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도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을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을 휴학한다거나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연기하는 등의 일이 이제는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외국어 능력 시험의 공인점수와 자격증 등은 필수요건이 되어 버려 더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자신만의 차별화된 무기가 되지 못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비단 비장애인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진행되는 정보화 교육에서도 과거에는 고령의 수강생이나 중도장애로 인해 화면낭독프로그램 등을 익히기 위해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방학 기간 등을 이용해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 위해 관련 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사회가 유독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의가 높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이러한 특성이 취업난 등과 맞물려 자격증에 대한 관심도는 한층 더 높아진 듯하다.

이처럼 장애인 비장애인를 막론하고 자격증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보도가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국가 자격시험에 ‘장애인 재활상담사’를 추가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이 직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상담, 직업계획 수립, 직업능력 평가 등을 통해 지원하는 전문인력의 필요성으로 인해 해당 자격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존에는 직업재활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관련 업무들을 수행해 왔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 같이 더욱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이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에 응시해야 하며 시험과목은 재활상담, 재활행정, 재활정책, 등 7개의 필수과목과 24개의 선택과목으로 구성된다고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재활’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돕기 위한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더욱 체계적인 전문자격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가운 소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필기시험이라는 단어가 유독 마음에 걸렸다. 이런저런 행사들에서 이 자격제도 도입에 대해 몇 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또 시험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 기간이 짧다는 지적 등도 들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 제공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들에도 장애인 편의제공이 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보았기에 노파심에라도 확인해 보았다.

장애 대학생들을 종종 만날 기회가 있는데 유독 사회복지나 직업재활, 특수교육 이런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번 장애인 재활상담사 자격제도 시행도 이런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고 자신들의 취업 준비에 상당히 중요한 시험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살펴보았다.

국시원 재활상담사 자격제도 관련 웹페이지ⓒ조봉래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웹사이트

(http://www.kuksiwon.or.kr/Examination/OccuLicenseMain.aspx?JobCode=41)

를 찾아보았다. 마침 2018년도 제1회 장애인재활상담사 국가시험 시험계획 공고문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해당 공고문에는 ‘[별첨2]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장애인 응시자 등 편의제공 지침.hwp’라는 첨부파일도 등록되어 있었다. 역시 국가시험이다 보니 그리 허술하게 시행하지는 않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공고문에 따르면 제1회 시험은 2018년 2월 10일 치러지는데 시험 지역이 서울이라고만 명시되어 있었다.

관련 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장애 대학생들이 많이 재학 중인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대구와 천안지역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장애 응시자들이 서울까지 시험을 치러 오려면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인터넷 접수만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인터넷 접수가 불가능할 때에만 국시원을 방문해 고객지원센터에서 접수할 수 있지만, 그 방법 또한 고객지원센터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접수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리 웹 접근성 등이 잘 준수되었다고 해도 인터넷을 통해 회원가입을 한다거나 무언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할 때 시각장애인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 해당 내용을 작성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접수하기 위해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방문접수가 될 수도 있는데, 방문접수 또한 서울지역에 있는 고객센터에서만 가능하고 그조차도 센터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스스로 해야 하는 점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응시자 규모나 시험의 특성, 1차 시험이라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이렇게 시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부분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자격제도의 취지가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제공해서 자립에 기여해 보자는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아쉬움이 더욱 크다.

장애인 재활상담사라는 직업을 통해 스스로 자립하려고 하는 장애 학생들이나 응시자들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조차도 미흡한 제도 아래에서 양성된 재활상담사들의 서비스가 얼마나 장애인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물론, 전문자격제도 운영을 통해 장애인 재활상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분명 기대할 수 있는 일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허나 장애 당사자가 해당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할 때 그 제도가 더욱 장애인의 입장을 더 깊이 있게 반영하는 진정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 재활상담사제도가 더욱 긍정적인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장애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배려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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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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