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여행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하루를 묵고 나서 베를린으로 향했다. 그 때 필자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중간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크 암 마인 중앙역(Frankfurt am Main Hauptbahnhof)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탄 후 빈 자리가 있어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는 아이와 부모가 창가에 함께 있었다. 잠시 후 부모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자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고, 필자는 그 부모의 국적이 궁금해 물어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부모는 독일이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자폐성 장애가 있으며 장애 이슈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 부모는 필자에게 조금씩 관심을 보이며 자신의 아이가 다운증후군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 부모는 아이가 장애인만을 위한 학교, 그러니까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비장애아동과 같이 사이좋게 어울리고 공부하는 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권리협약에서 배웠던 지라 그 부모의 아이가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독일의 통합교육 현실이 궁금해져 한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데도 있으며, 학교에 있는 선생의 전문성과 학교 예산에 따라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기도, 이루어지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 부모도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잘 지내고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그 학급에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과를 배울 시 알기 쉬운 형태의 자료수정, 정서적 지원 등의 정당한 편의를 그 학급에서 제공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와 같은 정당한 편의는 제공되지 않았고, 아이가 있는 학교에서 아이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부모는 장애인만을 위한 특수학교에 넣을 결심을 했고 지금은 선생님이 아이의 특성을 배려해 아이를 위해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독일의 장애인 교육은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아니라는 말도 함께 전해주었다. 필자도 우리나라의 장애인 교육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부모에게 전화가 왔고 자신은 평일에는 일하러 가야 한다면서 자신의 아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아이를 제대로 지원할 사람을 잘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고, 어느새 기차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중양역에 도착했다.

필자가 장애인 부모와 이야기를 마친 후 하차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중앙역(Frankfurt am Main Hauptbahnhof) 전경 ⓒ이원무

그 부모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의 현실이 생각났다. 비장애학생과 함께 수업에 참여할 경우 장애학생이 수업내용을 이해하도록 수업내용의 길이를 줄이고 쉬운 말로 고치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는 특수교사가 통합학급에 배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배치 근거 또한 부족하다.

통합학급에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공동이나 교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고, 설령 특수교사가 있어도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설령 장애학생이 통합학급에 있어도 별도의 지도를 받아 통합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있는 장애학생 수는 통합학급보다 많다. 교육부의 2016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각각 한 학급 당 평균 5.37명, 1.04명인 것으로 드러난 것도 이를 입증한다고 본다.

게다가 중·고등교육으로 갈수록 우리나라 교육은 사람 중심이 아닌 입시 위주의 교육이고 교육인력 지원은 적은데다 장애학생의 행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비장애학생의 이해를 통해 함께 수업을 이끌어내는 과정도 쉽지 않아 개별화교육은 형식에만 그친다. 모든 교사가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특성 이해 및 대응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니 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부모는 통합교육을 받으라는 얘기를 쉽사리 할 수 없다. 특히 발달장애인,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통합교육을 받기보다는 특수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하게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특수학교로 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자신의 동네에 특수학교가 없어 장거리 통학까지 해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니 부모들은 특수학교를 지으라는 피맺힌 절규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특수학교가 없어 장애인이 학교를 못 가게 되는 것처럼 된 형국이다.

만약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 가까운 곳에서 쉬운 말 등으로 비장애인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통합교육환경이 되어 있었더라면 위와 같은 부모의 피맺힌 절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강서구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강하게 호소하며 무릎을 꿇는 장애부모들 ⓒ에이블뉴스 DB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3년 전 다음 사항을 권고한 것도 위의 배경과 상당히 연관 있다.

1) 현행 통합교육정책의 효과성 연구 시행

2) 접근 가능한 학교환경의 제공 및 접근 가능하고 적합하게 수정된 교육자료 및 교육과정, 특히 교실 내 보조공학기기 및 지원제공을 통해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통합교육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할 것

3) 일반 학교의 교사와 관리자를 포함한 교직원 연수 강화

정부가 이 권고들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특수학교 설립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며, 교육을 통한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시위주 교육 풍토를 바꿔야 하고, 일반교사와 비장애학생 부모 등도 통합교육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계와 장애인 당사자 및 부모 등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으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럴 때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지역사회에서 학생들이 사이좋게 어울리며 배우는 식의 통합교육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인도 사회의 동등한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심정이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위한 실질적 통합교육 시행!’

필자가 독일 장애인 부모와 대화하며 얻은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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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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