성과 관계된 책 중 또래관계에 관한 책도 함께 읽으며 상황과 감정을 유추해보면 좋을 듯하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말과, 잘못된 기준으로 내 아이를 평가하기보다 내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라는 것을 인정하자. 문제점을 해결 해주려 하기보다 듣고 이해하는 과정을 꼭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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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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